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대외 불안에 1,400원 근접
최근 환율 상승 배경
연준의 긴축 경계가 재차 고조되며 강 달러가 심화됐다. 연초 이후 미국의 견조한 경기가 3월 고용지표로 재확인됐다. 3월 소비자물가마저 1~2월에 이어서 프라이즈를 기록하며 긴축 경계를 자극했다. 3월 FOMC 회의에서 고용과 무관하게 물가 안정 시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무색해졌다.
지정학적 위험이 부상했다. 지난 주말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반격에 나서며 전면전 우려가 확산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세계 원유 해상 교역량의 30%에 달하는 물량이 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경계가 고조됐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피해 우려가 동반됐다.
한동안 지속될 달러 강세
1. 지정학적 리스크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며 이스라엘-이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주요 산유국이 아니지만 이란은 일일 318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고, 확전 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원유 공급을 무기로 삼을 수 있어 유가 급등 가능성이 상존한다.
물론 WTI가 배럴당 $90을 넘어서면 원유 수요도 위축되기 때문에(전고점은 9/27 $93 수준) 이를 상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며,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베이스 시나리오로 삼고 있지 않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악화된다면 봉쇄를 재검토할 수 있으며 수시로 선박 나포 등을 통해 위협을 가할 수 있어 공급 차질 경계감이 고유가 국면을 장기화시킬 소지가 있다.
문제는 고유가로 인해 2분기 미국의 인플레이션 경로가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2분기 중 $85 수준을 유지한다면 전년비 유가 상승률은 4월 7%, 5월 19%, 6월 21%에 이르며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의 상승을 이끌 것이다. 이는 즉 7월 FOMC(7/30~31)까지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을 얻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올해 9월과 12월 두 차례로 전망을 변경한 IB들도 나타나고 있다.
2. ECB와 기타 선진국 중앙은행 독자적 움직임
연준과 발맞춰 금리 인하에 나서려던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자국의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금리 인하를 미룰 수 없어졌다. 미국은 노동생산성이 증가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지만 유럽을 비롯한 나머지 국가들은 생산성이 약화되고 고금리가 내수 경기를 제약하고 있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되돌릴 필요가 있다.
ECB는 4월 통화정책회의에서 6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고, BOE도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왔다. 독립성을 강조할수록 자국 경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며, 이는 즉 연말까지 각국의 금리 인하 폭이 미국보다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에 4분기 경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던 금리차 요인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여 미 달러의 강세 흐름이 연내 이어질 공산이 크다.
3. 연말까지 강세 이어진다
달러-원 환율은 금일(4/15) 종가 기준 1,384원을 기록하며 1차 저항선이었던 1,380원을 넘어선 만큼 단기적으로 1,400원대 진입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는 과정 속에서 환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특히 4월은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 수요로 인해 계절적으로 달러 유출 가능성이 높은 달이기 때문에 상단을 높여 잡을 필요가 있다.
또한 계절적 상승 요인이 해소된 뒤에도 ECB, BOE 등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가 독립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미 연준의 금리 인하는 3분기 경으로 밀리고 금리 인하 횟수가 2회로 제한되면서 달러-원 환율은 연말까지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4분기 미국 대선 경계감도 유효하다.
환율 단기 변동성 경계해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될 우려가 잠재한다. 좀 더 간단히 정리해보자.
1. 글로벌 수요
미국의 6월 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ECB는 지난주 회의에서 6월 인하에 무게를 둬 미국과 비미국 간 펀더멘탈 격차를 재확인했다. 미국의 수요 둔화 또는 제조업 중심으로 비미국의 수요 개선이 확인되기 전까지 강 달러 압력이 유지될 공산이 크다.
2. 지정학적 리스크
이스라엘과 이란의 국지전을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한다. 공급 충격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국제유가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된다. 다만 지정학 불확실성이 유가 하단을 지지한다.
3. 계절적 요인
4월은 계절적으로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상존한다. 외국인 배당금 지급액이 가장 큰 삼성전자(1.1조원, 4/19), 기아(0.9조원, 4/15), 현대차(0.7조원, 4/19) 등 4월 3~4째주 일정이 집중된다.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은 외국인들의 역송금 수요를 한층 자극할 수 있다.
연초 이후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내수와 에너지 가격 변동성 확대로 미국 펀더 멘탈 우위가 재확인됐다. 기존 전망과 달리 연내 1,200원대 도달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는다면 2분기 중 원/달러 고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1,400원대에 머물렀던 2022년 하반기는 대외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팽배하고, 무역적자가 연일 확대됐던 시기다. 단기적으로 오버슈팅에 1,400원을 상회할 수 있으나 지속성은 떨어진다고 본다. 양호한 미국 수요의 온기는 비미국으로 확산돼 2분기 중순 이후 비미국의 순환적 회복과 함께 달러화 쏠림은 완화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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