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구리 가격 전망
최근 구리 가격 하락 배경
2022년 말 중국의 방역 정책 완화 기대 및 미국 긴축 속도 조절 기대 속에 25% 넘게 상승한 구리 가격은 얼마 가지 못하고 상승 모멘텀을 잃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2분기부터 약화된 결과다. 하반기부터 리오프닝 효과 소멸 속에 부동산 개발업자 비구이위안 디폴트 우려 증대 속에 중국 경제 비관론이 커져갔다.
2023년 들어 구리 수급은 공급 우위가 심화됐다. 세계 정련 구리 생산량 증대로 구리 공급은 6% 증가했다. 과거 10년 평균 증가율(2.9%)을 2배 넘게 웃돌았다. 같은해 세계 수요도 전년대비 3.4% 증가해 평균 증가율(2.8%)을 상회했으나 공급 증가폭이 커 공급 과잉을 피할 수 없었다.
부진한 수요와 달리 구리 재고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LME와 SHFE 구리 재고 는 5년 이상 감소하고 있다. 작년 재고 부족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구리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멈추기도 했다. 거래소 재고 감소에 따른 실물 수급 우려가 재고 비축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진 까닭이다.
문제는 구리 재고가 감소하고 있지만 실수요 측면에서 재고를 나타내는 출고예정재고(cancelled warrant) 역시 감소해 재고 비축 수요를 자극하기 힘든 환경이다. 중국 경기 회복이 부진하고 부동산 중심의 투자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영향이 크다. 실수요 유입이 제한되면서 구리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았다
1. 구리 수요 환경 점검(중국)
구리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의 구리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부문은 발전 설비 부문으로 중국 구리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작년 중국의 발전 설비는 10% 이상 증가했다. 중국 발전설비 중 화력 발전 설비 증가율은 4%대로 일정한 데 비 해 풍력과 태양광 설비가 20% 넘게 증가했다
중국은 2030년 이전에 탄소배출량 정점을 기록한 후 206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 비전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수력, 풍력,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투자 확대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설비에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구리 수요 역시 전력 생산 부문에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발전 다음으로 가전제품 생산이 구리 수요에 중요하다. 대략 중국 수요의 15%를 차지한다. 중국 가전 생산량은 재작년 부진에서 탈피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증가폭은 둔화되나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의 내구재 소비 회복에 부응하여 생산 증가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자동차 판매대수가 급증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어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신에너지차의 내수 및 수출 증가가 자동차 시장을 견인 한 영향이다. 중국은 자동차산업의 첨단 제조 역량 제고를 위해 질적 발전을 추진하는 한편 자동차 구매 제한 조치를 더욱 완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자국 내 자동차 보급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며 전력 충전 등 저장 통합 네트워크 건설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에 투입되는 구리의 양은 내연기관차 대비 2배 이상 많다. 파리 기후 협정 목표를 고려한 지속가능발전 시나리오에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 경우 2030년에는 전기차 분야에서 구리에 대한 수요가 2020년 대비 100배 넘게 증가할 것이라 는 분석도 나온다.
2. 구리 수요 환경 점검(미국)
미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세계 구리 수요의 8%에 불과하다. 구리 사용이 많은 자본집약적 산업은 해외 공장으로 이전돼 있으며 첨단산업 중심으로 제조 기지가 형성된 까닭이다. 미국에서 구리 수요가 가장 큰 부문은 건물 건설로 전체 수요의 절반을 차지한다.
미국의 주택 경기가 미국의 구리 수요에 영향을 미치며 가격 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구리는 건설 산업에서 배선, 파이프, 지붕 등 에 널리 사용된다. 미국 NAHB 주택시장 지수를 통해 살펴본 주택 경기는 저점을 통과했다. 다만 들쭉날쭉한 흐름 속에 기준치를 하회하고 있어 회복 강도는 미약하다.
신규 주택 착공과 허가 건수 역시 장기 추세를 밑돈다. 신규 주택 허가 건수는 일반적으로 주택 착공 건수를 1~3개월 선행하지만 건축 허가가 주택 착공으로 항상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주택 착공 건수는 건축 허가 건수 대비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허가 건수의 증가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 주택 건설은 구리 수요의 중립적 영향이 예상된다.
미국 산업기계에 투입되는 구리 비중이 약 9%다. 공급망 재구축에 따른 투자 확 대가 구리 수요에 우호적이나 전체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신규 수요가 증 대되는 효과는 상존하나 절대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 경기 회복 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프라 투자와 별개로 장비투자 확대는 제한적이다. 아직까지는 미국발 수요가 구리 가격을 움직이기엔 제한적 이다.
3. 구리 공급환경 점검
지금까지 구리 채굴량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 왔다. 작년 구리 채굴량은 약 2,232만톤으로 전년대비 1.1% 증가했다. 작년 1분기부터 세계 구리 채굴 증가율은 점차 둔화해 왔다. 구리 채굴 상위 4개국은 칠레, 페루, 미국, 중국이다. 이들 국가의 구리 채굴량은 전체의 56%를 차지한다. 이 중 칠레와 미국의 생산량 증가폭은 제한됐다. 구리 생산 확대는 페루와 중국의 채굴량 증대가 컸다.
칠레의 경우 채굴 비용이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작년에는 폭우로 인해 채굴을 중단한 날이 많았다. 여기에 더해 광석 품질 저하, 물 부족, 엄격해진 허가 절차 등으로 생산 증가 전망은 제한적이다. 미국 역시 최근 고금리 장기화로 자본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신규 광산을 개발하는 속도가 더디다. 여기에 더해 기 개발된 광산의 채산성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세계 구리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세계 10위 권 광산의 폐쇄와 생산 중단 등이 그 이유이다. 파나마 정부는 지난해 12월 8일 캐나다 업체인 퍼스트퀀텀미네랄(FQM)이 운영해 온 코브레 파나마 광산 생산을 중단하라고 공식 명령했다. 그동안 광산 운영을 둘러싼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며 사상자가 발생한 곳이다. 이 광산은 연간 40만톤의 구리를 생산할 수 있다.
4. 구리 가격 전망 : 하방경직적
구리는 공급 우위 국면이 해소되고 있다. 중국 중심으로 수요가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올해 구리 수요 급증은 제한된다. 한편 공급 둔화에 대한 기대는 이어진다. 중국의 수요가 향후 구리의 방향성을 결정하겠다.
최근 중국 경제지표가 양호함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부동산 경기 부진은 여전하다. 중국 부동산 판매가가 소폭 상승했음에도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대비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부동산 판매 건수도 감소 추세다. 부동산 시장 반등 전까지 중국의 실물경기 회복 모멘텀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중국의 미가공 구리 수입도 재고 재비축 수요로 증가했으나 경기 회복이 이어지지 않는 한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정부의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고 정책 효과의 시차까지 고려한다면 당장 경기 회복에 확신을 갖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2월 중국의 동행지표가 발표되기까지 구리 가격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세계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가 유입되며 구리 가격은 하방경직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Zion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인프라 시장은 2020년 3.1조달러 규모에서 2028년 5.9조달러로 성장해 연평균 11% 성 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신흥국의 경기가 확장세를 보이며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탈탄소, 탄소 중 립을 목표로 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며 화석 에너지 기반의 인프라에서 재생에너지 인프라로의 변화가 경제 성장의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이에 각국에서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로의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구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가 구리 가격 하단을 뒷받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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