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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부동산 PF 위기의 원인과 문제점, 우리나라의 기형적 PF 구조

by 00년 새내기 2024. 6. 21.

 

부동산 PF 위기

최근 부동산PF(Project Financing) 문제가 우리 경제의 중대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9년에 100조원 미만이었던 PF 익스포저(대출+보증)는 4년 만에 160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토지담보대출과 새마을금고 대출 등 유사 PF 대출을 포함하면 무려 230조원에 이른다(금융감독원, 2024. 5). 

 

연도별 부동산 PF 익스포져

 

 

지난해 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20개 이상의 종합건설사가 파산하기도 했다. PF 위기가 금융시스템뿐 아니라 건설업 등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PF 보증을 확대하고 긴급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단기적 처방을 시행하고 있다.

 

고질적인 부동산 PF 문제

 

그런데 부동산PF 문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지난 십수 년간 고질적으로 반복된 문제이다. 30여개 저축은행이 뱅크런으로 무너지고 10만명 이상의 고객이 손실을 입었던 2011년 저축은행 위기도 PF 부실이 주요 원인이었다.

 

2013년에도 PF 익스포저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면서 위기 대응이 요구되었고, 2019년에는 증권사가 PF사업에 제공한 대규모 채무보증이 문제가 되었으며, 2022년에는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채권시장이 경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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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문제의 원인

 

이처럼 PF는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에 위기를 초래하면서도 근본적인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부동산PF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로 대표되는 낙후된 재무구조에 있다.

 

① 낮은 자기자본

사업주체인 시행사는 일반적으로 총사업비의 3%에 불과한 극히 적은 자본을 투입하고 나머지 97%는 빚을 내서 PF사업을 추진한다. 최근 3 년 내(2021~23년) 추진된 총액 100조원 규모의 PF사업장 300여 개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개별 사업장에 필요한 총사업비는 평균 3,749억원이었지만 시행사는 자기자본을 118억원(3.2%)만 투입하고 나머지 대부분인 3,631억원(96.8%)은 빌린 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부동산 PF 자본구조

 

각 사업장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자기자본비율은 주거용(2.9%)이 상업용(4.3%)보다 낮았고, 지방(2.3%)이 수도권(3.9%)보다 낮았다. 이처럼 심각한 부채 의존도는 비단 최근만의 현상이 아니며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현상이다. 15년 전인 2009년에 주요 4대 은행이 보유했던 부동산PF 대출 464 건(주택PF는 366건)을 조사한 결과, 자기자본비율은 주택PF의 경우 4.2%였고 비주택PF의 경우 6.0%에 불과했다.

 

② 높은 보증의존도

부동산PF 사업은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고 위험한 반면 사업주체의 자기자본 투입은 이처럼 적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에는 금융회사가 선뜻 PF대출을 내주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시행사로부터 공사계약을 수주한 건설사가 PF대출의 상환을 사실상 보증하며, 책임준공확약이라는 약정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건물을 준공할 것을 약속한다.

 

 

부동산 PF 사업구조

 

 

공사 과정에서 시행사가 공사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으면 건설사는 자체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준공을 해내야 한다. 책임준공확약에는 시행사가 PF대출을 미상환하면 건설사가 대신 상환한다는 조건이 부가된 경우도 많다.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낮거나 중소형 건설사인 경우 부동산신탁사나 증권사가 보증을 서기도 한다

 

③ 해외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선진국에서는 부동산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이 30~40% 수준으로 높다. 미국에서는 금융회사가 PF대출을 취급할 때 자기자본이 총사업비의 최소 3분의 1(즉, 33%) 이상이 될 것을 요구한다. 사업성에 따라 자기자본비율이 조금 더 낮아도 대출이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20% 이하인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시행사가 자기자본을 전액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시행사는 전체 자기자본의 최소 10%를 직접 투입하고 나머지 최대 90%의 자기자본은 리츠(부동산 간접 투자회사), 연기금, 건설사, 금융회사 등 다른 지분투자자를 유치하여 조달한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자기자본을 통해 토지를 미리 확보한 후 공사비만 PF대출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미국에서 PF대출은 대부분 건설자금 대출을 의미한다. 토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받은 다음 공사비만을 조달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이다.

 

국가별 부동산 PF 자본구조

 

 

네덜란드에서는 시행사가 토지 확보 후 건축허가권을 취득한 후에야 비로소 은행 대출이 가능하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시행사의 자기자본이 극히 적기 때문에 토지비 대부분과 공사비 및 기타비용 전체를 PF대출을 통해 조달한다. 

 

자기자본으로는 토지비의 10% 수준인 토지 계약금 정도만 충당하고, 토지비의 대부분인 토지 잔금은 브릿지론을 일으켜 지불한다. 이후 인허가를 취득하고 착공하는 시점에서 브릿지론을 본PF 대출로 차환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인허가에 실패하거나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본PF로의 차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실이 발생하는 반면, 주요국에서는 자기자본으로 토지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차환 리스크가 없다.

 

한편, 해외 주요국에서는 시행사가 아닌 제3자가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사업주체인 시행사는 자신의 다른 자산을 활용하여 유사시 대출을 상환하기로 약정한다. 그러나 건설사 등 제3자는 사업주체가 아니므로 일반적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하지 않는다. 단지 건설사는 기일 안에 건물을 준공하기로 약정할 뿐이다. 

 

 

이러한 책임준공 의무는 공사대금이 제때 지급된다는 조건하에 공사의무를 이행한다는 것에 불과하므로, 공사대금이 지급되지 않더라도 무조건 준공을 해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시행사의 채무까지 대신 변제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책임준공확약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저자본, 고보증 구조의 문제점

 

그렇다면,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를 초래할까? 

 

① 시행사의 영세화

먼저 시행사의 영세화가 지속되어 시행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 예컨대 시행사는 총사업비 4천억원짜리 대규모 개발사업에 자기자본을 100억원만 투입하고 개발 완료 시 최대 수백억원의 배당을 받는 것이다. 투입 자본은 적고 수익성은 이처럼 높기 때문에 소위 한탕을 노리는 행태가 나타나고 수많은 영세 시행사가 난립하기도 한다.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의 문제점

 

2020년 기준 등록된 시행사는 무려 6만개 이상이다. 자본력을 갖추고 부동산개발 경험을 장기간 축적한 신뢰할 수 있는 대형 시행사가 출현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② 개발사업 사업성 평가 부실화

저자본 · 고보증 구조는 개발사업의 사업성 평가를 부실화시키기도 한다. 부동산개발 사업은 고위험 사업이므로 사업성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사업성은 누가 가장 잘 평가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자기 돈을 내고 위험한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투자자나 채권자가 가장 열심히 사업성을 평가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시행사가 자본확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지분투자자를 유치하지 않는다. 

 

사업성을 열심히 평가할 지분투자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믿을 만한 대형 건설사, 부동산신탁사 또는 증권사 등이 대출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기 때문에, 은행 등 금융기관은 거액을 빌려주면서도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없다. 전문평가기관인 신용평가사는 보통 사업주체의 의뢰를 받고 사업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의뢰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 현실적으로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기 어렵다

 

 

③ 거시 변동성 확대

제대로 된 사업성 평가 없이 제3자의 보증에 의존하여 대출이 이루어지면서 거시변동성이 확대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보증이 있기 때문에 사업성 등 미시적 디테일은 대출에서 크게 고려되지 않는 반면, 금리 · 부동산경기 등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거시변수가 주로 고려되면서 거시적 호경기에는 대출이 몰리고 불경기에는 대출이 급락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연도별 부동산 PF 익스포져

 

실제로 PF 익스포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간 장기 추세대비 연평균 26%(15조원) 급증했고, 2011년 저축은행 위기 이후 2019년까지 연평 균 13%(8조원) 급락했다가, 코로나19 위기 이후 2022년까지 다시 장기 추세 대비 연평균 10%(13조원) 급등했으며,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도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된 핵심 리스크는 경기에 따른 이러한 변동성에 있다고 진단했다(OCC, 2022)

 


④ 묻지마 투자 초래

개별 금융회사 입장에서 보증은 미시건전성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이른바 '묻지마 투자(no-question-asked-investment)’를 초래하면서 거시건전성을 훼손하고 시스템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비근한 예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주택저당 증권(MBS)에 제공된 지급보증이 있다.

 

당시 많은 금융회사가 MBS의 기초자산인 서브프라임 대출의 건전성을 제대로 평가하지도 않은 채 이러한 지급보증을 믿고 MBS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결국 기초자산이 부실화되자 이 같은 대규모 투자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면서 금융위기가 일어났다

 


⑤ 시스템 리스크의 사회화

저자본 · 고보증 구조는 사업성 평가 부실, 묻지마 투자, 거시 변동성 확대를 통해 결국 시스템리스크를 초래하면서 위험을 사회화한다. 부실이 발생하면 소규모 시행사는 이미 망하고 없다. 보증을 제공한 건설사가 대출을 모두 갚아야 한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않은 건설사는 태영건설처럼 무너지고 만다. 건설사가 대출 상환에 실패하면 대출을 제공한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훼손된다. 

 

 

 

이처럼 건설업과 금융업을 포괄하는 시스템리스크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불가피하게 PF대출을 보증하고 긴급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직간접적인 공적자금을 사용하게 된다. 시행사의 실패가 납세자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레고랜드 사태처럼 PF대출을 담보로 발행한 증권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투자자는 손실을 입고 채권 발행사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기형적 PF 구조를 갖게 된 이유

 

우리나라는 어떠한 이유로 선진국과 달리 저자본 · 고보증의 기형적 PF 구조를 갖게 되었을까? 주요국이든 우리나라든 시행사는 자본투입을 최소화하길 원한다. 지분투자자를 유치하면 개발이익을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주요국에서는 사업주체의 자본이 충분하지 않으면 PF사업을 추진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이 부족해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주요국과 우리나라의 재무구조 차이를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일본, 호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PF대출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원칙에 맞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충분하지 않으면 PF사업의 추진 자체가 불가능 하다. PF는 참가자의 신용도가 아닌 사업 자체의 사업성에 기초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실적으로 보증이 필요한 경우에도 사업주체만 보증을 제공할 뿐 제3자가 보증하지 않는다. 사업성이나 차주의 상환능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사업주체의 자기자본이므로, 금융회사는 대출 심사 과정에서 30% 수준의 자기자본 투입을 당연하게 요구한다

 

 

① PF 도입시의 특수성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i) 'PF 도입 당시의 특수성’과 (ii) '선분양 관련 제도’로 인해 시행사가 최소한의 자본을 투입하고 보증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900% 수준이었던 건설사의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고 요구하면서 건설사가 개발사업을 직접 시행하여 자기 이름으로 대규모 부채를 부담할 수 없어진 것이 PF 도입의 주요 원인이었다. 

 

그런데 당시 시행사는 매우 영세하고 지분투자자도 없었던 반면 건설사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에, 시행사가 대출받고 건설사가 보증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PF가 출발한 것이다

 

 

② 선분양 관련 제도

저자본 · 고보증 구조는 선분양과 관련된 제도로 인해 더욱 강화되었다. 우리 나라는 아파트 등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선분양할 때 수분양자가 납입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공사비로 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 공사비는 수분양자 자금으로 충당하고 토지비만 조달하면 되므로, 총사업비 중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아야 하는 금액이 크게 줄기 때문에 자본을 적게 투입해도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부동산 PF 사업구조

 

③ HUG의 분양보증 요건

한편, 시행사가 수분양자 자금을 활용하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런데 HUG는 분양보증의 전제조건으로 시행사의 '조건부 사업권 양도’를 요구한다. 이는 사업주체의 부도 등의 사유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는 '분양보증사고’가 발생하면 시행사가 갖고 있던 사업부지와 건축 중인 건물 등 일체의 권리를 HUG에 양도하되, PF대출 채무는 양도하지 않는다는 약정이다. 

 

따라서 PF대출을 제공한 금융회사는 유사시 아무 담보도 없이 HUG에 비해 사실상 후순위 채권자가 되기 때문에, 사전에 건설사 등의 보증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더욱이 HUG는 분양보증의 또 다른 요건으로 HUG가 수분양자에게 부담하는 채무를 건설사가 연대보증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수분양자 자금 활용 과정에서 제3자의 보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시행사가 굳이 많은 자본을 투입하지 않아도 보증에 의존하여 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PF, 개선될 수 있을까

 

부동산PF는 2011년 저축은행 위기부터 최근까지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이 되어 왔으나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업주체가 3% 수준의 극히 적은 자본을 투입하고 나머지 97%는 건설사 등 제3자 보증에 의존하여 빚을 내는 구조가 문제의 핵심 원인이다. 주요 선진국 어디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향후 자본을 확충하고 보증을 줄이는 방향으로 PF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부동산PF 종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부동산PF는 사업장별 재무자료와 사업성에 관한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 자기자본 비율이 5%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견은 선행연구, 언론, 업계 등을 통해 주류의견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공식적인 최근 통계에 기반한 관찰 결과는 아니다. 

 

국토교통부, 금융당국, 신용평가사, HUG, 부동산신탁사 등 어느 곳도 모든 사업장에 대해 체계적인 재무 및 사업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있다. 좋은 정책을 마련하려면 문제를 발견하는 '눈’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모두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눈’이 없어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상시적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부실이 터진 이후에야 비로소 땜질식 처방만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향후 모든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사업장별·회사별 재무 및 사업 정보 그리고 사업 완료 후 성공 여부와 수익성에 대한 정보를 상시적으로 수집하여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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