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 : 달러 약세에 편승하지 못하는 원화
원달러 환율, 당분간 1,300원대 유지될 가능성 높다.
최근 원화의 상대적 약세는 선명하다. 3월 초 은행위기 발발 이후로 연준 금리인하 기대 상승에 달러가 약세를 보여왔지만 원화 환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더 나아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원화의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1,300원대 유지는 기본이고 1,300원대 후반까지 추가 상승할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어떠한 근거로 이러한 전망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1. 은행 위기로 디레버리지 압력 상승
실리콘밸리뱅크 파산 이후 야기됐던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는 정책당국의 발 빠른 대응으로 완화되었다. 다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의 조치가 향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기에 예금자들은 자신의 예금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지키려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중소은행에서 대형 은행으로 예금 이동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고 예금 자체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추가로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정책에 대한 피봇 전망은 증가하고 있지만 연준이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양적 긴축의 종료에 대해서는 언급이 크지 않다. 현재 미국의 M2 통화량은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며 이는 대부분 은행 예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적 긴축과 예금 감소가 향후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과 은행 위기 이후 미국 은행의 대출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의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2. 수출 부진 심화와 무역 적자 지속
한국의 수출이 전년비 10%대 감소율을 유지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13개월 연속으로 발생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부담이 많이 줄었지만 수출 위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아직 침체 상황까지 가지 않았음에도 수출이 전년대비 10%대 감소율을 지속하는 것은 IT 수출 부진,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미비 등이 크다.
특히 중국향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최근 6개월 연속으로 전년비 -20%가 넘는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2개월은 -30%대로 그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리오프닝으로 중국 내수가 조금 개선되는 징후를 보이고 있음에도 한국의 중국향 수출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단순히 중국의 경기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미국의 대중국 기술 패권 견제가 자리 잡고 있기에 중국향 수출이 단기간에 반등하기가 어렵다.
중국만큼이나 수출 비중이 높은 미국향 수출 역시 증가 추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이 연초 보여주었던 견고한 경제 체력이 지속적인 긴축적 통화정책의 누적효과와 은행위기로 인해 흔들리고 있으며 최근 고용 지표들은 오히려 경기 둔화를 가리키고 있기에, 미국향 수출 역시 감소 혹은 증가세가 상당부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추가로 OPEC+ 의 감산 발표 등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에 그나마 안정 추세를 보였던 에너지 수입부담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3. 다시 벌어진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
4월 금통위에서 정책금리 동결이 결정되면서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 폭은 1.5%p 를 유지했지만 5월 FOMC 회의에서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정책 금리 역전 폭은 1.75% p로 확대된다. 정책금리 역전 폭 확대가 반드시 원화 약세 압력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원화 가치에 부담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정책금리 역전 폭이 1.75%p 보다 확대될 잠재적 우려가 원화 가치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미 연준이 5월 추가 금리인상 이후 금리인상 사이클을 중단할 개연성이 크지만 하반기 들어서 국내의 경우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4. 4월,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 시즌
한편 4월은 배당금 지급이 집중되는 시기이다.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늘어나며 달러-원 환율의 상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 한국 경상수지 내에서 배당 지급과 같은 투자 소득을 포함하고 있는 본원소득수지는 2012년 이후 매년 4월마다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해 왔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한국은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동반 적자를 보이고 있으며 이번 달은 본원소득수지까지 가세하며 달러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외국인 국내 주식 매수세도 약화되고 있어 수급상 부담이 상존한다. 달 러-원 환율은 단기적으로 1,300원대에 머물며 변동성 장세를 지속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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