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통화정책
일본의 통화정책 수정 요건
우치다 부총재는 2/8일 나라현 금융경제간담회 연설에서 일본은행 통화정책 방침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출구전략의 대략적 그림을 제공했다. 요약을 해보자면 주요 경제지표들이 중기적 인플레이션 환경 전환을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나 초완화적 통화정책 수정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진전할 경우 통화 정책이 수정될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주요 경제지표들의 현 수준을 점검해보고 우치다 부총재가 언급한 요건을 충족하는지 살펴보자
1. 물가상승률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으나 서비스 물가 압력 확대에 힘입어 목표수준(2%)을 지속 상회하고 있다. 재화물가(2.9%, 신선식품 제외) 상승률 및 헤드라인 물가상승률 기여도(3분기 1.9%→4분기 1.4%)는 에너지물가(-10.1%) 하락, 기업들의 수입비용 전가 감소 등에 따라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정책당국이 주목하는 서비스물가(3.3%, 귀속임대료 제외) 상승률은 교양·오락(9.7%) 항목을중심으로 2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 기여도(0.9%p→1.0%p)도 확대되는 추세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신선식품 제외 기준 물가상승률(`23.12월 3.7%)은 `23.8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2%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2. GDP 디플레이터
일본 내 생산 상품 및 서비스의 종합적 가격 수준(home-made-inflation)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도 내수 부문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단기 GDP 디플레이터 변동의 주요 원인이었던 수입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유가의 하향 안정 등을 반영하여 크게 하락했다. 그에 비해 내수 디플레이터는 가계지출(3.3%, 귀속임대료 제외)을 중심으로 장기평균 (1995년이후평균0.0%)을 크게 상회하는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
3. 단위노동비용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0%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나 `24년 임금인상률이 `23년 수준을 상회할 경우에는 단위노동비용 증가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눈여겨 보아야할 지표라 할 수 있다.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며 물가→임금 파급은 아직 초입 단계이다. GDP 디플레이터는 물가상승이 임금이아닌 다른 부문에 기인함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의 임금인상 여력이 강화되고 인력부족 인식도 지속되면서 기업이익과 임금이 동반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 시그널이라고 볼 수 있다. 다수 대기업들이 임금인상폭 확대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전문가들의 `24년 춘투 임금인상률 전망치는 평균 3.85%로 `23년 수준(3.6%)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 GDP 갭
GDP갭은 내수부진으로 플러스 전환이 지연되고 있으나 이는 엔저의 부작용에도 기인. 마이너스 폭을 점차 줄이며 0 을향해 조정되는 모습이다. `23.4분기 GDP 성장률(-0.4%, 전기비연율)은 시장예상치(1.1%)를 크게 하회했다. 특히 민간 소비와 투자는 고물가 부담, 대외 불확실성, 일손 부족 등으로 3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노토반도 지진, 도요타 자동차 생산라인 가동 중단, `23.4분기 서비스 수출 호조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본격적 경기 반등은 `24.2분기로 미뤄질 소지가 있다. 다만, GDP 갭의 플러스 전환 지연은 잠재성장률 상승에도 기인하는 가운데 일본 은행은 단기 물가하락 요인보다 중기 흐름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일본의 통화정책 전망, 금리 인상 가능성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정상화는 수익률곡선관리(YCC)폐기, NIRP 종료, 자산매입 축소 순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대내외 여건상 연속적 금리인상 및 양적긴축 본격화 가능성은 낮게 평가된다
1. YCC
YCC는 국채 매입 부작용 인식, 수익률곡선 평탄화 가능성 등으로 NIRP 종료에 앞서 또는 NIRP 종료와 더불어 폐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을 해치지 않고 부채 관리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려면 정책 수정의 순서가 중요하다. 일본은행은 첫단계로 YCC를 유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실상의 장기금리 인상)
일본은행은 YCC의 틀을 금리가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방식으로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NIRP 종료시 수익률곡선이 평탄화되지 않도록 장기금리를 0% 정도로 유지하고 상단은 1%을 목표로 하겠다는 기존의 가이던스는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YCC가 사실상 폐기된 상태에 가까운 만큼 금리 상승 위험에 대비하여 공식 폐기 발표는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정책금리 인상
포워드 가이던스는 임금상승을 수반한 2% 물가상승률 달성 여부가 관건이다. 양호한 춘투 결과가 확인되면 4월 회의에서 제로금리정책(ZIRP)으로 전환이 전망된다. NIRP 종료 시점은 지진 영향 및 춘투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26년 물가 전망도 발표되는 4월 회의가 될 가능성을 높게 평가된다. 미 경제의 연착륙 시나리오가 지배적인 시각으로 변화한 가운데 엔저 심화로 정책전환을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워드 가이던스 상 금융완화정책 수정에 앞서 2% 안정적 물가상승률 달성에 대한 확신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NIRP 종료시 단기금리는 현행 3층 구조인 당좌예금이 1층 또는 2층 구조로 전환되면서 0~0.1% 범위에서 움직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경기 회복세가 강하지 않은 가운데 물가상승률 둔화, 국내외정치적불확실성 등이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중기(`25년) 물가상승률(신선식품 제외) 전망 컨센서스는 1.6% 수준이다 .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려면 물가상승률 목표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미국, 유럽 등과 달리 기대 인플레이션이 2%에 고정되지 않은 가운데 하반기에는 실질금리 상승으로 금융상황의 완화정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당좌예금잔고가 518조엔에 달하는 가운데 큰 폭의 금리인상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일본은행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3. 양적, 질적 완화정책
2% 물가목표 달성 판단 시에는 오버슈트형 커미트먼트[소비자물가(신선식품 제외) 상승률이안정적으로2%를상회할 때까지 본원통화를 확대공급]도 수정될 전망이다. 다만 일본은행의 시장영향을 감안시 보유잔액의 급격한 축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된다. YCC 유연화 조치에도 불구 국채금리가 1%를 넘지 않고 있는 것은 오버슈트형 커미트먼트 하에서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이 가시화되면 오버슈트형 커미트먼트를 포함한 모든 금융완화조치들을 재검토할 것임을 시사한다. 다만 중도매각 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정부 지출의 국채 의존도가 30%를 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일본은행이 보유잔액을 빠르게 축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사점
하방위험에 취약한 일본경제와 일본은행의 막대한 보유자산은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일본은행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YCC 유연화 과정은 서프라이즈에 가까웠지만 최근 일본은행은 NIRP 종료 이후의 금융정책 경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방위험에 취약한 일본경제 상황과 일본은행의 막대한 보유자산 규모는 양적긴축 등 통화정책 정상화 추진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일본은행 통화정책 정상화 시의 시장 영향에 대한 경계감이 높은 가운데 국채시장은 금융정책 기대 변화에 따른 변동성 확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완화적금융환경 유지 시 엔저가 지속되고 자산시장이 과열될 수 있는 점도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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