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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한국 부동산 PF 구조의 문제점과 시사점

by 00년 새내기 2024. 1. 12.

 

한국 부동산 PF 문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자율이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부동산 PF의 부실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부실 문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부동산 PF 구조의 문제점

 

최근 이자율이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부동산 PF발 부실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부동산 PF에서 저축은행이나 건설사의 역할은 축소된 반면 증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상호금융기관, 새마을금고, P2P업체 등의 역할은 확대됨에 따라 이들 금융기관의 부실에 대한 우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자율 상승과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부동산 PF의 부실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다른 나라와는 다른 특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1.  시행사의 자금력 부족

부동산개발은 토지매입과 인허가 단계, 개발과 분양이 시작되는 시공 및 공사 단계, 준공 후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부동산개발업자로 등록하여 부동산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데 보통 총사업자금의 5%에서 10% 수준의 적은 자본금으로 토지매입을 시도한다.

 

대표적인 우리나라 거주용 부동산인 아파트 개발사업의 경우 시행사가 총사업자금의 10% 정도를 출자하여 초기 사업비와 토지매입금의 일부로 사용하고, 토지매입 금액의 70%에서 90% 이상은 금융기관 의 브릿지론을 이용하여 조달한다.

 

 

2. 미국의 부동산 개발 방식

반면 미국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부동산개발 방식이 발달하여 있는데 일반적으로 시행사가 GP(General Partner), 투자자가 LP(Limited Partner)로 참여하는 LLC(Limited Liability Company)를 구성하고 총사업비의 20%에서 30% 정도 수준의 초기 자본금을 마련한다.

 

토지매입을 위한 담보대출의 경우 LTV는 40%에서 50% 정도 수준인데 이는 미국의 경우 PF 같은 비소구 대출의 LTV를 최대 6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한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시장에서 형성된 수준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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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나라와 미국의 차이

얼핏 보면 사업 초기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아 토지를 구입하는 구조는 우리나라와 미국이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시행사(혹은 시행사가 설립하는 SPC)의 초기 자금력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단계에서 조달하는 본PF의 자금으로 토지구입자금을 상환하는 반면 미국은 LLC 등이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확보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고 토지 담보를 해제한 후 건설자금만 조달한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본PF가 건설자금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브릿지론의 상환재원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본PF 단계에서의 자금조달 부담이 크고 유사시 각 대출의 대출기관이나 투자자 간 위험이 전이될 위험 또한 크다.

 

한국과 미국의 부동산개발사업 자금조달 흐름도

 

 

4. 수(受) 분양자 자금으로 사업비 충당

우리나라 부동산 PF가 미국 등 주요국의 PF와 또 다른 큰 차이점은 수분양자의 자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규모 주거용 부동산개발은 보통 착공 직후 선분양이 이뤄지는데 수분양자의 계약금과 중도금대출의 상당 부분이 사업비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수분양자는 토지 및 건물의 담보권에 있어 대주단과 우선순위가 비슷하게 되며, 수분양자 보호를 위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으로 인해 대주단은 유사시 보증기관에 담보물의 소유권을 이전해야하는 등 온전한 담보권 확보가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과거 주택가격 상승 기간에 수분양자가 분양권 취득을 통해 이익을 얻어왔기 때문에 분양권 취득 시 가격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수분양자가 줄어들어 사업비 조달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되며, 미분양 비율이 너무 높은 경우 공사가 중단되기까지 한다.

 

 

5.  한국과 미국의 분양형 PF 차이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에도 선분양 방식의 부동산개발이 존재하는데, 수분양자의 자금을 사업비로 활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수분양자의 중도금 납입이 없으며, 수분양자는 분양 물건 5%에서 10% 수준의 계약금만 지불하는데 이는 보통 제3기관에 예치되고 사업비로 사용되지 않는다.

 

또한 분양계약은 개인 간의 계약으로 보아 개인이 계약금에 대해 사적 보험을 들도록 하고 있어 보증기관에 담보물에 대한 권리가 이전되지 않는다.

 

미국의 분양형 콘도미니엄 사업의 경우 건설자금 대출 시 대주단이 50% 이상의 선분양비율을 요구하는데 선분양은 사업비 확보 목적이 아닌 사업성을 증명하는 용도로 선분양비율이 높을수록 대출 이자율도 낮아진다.

 

따라서 수분양자의 자금 이 건설자금으로 쓰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대출기관이 토지와 건물에 대한 담보권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한국과 미국의 분양형 PF 사업 자금조달 비교

 

6.  부동산 PF와 신용보강 제도

PF는 기본적으로 미래의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자금조달 방식이지만 미국의 부동산개발 역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금융기관이 건설자금 대출 시 담보 및 신용보강을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순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이고 자산의 상당 부분이 유동자산인 보증인을 요구하는데, 보통 매입한 토지와 모기업의 자산 등이 담보로 제공되며, 상업용부동산 개발의 경우에는 사업성에 기초한 금융기관 등의 투자확약(Take-out Commitment)을 기반으로 건설자금 대출이 실행된다.

 

또한 필요에 따라 금융기관 등이 신용공여를 제공하기도 하며, 보증회사(Surety Company)를 통해 건설에 대한 지급보증(Payment Bond)이나 이행보증(Performance Bond) 등을 약정하거나 유동화증권 발행 시 스폰서 은행 등이 유동성 및 신용공여, 채권보증회사(monoline)가 보증을 통해 신용등급을 높이기도 한다.

 

7.  한국 신용보강 제도

우리나라 부동산개발 역시 개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양한 신용보강이 동반되는데 글로벌 금융위 기 이후 신용보강 주체가 다양해지기는 했으나 책임준공확약 등 시공사의 신용보강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큰 차이가 있다.

 

특히 기술했듯이 우리나라 본PF의 대주단은 토지비용 상환, 수분양자 자금의 사업비 사용 등으로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온전한 담보권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신용보강을 더욱 요구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급보증 등 시공사의 직접적 신용보강은 많이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시공사의 신용도에 대한 의존도는 높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브릿지론이나 PF의 대주단은 시공사의 신용등급, 시공능력평가순위 등을 토대로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시공사의 책임준공이나 조건부 채무인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유동화증권 발행 시에도 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이 시공사의 신용등급과 연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증권사가 제공하는 매입보증 등은 시행주체나 시공사의 신용등급 하락 시 의무가 면책되는 구조인 경우가 많다.

 

 

시사점

 

미국과 우리나라의 부동산 PF 비교를 통해 시사점을 도출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부동산개발 환경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먼저 개발 수요 측면에서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대단지의 주거용 부동산개발이 많지 않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수분양자의 자금까지 동원하여 사업비를 조달할 필요가 없는 측면이 있다.

 

1.  한국 PF 구조의 문제

미국의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 개발 등에서도 수분양자의 자금을 사용하지 않는 점이나 우리나라 수분양자의 자금도 결국 금융기관에서 조달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PF 구조의 문제는 개발 규모 대비 금융시장의 자금 부족의 문제라기보다는 대규모 개발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다양한 투자자나 기관의 부족 문제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2.  미국 PF 구조의 리스크 분산

미국의 경우 사모펀드, 개인투자조합, 연기금, 리츠(REITs) 등의 부동산 투자가 활발하고, 자본력이 충분한 시행사와 함께 유한책임회사(LLC),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을 설립하여 초기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시장이 발달되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초기 투자자가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고, 시행주체는 전체 개발비의 20%에서 30% 수준까지 자금확보가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행사가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시행사의 적은 자본금만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분양자와 시공사 등이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3.  한국의 PF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따라서 우리나라 부동산 PF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행사의 자본요건을 강화하고,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 구조를 유도하여 부동산개발의 초기자본을 확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브릿지론과 본PF 사이의 상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초기 자기자본으로 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매입하고 이를 담보로 공사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주체의 자본력을 높여야 손실이 발생했을 때 사업참여 주체가 이를 우선적으로 감당할 수 있어 부동산 PF 부실로 파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초기 자본금의 확충뿐 아니라 부동산 PF사업에 대한 평가를 사업성 자체에 대한 평가 중심으로 정착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PF에서는 자금조달이나 대출채권의 유동화 시 시공사의 신용등급과 신용보강이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작용하는 등 사업성보다는 시공사의 신용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반면 미국의 투자자나 금융기관은 모기업 등의 신용보강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향후 임대 수입이나 선분양비율을 통해 확인한 수요 등을 투자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본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주거용 부동산개발 시 선분양비율을 줄이거나 중도금 납입 비중을 축소하여 수분양자의 자금이 사업비로 사용되는 것을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대규모 주거단지 위주의 부동산 개발 환경과 부동산금융 시장의 발달 정도, 소비자의 개발이익에 대한 선호 등을 고려할 때 전면적인 후분양 전환 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선분양비율을 축소하고, 중도금 비중을 줄여나가 토지 및 부동산의 담보가치와 개발이익에 대한 평가에 기반한 부동산금융이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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