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 이슈 요약/국제 경제 관련 이야기

고환율, 과거와는 무엇이 다른가. 환율 전망과 대처 방안

by 00년 새내기 2024. 4. 17.
728x90

 

고환율에 대한 트라우마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14일 달러-원 환율이 1,394.5원(전일대비 +10.5원)으로 마감했지만 장중 달러-원 환율이 17개월만에 1,400원을 터치했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기록한 것은 IMF,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 연준 금리인상과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태(소위 랜드 사태) 그리고 이번을 포함해 4차례에 불과하다.

 

역사상으로 1,400원 환율 4차례

 

과거 고환율 사태와 차이점

 

이번을 제외한 앞서 3차례의 사례를 보듯 사실상 국내 신용위기거나 글로벌 위기 국면이었다는 점에서 1,400원이 주는 공포심이 클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국내의 경우 ‘IMF 위기=환율 급등’이라는 트라우마가 있어 주가 급락보다도 환율 급등에 대해 금융시장이나 정부 당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관심은 1,400원 환율은 이전 트라우마 혹은 위기를 재소환시킬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인데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는 이전 1,400원 환율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다는 판단이다.

 

 

① 리스크 차이

가장 큰 차이점은 신용리스크 혹은 자금경색 리스크 차이다.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이전 1,400원 환율이 신용위기가 동반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급등했던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2022년 당시에도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에 따른 신용위기와 함께 국내적으로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발 신용리스크가 현실화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우려는 있지만 신용위기가 크게 현실화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신용스프레드는 하향 안정 추세다. 이전 1,400원 달러-원 환율 국면에서 미국 신용스프레드가 급격히 상승하던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신용위험 강도

 

② 경기사이클

두번째는 경기사이클이다. 미국 경기는 예상보다도 더욱 견조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Non-US 경기 역시 저점에서 탈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경기 역시 내수불안 등의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세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1,400원 환율 당시 경기 사이클 위치와는 다른 위치에 있다.

 

경상수지와 달러

 

더욱이 경상수지를 보더라도 과거 1,400원 환율 당시 국내 경상수지 적자 내지 흑자폭이 상당부문 축소된 국면이었지만 현재는 경상수지가 다행히 개선되고 있음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③ 원화만의 약세 아니다

세번째, 원화만의 약세가 아니라는 점이다. 달러-엔 환율도 155엔 수준에 근접하고 있고 달러-위안 환율도 상승하는 등 사실상 비달러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달러-원 환율의 급등 현상을 과도한 위험으로 해석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몇일간 순매도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 셀 코리아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음도 외국인 역시 원화의 약세가 한국만의 고유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300x250

 

추세적 변화 인정해야

마지막으로 추세적으로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러-원 환율 수준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 경제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면서 경제 호조와 더불어 달러화 가치도 상승했다. 이는 원화를 포함한 비달러 통화 가치 수준을 전반적으로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요약하면 1,400원 환율은 금융시장입장에서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시그널일 수 있지만 이전과 같이 위기로 이어지는 바로미터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분명히 경계심을 가져야 할 환율 수준이지만 과도한 공포심에 사로잡혀서도 안될 것이다.

 

 

환율 전망 업데이트

 

당분간은 당장의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도, 지정학적 리스크의 해소를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달러와 원자재의 추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해당 이벤트를 일차적으로 소화한 뒤 중장기적으로는 수요 측면에서 눈높이 키맞추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시 말해, 1) 외환시장이 리플레이션을 프라이싱하거나 2) 원자재시장이 인플레이션을 프라이싱하는 상황이 나타나겠다. 시나리오별 전망은 다음과 같다.

 

① 외환시장의 리플레이션 프라이싱

외환시장의 리플레이션은 곧 주요국 인하사이클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경기 개선 기대감이 확대됨을 의미한다. 이 경우, 지금까지 미국의 나홀로 성장이 두드러진 것과 달리, 여타 국가들의 경기 기대가 커지며 위험자산 선호가 나타날 전망이다. 따라서 연준 외 중앙은행들이 인하를 개시할 당시에는 금리 하락에 따른 달러대비 통화 절하가 나타나겠으나 차츰 절하폭을 축소하며 달러가 약세 전환하겠다.

 

② 원자재시장 인플레이션 프라이싱

원자재시장의 인플레이션은 곧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영향력 확대를 의미한다. 이 경우, 공급차질 우려로 상승한 원자재 가격과 달리 수요 전망이 상향조정되지 않으면서 원자재 가격이 반락할 여지가 커진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물가상승률 둔화에 따른 연준의 인하 기대를 자극하고, 달러는 레벨다운하겠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달러의 레벨 다운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다시 말해, 달러 스마일 곡선 상 양극단에 위치한 현재 상황에서 저점으로의 이동을 예상한다. 다만 특별한 리스크를 가정하지 않은 채, 미국 경기의 아웃퍼폼 과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는 지속될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달러가 절하되더라도 달러인덱스 기준 100 이상에서 유지되며 제한적인 약달러가 나타날 전망이다

 

③ 현재 환율은 다소 오버슈팅

달러/원은 4월 15일 한국시장에서 1,384.0원으로 마감되었다. 3월말 1,347.3원대 비 36.74원 상승, 2.65% 절하된 수준이다. 미국 3월 CPI 서프라이즈에 따른 글로벌 강달러 영향이 컸다. 그러나 4월 금통위가 다소 중립적으로 해석됨에도 불구하고 회의 결과 확인 후 일시에 역외 원화 매도까지 쏟아지며 일순간에 1,380원대 까지 상승했다.

 

현재의 환율 레벨이 상승한 점, 그리고 연준 인하 횟수에 대한 하우스뷰 조정(기존 7월부터 4회 > 변경 9월부터 3회)을 반영한다면 기존 달러인덱스 2분기 바닥 이후 반등이었던 견해를 3분기 바닥 이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대선에 가까워지는 점, 그리고 여전히 주요국 중 미국의 경기모멘텀이 우위인 한편, 여타국 대비 적은 연준의 인하 횟수 전망에 따라 내외 금리차가 확대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달러 스마일

 

고환율 대처 방안

 

“금융시장은 미인대회”라는 격언이 있다. 경제학자 케인즈가 제시한 이 ‘미인 투표’라는 개념은 미인을 선발하는 투표에 참여하게 됐을 때 투표자 본인 기준에서 가장 미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전체 투표자들이 가장 미인이라고 생각할 만한 후보자에게 투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시장 참여자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믿음을 갖다 보니, 그 과정 에서 “자기실현적 예언”이 강화되면서 환율 오버슈팅이 나오고 있다.

 

단기간에 환율이 위로 크게 튄 성격이 있으므로, 일정부분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6월 FOMC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당국의 대규모 실개입이 있지 않는 이상 빠르게 하향 안정되기 보다는 1,300원대 레벨에서 당분간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고환율 = 주식시장 악재”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현재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주식비중을 줄이고 갈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수출기업 주목

반도체, 자동차, 기계 등 수출 업종들에게는 현재와 같은 고환율은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과거 고환율 시기는 리먼 파산, 버블 붕괴와 같은 초대형 위기가 수반된 시기였던 반면, 현재는 전반적인 한국 펀더멘털이 양호한 상태이기에 오히려 기업 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직관적으로 환율 효과를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의 올해 연간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대략 1,290~1,300원 레벨로 추정된다(기업들이 주로 참고하는 한국금융연구원의 ‘24년 원/달러 환율 전망치가 1,297원). 블룸버그 컨센서스 상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봐도 비슷한데 2분기말 원/달러 환율 컨센서스는 1,320원대로 형성됐다. 적어도 1~2분기까지 는 수출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환율 효과가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연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시차를 두고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달러 등 해외 통화 수출 금액 확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KDI의 환율 변동이 수출입과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2022.10)’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1% 상승 시 단기적으로 수 출은 0.5%, 수입은 0.7% 감소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수출이 0.5% 증가하며 수입은 0.3%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된 점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채산성 악화 리스크

물론 수출 부진 및 수입 증가로 무역수지가 악화되서 발생하는 원/달러 환율은 기업들의 채산성을 약화시킬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무역수지는 10개월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수입물가는 3월 기준 -0.7%(YoY)를 기록하는 등 과거 무역수지 적자 및 수입물가 상승시기에 나타난 원화 약세 당시와 차별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 미국 경기 전망이 노랜딩 내러티브로 바뀌고 있으며, 중국의 지표도 최악을 벗어나는 등 핵심 고객국가인 G2의 제조업 수입 수요 호전은 한국의 수출 및 이익 모멘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참고해볼 만하다.

 

 

이 같은 환율 효과는 반도체 등 IT, 자동차, 기계와 같은 업종을 중심으로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 2019년말 KITA 데이터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률 변동요인(매출 증가율-매출원가 증가율, 2010~2019년)을 분석해보면, 원/달러 환율 10% 상승 시 제조업체 전반에 걸쳐 영업이익률이 평균 1.3%p 개선됐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이 “수입 원재료비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률 감소”를 만들어내는 영향보다 “수출액 증가에 따른 영업 이익률 개선”을 만들어내는 영향이 컸다는 의미이다. 이중 기계 및 장비(3.5%p),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2.5%p), 운송장비 (2.4%P) 순으로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개선폭이 높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수출 비중은 높지만 수입 중간비 비중은 낮은 업종).

 

조정 국면 활용한 전략 필요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오버슈팅된 측면이 있지만 조기에 1,200원대로 레벨 다운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과거의 고환율 시기와 달리, 무역수지 흑자 기조이며 주요 교역국의 경기 모멘텀도 양호한 상황 속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이는 국내 수출 업종들로 하여금 환율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며, IT, 자동차, 기계 업종을 중심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률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이 국내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구간에 있지만, 이 같은 변동성 국면을 활용해 상기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전략이 현 시점에서는 대안이 될 것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