AI 모멘텀 확산
먼저 반응하는 반도체
실적이 증명되자 반도체뿐만 아니라 서버, 장비, 클라우드, 보안 등 AI 관련 테마 전반의 상승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24년 이전까지는 자금이 꾸준히 유출되며 소외되던 클라우드, 보안 테마에 24년들어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AI는 반도체로 시작해 여러 관련 테마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테마뿐만 아니라 특징적인 기업을 예로 들면 그 대표는 슈퍼마이크로 컴퓨터 (SMCI)다. 서버를 만드는 SMCI는 엔비디아의 실적과 함께 4분기 매출 성장률 역시도 10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이에 1년간 약 1000% 대의 주가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AI, 엔비디아와 연관된 기업은 폭등하는 현상도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AI는 파이가 커지고 있는 시장으로 수요보다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AI가 아직 성장하는 시장이라면, 24년 초 나타난 AI 랠리 확산 현상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AI 모멘텀 과거 버블과는 다른점
OpenAI가 2022년 11월 ChatGPT를 출시한 이래 AI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집중되며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들, 소위 말하는 매그니피센트7의 시가총액은 2022년 11월 이후 약 76% 급등했으나, 동 기간 빅테크 기업을 제외한 S&P 500의 시가총액 상승분은 겨우 20%대에 그치며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2000년대 IT 버블 사태가 있다. 당시 매크로 상황과 기술주 중심으로 집중되는 증시 모습이 유사한 부분이 있으나, 데이터 상으로 차이점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① IT 버블 사태와 현재 모두 금리 인상 사이클. 그러나 과거에는 금리 인상 후에도 높은 물가상승률이 한동안 지속되었다면, 현재에는 뚜렷한 하락이 나타나는 상황
② 과거 대비 하이일드 스프레드 안정화, 신용리스크 발생 낮음
③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빅테크, M7 기업들의 펀더멘탈이 견조하며, 관련 섹터 밸류에이션 역시 과거 버블 수준까지는 못미치는 상황
과거 2000년대 인상 사이클 하에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 물가상승률이 지속되어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현재는 물가 하락 방향성이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고금리 속 하이일드 스프레드 역시 안정적으로 신용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낮다.
또한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M7의 12M Trailing 영업이익은 미국 전체 시장의 18%에 달할 정도로 펀더멘탈이 견조한 상황이며, 기술주 섹터의 밸류에이션 역시 27배 수준으로 버블 당시 40배 중반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결국 최근 급격한 상승 속 단기 조정에 따른 AI 산업의 일시적인 모멘텀 둔화는 발생할 수 있으나, 과거 IT 버블 상황과는 분명히 다른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판단한다.
2. AI 모멘텀이 트렌드가 되려면
작년 후반부터 최근까지 미국의 주가 상승을 견인했던 빅테크 기업의 실적호조 지속 여부 및 AI 시장 경쟁구도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작년말 주가의 핵심 동인은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시장의 기대 변화였으며, 특히 11월부터 다시 조기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MSCI 세계주가 기준 연간 20% 가까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AI투자 열풍에 기대어 IT(+50.2%)의 상승률이 컸으며 22년 하락폭이 컸던 통신(+44%), 경기소비재(+33.5%) 등도 시장 평균 대비 양호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향후 시장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이 같은 AI 열풍이 모멘텀을 이어갈지 여부다. 채권시장 측면에서 바라볼 때 AI 모멘텀의 하방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연준의 후행적 금리인하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인플레이션 기대 억제, 근원물가 안정 확인 등을 위해 정책당국이 선제적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금리인하 실기(상반기 인하 부재)에 따른 경제 경착륙의 가능성이 커 AI를 비롯 위험자산 가격에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될 수 있다. 오는 3월 FOMC 내 연준의 성명서 톤에서 미리 확인 가능할 것이다.
반대로 적시에 금리인하를 단행(5~6월 중 인하)하더라도 누적된 긴축의 시차효과, 고용 시장의 예상외 빠른 냉각 등 연착륙 실패 위험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침체의 예측은 불가능하나 사전 신호는 얼마든지 감지될 수 있다. 우리가 계속해서 고용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주식시장에 깊은 경기침체 위험이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은 상태임을 감안하면 성장전망 악화 시 AI를 포함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3. AI 모멘텀이 트렌드 이어질 수 있나
AI 랠리가 2월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올해 2개월만에 엔비디아는 66%, 메타는 42%, AMD는 37% 상승하며 지수 고점을 경신했다. 반면 애플, 구글, 테슬라 등 기존 주도주가 부진하면서 증시는 AI 위주로 개편되었다. 2월 AI랠리를 이끈 것은 단연 엔비디아의 실적이었다.
60%가 넘는 영업이익률이 유지되었고 젠슨 황은 AI가 특이점(Tipping point)에 도달했다고 발언하며 시장은 열광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실적은 지난해 2분기 실적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으며 실적 서프라이즈 비율은 하락했다. 엔비디아 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AI 랠리가 반도체로 쏠리게 된 이유였다.
AI 주식의 상승은 부담스럽고 모멘텀은 줄어가는 상황이다. 일단은 AI만의 모멘텀은 쉬면서 금리 인하 등 매크로 방향성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I는 장기적인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겠다. AI 랠리가 인터넷 개통으로 시작한 90년대의 인터넷 혁명이나 아이폰3 발표로 시작한 10년대의 모바일 혁명과 같다면 4-5년간은 더 증시가 상승할 여지가 남아 있다.
앞선 두번의 기술혁명과 비슷한 궤적을 따라간다면 AI 랠리는 다음 금리 인상 기간에, AI 활용 기업이 늘어나며 선두기업의 경제적 해자가 메워질때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 매크로에서는 다음 금리 인상 시기를 고민하면서, 산업적으로는 엔비디아의 설계,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 HBM 양산능력, 빅테크 기업의 AI 칩 확보 경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를 체크하며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4. 반도체 수출 비사이클 재연도 기대
국내 반도체 수출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1~2월 누적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전년동기 약 61% 증가했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반도체 수출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AI 사이클 확산에 따른 수혜가 일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기술혁신 사이클을 중심으로 한 경제 및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본격적으로 진입했고 이에 따른 신산업 부상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 한때 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가 이번 기술혁신 사이클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 대중적 보급은 가시화되지 않았다.
이 와중에 부상한 AI가 전세계 산업의 새로운 맹주로 부상 중이다. 전세계 증시 랠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매그니피센트7, 일본 사무라이7 그리고 유럽의 그래놀라즈11의 공통점은 AI관련 주식이다. 90년대 인터넷 혁명, 2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및 SNS 혁명 이후 전세계가 AI이라는 새로운 보급률 사이클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중 갈등과 부동산 부채 등 대내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마저 AI사이클에 본격적으로 동참한다면 AI 투자와 수요가 전세계 경제와 산업을 강하게 견인할 공산이 높다. 국내 증시가 아직 소외되고 있지만 AI 사이클이 대중화 단계에 진입할수록 국내 반도체 산업이 큰 수혜를 받을 가능성은 크다. 2016~18년, 20~21년과 같은 국내 반도체 수출 빅사이클이 AI 사이클 확산과 함께 재연될 여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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