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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통화정책 전환, 엔화와 일본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

by 00년 새내기 2023. 12. 13.

일본은행 통화정책 전환 시사


최근 일본은행(BOJ)이 장기간 유지해 온 금융완화 정책의 전환(출구 전략)을 시사하면서 일본 엔화는 금리 상승을 동반한 강세를 시현했다. BOJ의 주요 인사들도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엔화의 향방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격적 통화정책 전환 행보


BOJ의 주요 인사인 히미노 부총재는 12/6일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판별하여 출구 타이밍과 추진 방법을 적절히 판단할 경우 가계와 기업에 광범위하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에다 총재는 12월 7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 '통화 및 금융조절에 관한 반기 보고'에서 연말부터 통화정책 운영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총재와 부총재의 발언이 보도된 이후 최근 BOJ가 보인 일련의 행보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장기금리 상승, 엔화 강세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

 

엔화에 미칠 영향


BOJ가 출구전략을 추진하더라도, 중기적 통화정책 경로의 변화 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향후 엔화 강세의 기대가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① 통화정책 경로


앞으로 BOJ의 행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적극적으로 출구 전략 선반영이 시도되겠으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 예상 시점은 여전히 24년 2분기가 우세하다.

조만간 열릴 BOJ 금융정책결정회의는 출구전략 포워드가이던스가 제시되는 등 중요한 발표가 있을 변곡점으로 간주되는 분위기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 전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에 대한 검토의 시작을 알리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BOJ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 YCC 종료, 추가 금리 인상 등 이미 예상되던 조치들의 선후관계 및 시점을 명확히 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시장의 BOJ 통화정책에 대한 예상경로 변화 폭은 크지 않을 소지가 있다. 블룸버그는 일본 노사 임금협상이 일단락되는 24년 4월을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 시점으로 보기도 했다.

② 환율 예상경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 이후 BOJ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뚜렷하게 자리잡지 않은 상태임을 감안하면 이번 회의 이후에도 달러/엔의 예상경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엔의 환율전망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대내 여건(BOJ 출구전략)보다 대외 여건(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이기에 실질적으로 BOJ의 출구전략이 환율 전망과 경로를 크게 바꾸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달러/엔 환율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한 만큼 BOJ가 강도 높은 출구전략 계획을 발표하지 않는 한 추가 하락은 제한될 전망이다.

일본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


① 일본 주식시장의 모멘텀


글로벌 매크로 관점에서 금년 일본 주식시장을 견인한 가장 강력한 모멘텀은 꺾이지 않는 미국의 강한 경기였다. 내수 동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강한 미국 경기는 일본 기업이익의 P와 Q를 동시에 지탱해 줬다.

강한 수요가 인플레와 결부되면서 전개된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은 달러 강세와 엔저를 촉발했고, 일본 수출 기업들은 강 달러와 미국의 강한 수요를 이익 개선으로 치환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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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의 초완화정책은 2023년 일본 주식시장의 랠리를 만든 유일무이하고 가장 강력한 힘은 아니다. 2016년 이래 BOJ가 마이너스 금리와 YCC를 비롯한 초완 화정책을 구사해 왔음에도 일본은 2022년까지 글로벌 주식시장의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2023년 주식시장이 상승할 수 있었던 대전제임은 분명하다. 다른 주요국들의 고강도 긴축 와중에도 끈질기게 밀어붙였던 통화완화는 30년 만에 가장 낮은 엔화 가치를 조성하면서 수출 경기를 부양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모멘텀인 미국의 경우, 경기는 여전히 견고하다. 다만 디스인플레 기조와 연착륙 기대가 자리 잡으면서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가 부상한다. 시장의 기대대로 미-일 통화정책 기조가 흘러간다면 추가적인 엔화 약세는 저지될 공산이 크다. 요약하면 ‘강한 미국’이라는 가장 중요한 모멘텀은 여전히 양호하지만, 초완화정책과 엔화 약세라는 대전제는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② 아직은 엔저가 필요한 주식시장


일본 주식시장은 엔저가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임금 상승률과 소비심리가 개선됐다지만 아직까지 내수는 미약하다. 이를 대변하는 사실이 일본 내수 GDP가 1분기 이후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는 점이다.

일본 경기를 지탱하고 있는 건 여전히 수출이다. 일본의 기업이익은 수출과 강한 동행성을 갖는다(상관계수 78%). 현시점에서의 엔화 강세 반전은 경기와 기업이익 회복세 둔화를 의미한다.


수출의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와 주식시장에 아직 엔저가 절실한 이유가 뚜렷하다. 일본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지만 지난 10년간 일본의 수출 물량은 늘어난 것이 없다.


이는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 물량이 지난 2년간 20% 급감한 영향도 크지만, 일본이 수출 호황을 보이고 있는 대미국, 대유럽 수출 물량도 팬데믹 이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는 것은 동일하다.

BOJ가 정책 정상화를 밟으면서 엔화가 강세로 반전하더라도 당장 대외수요가 반등하면서 수출이 지탱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 경기야 나쁘지 않다지만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중국과 유럽의 경기 모멘텀은 여전히 부진하다.


혹여나 미국의 물가가 안정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연준의 피벗과 달러 약세 압력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 시나리오에서 BOJ는 정책을 정상화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러한 상황은 BOJ 위원들에게 경기와 물가 안정 둘 중 하나를 강요하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한다. 물론 언젠가 정상화 수순을 밟아야 하겠지만, 수출기업과 주식시장을 생각하면 지금은 적당한 시기가 아니다.

이들도 수출에서 내수로 온기가 완전히 확산되지 못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BOJ가 연말연초 정상화를 타진하더라도 엔화를 급격한 강세로 보낼 만큼의 급진적 정상화는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정책 회수 속도는 점진적일 공산이 크다

③ 매크로보다는 종목


일본 주식시장의 기업이익은 주요국에서 가장 좋다. TOPIX의 12MF EPS는 지난 6개월간 8.2% 올랐고, 이는 미국/유럽/신흥시장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익수정 비율은 8월 이후 꾸준히 (+)권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과 2025년 EPS 컨센서스도 상향되고 있다. 대다수 종목들의 이익 전망이 개선되는 것은 일본 주식시장이 그동안 ‘매크로’가 좋았던 장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30년 만의 엔저 덕이다.

지금까지 일본 시장은 ‘매크로’가 좋은 장이었지만, 연말연초 통화정책 정상화를 둘러싸고 딜레마에 빠진 BOJ와 금융시장의 이견이 좁혀질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익에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엔/달러 환율과 주식시장은 방향성을 잡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분간 ‘마이크로’의 힘이 우세해지면서 종목 장세로 전개될 공산이 커 보인다. 모멘텀을 갖춘 업종들로 압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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