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 스위스 사태, SVB와는 격이 다른 충격
크레디트 스위스(CS) 글로벌 금융시장에 강한 충격
글로 증시 주요 지수는 크레디트 스위스 위기에 매우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급락하여 10년 만기 국채가 한때 연 3.39%까지 폭락했고 2년 물도 3.7%대까지 주저앉았다. 불과 며칠 전에 각각 4%와 5%에 도달했던 국채 금리가 매우 높은 변동성을 보인 셈이다. 스위스 정부가 필요시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며 개입의사를 밝히며 사태가 다소 진정되었으니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1.SVB와는 다른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의 위기는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해 11월 뽑은 40대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에 속해있다. 이는 쉽게 말해 해당 은행에 문제가 생길 경우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가 되며 금융위기를 야기하고 글로벌 경제에 큰 위협에 되는 곳을 말한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이 40대 은행 중에서도 미국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스위스의 UBS와 동급으로 평가받는다. 사실상 지역은행에 불과한 SVB와는 비교가 될 수 없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크레디트 스위스의 자산규모는 약 5,750억 달러이며 2021년 말 장외파생상품이 15조 7,000억 달러, 갚아야 하는 채권이 약 2,500억 달러이다.
그렇기에 글로벌 거래 측면에서 크레디트 스위스 부실 시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BNP파리바는 크레디트 스위스가 상대방인 파생상품 계약의 갱신을 중단한다고 일부 고객들에게 통보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8월 만기 채권은 액면가의 절반 이하로 폭락한 상태고 CDS 프리미엄은 한때 UBS의 18배, 도이치뱅크의 9배에 달했다.
2.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의 배경
크레디트 스위스의 재정 문제는 지난해부터 화두가 되어 왔다. 구조조정과 사업 모델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장 환경으로 대규모 손실이 누적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지난 8월 무디스는 신용 등급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신용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부각되어 왔다.
특히 2021년 3월 그린실 캐피털 파산과 아케고스 캐피탈 사태로 대규모 투자손실이 나는 등 리스크 관리 실패가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으며, 범죄자 비밀 계좌 개설, 미행 스캔들 등 도덕적인 문제도 불거지면서 문제가 확산되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0월 결국 사우디 국립은행에 9.9% 지분을 매각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지난 주 발표를 앞두고 미국 증권거래 위원회의 요청으로 연기되었던 연례 보고서 발표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재무 보고에 대한 그룹 내부 통제가 효과적이지 않았으며 이러한 중대적 결함을 개선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3. 크레디트 스위스의 파산 위험
하지만 이러한 위험 속에서도 실제로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의 파산을 점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우선, 지난 10월 사우디 국립은행에 지분 매각 후 급직적인 구조조정과 대규모 뱅크런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재무제표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비록 투자 심리가 위축되었으나, 파산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이유이다. 추가로 스위스 정부가 크레디트 스위스 안정화를 위한 옵션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더불어 스위스 중앙은행이 필요한 경우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끈 모양새이다.
4. 크레디트 스위스 진행 전망
어떤 과정을 겪어서라도 크레디트 스위스가 다시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향후 금융상황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의 여진이 지속돼 다른 유럽계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글로벌 여신 회수, 대출 축소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매우 유사하다. 개별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익스포져를 줄이며 긴축적 행보를 이어가고 이로 인해 시중의 유동성이 떨어져 전반적인 성장과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은행들은 신용 제공을 줄이고 소비자들은 지출을 꺼리며 기업들은 투자를 미룬다. 금융위기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수요파괴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우선 스위스 당국의 발 빠른 개입으로 최소한의 안전판은 만들어졌다.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다만 추후에도 "누적된 긴축 효과"가 곳곳에서 발생함에 따라, 여타 은행들에서 이번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와 더불어 유동성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5.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 이후 금융시장의 방향
최초 언론 보도 이후 금융시장이 매우 흔들렸지만 정부와 중앙은행 등 금융당국들이 08년 금융위기에 비해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신규 대형 돌발 악재로 발전할 가능성은 작아졌다. 이런 관점에서 금일 예정되어 있는 ECB의 통화정책회의는 시장의 중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지난달 예고했던 대로 ECB가 50bp 인상을 단행할지, 또 은행권 위기에 대한 ECB의 진단과 대응은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FOMC 전까지는 SVB 사태의 여진과 크레디트 스위스 발 추가적인 금융 불안 등 은행권 위기 우려와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 지원에 대한 기대심리가 혼재되면서, 변동성이 높은 주가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고려했을 때 연준 입장에서도 긴축 속도조절의 정당성을 상당 부분 확보해가고 있는 만큼(인플레이션 하락, 경기 모멘텀 취약 등), 3 월 FOMC 에서 25bp 인상 등 기존에 비해 덜 매파적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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