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와 철근 가격 디커플링
구리와 철근 가격
과거 흐름을 보면 중국에서 구리와 철근 현물 가격은 거의 동행했다. 중국 경제가 고성장을 보였던 ‘10~’15년에는 가격이 거의 동일하게 움직였고, 2016년부터는 부동산 경기 반등 및 철강 구조조정에 철근 가격 상승폭이 구리보다 컸으나 방향성은 동일했다. 이는 두 원자재의 가격과 방향성이 모두 중국 경제 성장과 최종 수요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2023년부터 구리와 철근의 가격 디커플링이 나타나더니, 올해에는 급기야 디커플링의 진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구리 가격 상승 : 공급 축소 기대
중국의 구리 소비량은 매년 꾸준히 늘었다. 특히 태양광, 전기차 등 신성장 산업육 성에 힘입어 ‘22년 중국의 구리 소비량은 1,484만톤으로 ‘10년의 738만톤 대비 2배 증가했다. 전세계 구리 소비 비중도 ‘10년의 38%에서 ‘22년 57%까지 늘었다. 그러다보니 중국 경기를 반영하는 위안화 환율과 LME 구리 3개월 선도 가격도 과거 커플링 현상이 강했다.
그러나 ‘23년부터 위안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구리 선물 가격 하방 압력은 제한적이었고, 오히려 작년 말부터는 위안화와의 디커플링 움직임이 강해졌다. 이는 구리 가격이 중국 경기와의 상관성이 점차 약해지고 있음을 설명한다. 다시 말해 최근 구리 가격 상승을 중국의 수요 회복으로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최근 구리 가격 상승은 유의미한 수요 회복보다는 구리 광석의 공급 축소, 제련 수수료 하락에 따른 중국 제련소의 자발적 감산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는 생각이다.
① 구리 광석 공급 감소
작년 하반기부터 구리 광석의 공급 감소가 시작됐다. 파마나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구리 광산 개발에 위헌 판단을 내리며 Cobre(전세계 구리 광석 공급의 1.5%) 폐쇄 작업에 착수했다. 또한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 등 광산업체들도 광석 등급 하락, 물류 차질 등을 이유로 생산 목표를 하향했다. 이로 인해 약 50~60만톤(약 전체의 3%)의 구리 광석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② 제련소 감산 기대
이에 중국 제련소들의 감산 기대가 부각됐다. 중국의 구리 제련업체들은 그동안 정부 주도로 구리 제련능력을 꾸준히 확충해 왔다. 올해에도 약 61만톤(+7% YoY)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기업의 신규 캐파가 ‘23년 4분기와 올해 초 가동 예정이어서 구리 광석 공급 축소 환경은 제련수수료의 하락을 심화시켰다. 3/22일 기준 중국 구리 제련수수료는 톤당 10.9달러를 기록하며 작년 고점(9월) 의 1/9 토막이 났다.
유례없는 업황에 대응하기 위해 3월 중순 19개 제련소 경영진이 모여 제련소 유지보수 조기 시행 또는 기간 연장, 가동률 조정, 신규 제련소 가동 연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아직 중국의 세부적인 감산량과 기간은 알려진 바가 없지만, 사상 최저에 달하는 제련 수수료로 올해 중국 내 정광 생산량은 크게 증가하기 어려울 것이란 기대가 구리 가격 상승을 견인했던 것이다
철근 가격 하락 : 부동산 경기 부진
구리 가격 상승에 비해 철근 가격은 연초대비 8.3% 하락했고,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철광석 선물가격도 연초대비 18% 급락했다(3/25 기준). 이는 중국 내 인프 라와 부동산 등 건설 투자 수요가 예상처럼 빠르게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1~2월 중국 부동산 투자의 선행지표인 신규착공 면적은 전년동기대비 31.3% 급락했고, 작년에 고성장세를 보였던 완공면적도 1~2월 전년동기대비 21.3% 감소했다. 인프라 투자 또한 지방정부 부채로 연초 일부 프로젝트 진행이 중단되며 건설업 PMI가 소폭 하락했다.
이에 반해 중국 내 조강 생산량은 ‘23년 전년대비 소폭 증가하며 ‘21년부터 시작된 감산 기조가 약해졌다. 수요 부진 속 공급 증가로 철근 가격은 하락하며 구리와의 디커플링 심화를 초래했다.
구리 가격 조정되나
정리하면, 올해 구리와 철근 가격의 디커플링 심화는 1) 아직 수요 회복보단 공급 축소에 따른 기대감이 크고, 2) 중국 내 제조업과 부동산 경기의 디커플링 심화를 의미한다.
단기적으로 구리 가격은 조정 국면을 거칠 전망이다. 공급 축소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이 상당 부분 반영된 가운데 중국 구리와 철광석 재고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상해거래소의 구리 선물 재고는 이미 21.5만톤(3/26) 으로 ‘23년 7월 이후의 최고치까지 상승했다.
철근 재고도 13.9만톤까지 늘었고, 시중 현물 재고까지 합치면 약 948만톤으로 지난 1년의 평균 수준을 상회 중이다. 이는 춘절 이후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음을 설명하므로 상승폭이 일부 되돌림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구리 가격의 상승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구리는 태양광, 전기차 생산 등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이며, 최근에는 AI 붐과 관련한 전력 망 수요와 미국의 건설투자 확대까지 가세하고 있다. 한편 남미의 구리 광석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전세계 주요 제련소들의 평균 생산비용이 상승하면서 제련능력 확대도 과거만큼 빠르게 하기 어렵다.
또한 중국 기업들도 2분기부터 유지보수에 집중하며 약 29만톤(작년 동기간 25만톤)의 생산이 중단될 것이며, 낮은 제련 수수료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통제 계획이 추후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어 공급 축소가 확대될 소지도 남아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환경도 가격 상승에 유리하다.
그 외, 수요 측면에서 중국의 설비 교체가 본격화 된다면 구리 가격의 추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은 내수를 진작하고 제조업의 산업 고도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3월 13일 ‘설비 교체 및 내구재 이구환신’ 정책을 발표했다. 이 중 설비 교체 정책은 이번에 새롭게 출시되어 정책 효과가 이구환신에 비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정책에서는 ‘27년까지 설비투자를 ‘23년의 25%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경우 ‘24~’27년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약 5.7%로 추산되는데, 이는 지난 4년(‘20~’23년)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 -0.1% 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설비 교체 수요가 본격화 된다면 구리 가격 상승에 모멘텀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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