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주의해야 할 리스크
1. 정책 피벗 리스크와 유가
금리인하 시점 지연과 유가 추가 상승
미 경기 연착륙 흐름 속에 유로 및 중국 경기의 바닥 탈출 등 2분기 글로벌 거시환경은 금융시장에는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여지가 있다. 여기에 2분기 미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시작, 즉 통화정책 피벗 본격화는 유동성측면에서도 경기와 금융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양호한 분위기 속에 경계해야 할 리스크는 역시 정책 피벗관련 리스크가 아닌가 싶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격언이 있듯이 금리인하 기대감은 주식시장에 상당부문 선반영된 재료이다.
따라서 2분기중 시장 기대와 다른 정책 피벗 흐름이 나타날 경우 정책 피벗 기대감이 리스크로 돌변할 수 있다. 즉, 2분기 물가 둔화 속도가 연준 눈 높이에 못 미칠 경우 금리인하 시점이 당연히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는 금융시장에 큰 악재가 될 것이다.
특히, 미국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달러화 초강세와 신용스프레드 반등이 글로벌 주식시장 조정 폭을 확대시킬 것이다. 가뜩이나 일부에서 증시 과열을 언급하고 있어 정책 피벗 지연이 자칫 큰 악재가 될 잠재 위험이 크다. 주식뿐만 아니라 각종 위험사산, 특히 가상화폐시장에도 큰 악재가 될 것이다.
유가 흐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급불안 및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등으로 유가가 이미 80달러 초반대까지 상승했다. 유가가 다시 80달러 후반 혹은 90달러대까지 상승할 경우 물가압력과 함께 피벗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2분기 재차 부각될 잠재 위험이 큰 부동산 PF 등 신용 리스크와 더불어 더딘 내수 경기 회복 리스크를 주목해야 한다. 이들 리스크가 달러-원 환율의 추가 급등으로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촉발시킬 것이다.
2. WGBI 편입 불발,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
3회 연속 실패, 외국인 플로우 유의
한국 국채시장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또 실패했다. 3월 27일 FTSE 러셀은 채권시장 국가분류를 발표했고, 한국의 국채지수 관찰대상국(Watch list) 지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 22년 9월 처음으로 WGBI 관찰대상국 등재된 이후 23년 3월, 9월 및 24년 3월까지 연속 3차례 편입에 실패한 것이다.
과거 한국의 WGBI 편입 실패 원인은 국제예탁결제 시스템 부재와 외환시장 제도 개선 미흡 가지로 추정되어 왔으며, 이 중 국제예탁결제 시스템은 지난 22일 확정(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되며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시장 접근성이 제고된 경험이 있다.
다만 남은 과제인 외환시장 제도 개선의 경우 외국 금융기관(RFI)의 외환시장 직접 참여 및 개장시간 연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외환시장 구조개선’ 시행안이 올해 7월로 예정되어 있어 이번 평가에 미흡 요인으로 지적되었을 것이다. 다음 편입 결정시기는 9월이며, 그 전까지 외환시장 구조개선 시행이 본격화될 경우 WGBI 가능성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문제는 WGBI 편입 기대에 사전적으로 유입된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의 단기 유출 가능성이다. WGBI 관찰대상국 등재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 채권자금 누적 유입액은 8조원 수준이며 듀레이션은 기존 4년에서 6년으로 확대됐다. 다만 유출입 플로우를 보면 1차 편입실패(23.3월) 이후 꾸준히 순유입되는 흐름을 보였으나, 2차 편입실패(23.9월) 이후 부터는 순유입의 정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원화채권 시장에서 외국인의 재투자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WGBI 편입 실패에 따른 단기 실망감까지 중첩될 경우 현재 투자잔고 240조원 가량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정체 혹은 추가 유출이 발생한다면 국내 채권시장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포지션 비중이 높은 중장기물의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3. 많이 오른 주가 레벨 부담
미국도 한국도 EPS가 더 올라가야
1분기 글로벌 증시는 강세를 보였으나, 다양한 리스크 역시 잔존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물가 재상승 우려, 상업부동산 등 크레딧 리스크 가능성, 미 대선 불확실성 등 리스크는 다양하지만, 주식시장에서 가장 부담인 것은 역시 많이 오른 주가 레벨일 것이다. 밸류에이션이 다 올라온 만큼, 이제는 미국도 한국도 EPS가 더 올라가야 지수가 더 갈 수 있다.
미국 증시는 빅테크 기업 주가가 쉬는 반도체가 지수를 견인했는데, 이제 반도체는 엔비디아 외 기업의 이익 추정치 상향이 필요하고, 빅테크 기업은 AI 기대감을 비즈니스 모델과 매출로 보여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한국 증시는 더 오르려면 올해 못 올랐던 삼성전자나 IT 하드웨어 등 선진국 경기 민감주로 상승해야 할 것이다. 4월 초 삼성전자 1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해 전망치 상향이 기대된다. 소재/중국소비재 등 중국 경기 관련 기업의 실적 개선 가능성도 필요하다.
그러나 금리인하 시작 이후 추가 인하가 빠르지 않을 것이고 경제도 기대와 달리 실상은 그리 강하지는 않을 수 있는 점이 걱정스럽다. 미국 경제는 올해 점차 하강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EPS 추정치 성장률은 높아 실적 미스 가능성이 있다. AI 랠리에 이어 금리인하 모멘텀이 나타나며 미 증시는 올해 내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고 한국 증시도 2,800pt 가까이 상승했다. 기대와는 달리 금리인하가 오히려 증시의 고점을 만들 가능성을 유의해야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4. 과도한 레버리티 투자 경계
우호적 환경 이어지나, 예정된 변동성 요인 잔존
2월 물가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물가에 대한 경계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6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는 유효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SVB, NYCB 때와 같이 혹여 문제가 생기더라도 문제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가 따라올 것이란 믿음이 투자심리를 지지하고 있다. 이에 가격 조정 속에서도 자금이 유입되며 지수의 신고가 행진은 이어지고 있고 개인투자자 서베이 (AAII), 기관투자자 (NAAIM) 노출지수 역시 양호한 흐름 지속 중에있다.
긍정적인 분위기 속 엔비디아 (반도체), 가상화폐 관련, 테슬라 등 테마/종목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순매수 행진은 지속되고 있다. 우호적인 투자환경과 예정된 금리인하를 고려할 때 이어지는 매수세는 이해가 되는 흐름이다. 더불어 최근 한달간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았을 때 반도체, 비트코인 선물, 테슬라, 엔비디아 관련 레버리지 상품이 상위권에 위치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레버리지 상품은 추세 상승이 기대될 때 접근 가능한 상품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조정 시 매수대응을 넘어 이들 테마의 추세 상승을 점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월 들어 가격부담 높아진 상황에서 AI, 반도체 등 1분기 주도테마의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하여 금리인하 기대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은 곧 2월과 같은 물가부담으로 이어져 가격 조정이 나타날 여지도 있다. 추세상승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특히 2분기, ‘레버리지’는 경계해야 할 투자방법이라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5. 1분기 실적 시즌 변동성 주의
금리인하 기대감과 경기개선 기대감도 변동 가능
연초 금리 인하 기대감과 밸류업 정책 모멘텀, 3월 비둘기적 FOMC를 지나오며 코스피 지수는 2,750pt까지 상승 후 강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반도체, 밸류업 수혜주 중심으로 쏠림현상이 심한 상태이며, 2024년 이익 기준 P/E가 11.8배까지 올라오면서 밸류에이션 부담 역시 존재하는 상황이다.
중/단기 모멘텀을 확인할 수 있는 20일 이동평균선과 업황을 대변하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기준으로 섹터별 기업들의 주가를 봤을 때 현 시장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일 이동평균선을 상회하는 종목 수 비율이 50%를 초과하는 섹터로는 금융, 상사/자본재, 반도체, 조선으로 조선을 제외하고는 밸류업 정책 모멘텀 및 AI 모멘텀의 수혜 섹터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IT가전, IT하드웨어, 철강, 호텔/레저 등 경기민감 섹터의 200일 이동평균선 상회 비율은 20~30% 수준으로 경기에 대해 시장참여자들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특징적인 점은 중단기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 20일 이동평균선을 기준으로 봤을 때, 반도체 섹터의 중단기 추세는 여전하나 금융 및 자동차 섹터가 하위를 차지하며 밸류업 모멘텀이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증시를 견인하던 두 개의 기둥 중 하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증시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호조세가 지금껏 부진했던 섹터들로 확산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기 개선 기대감 확대 및 이익전망치 상향이 필요하다. 최근 섹터별 ER을 봤을 때 IT하드웨어, 철강, 호텔/레저의 이익전망 반등 나타났으나 여타 섹터는 부진한 상황. 올해 있을 금리 인하 기대감이 경기 개선 기대감→이익 전망 상향→밸류에이션 부담 완화로 이어질지 여부에 주목해야할 시점이다. 이에 1분기 실적 시즌 속 주가 변동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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