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가 지수 동향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가지수(HSCEI : H지수)는 코로나 이전 고점 시기인 2018.01.26일 대비 현재 12월 11일 기준 약 59% 하락했다. 이에 반해 중국 본토의 상해종합지수는 16% 하락하여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HSCEI(Hang Seng China Enterprises Index) 지수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기업 가운데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많은 50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기반으로 산출되는 지수이며 동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에 영업기반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항셍 지수(Hang Seng Index)는 홍콩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82개 기업으로 구성)로 원래는 홍콩 기업을 바탕으로 지수를 산출하였으나,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들도 점차 지수에 편입되면서 중국 본토 기업들의 지수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홍콩의 H지수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ELS의 벤치마크로 주로 활용됨에 따라 H지수의 급락은 ELS 투자자들의 손실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홍콩 H지수 하락 원인
홍콩 H지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중국상해 종합지수와 큰 괴리를 보이는 것은 H지수 주요 구성종목 등 고유요인, 주요 투자자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시각 차이, 중국 당국의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기인한다.
① H 지수 고유 요인
2021년 이후 중국 부동산 기업 이슈가 부각되고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면서 H지수는 빠르게 하락했다. 해외자본 조달 등을 위해 홍콩에만 상장되어 있던 에버그란데, 컨트리가든 등 초대형 부동산 기업들이 중국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인해 전고점 대비 90% 이상의 주가 하락을 보였다. (21년 고점 대비 누적 주가하락률 : 에버그란데 -98.6%, 컨트리가든 -92.9%)
또한 H지수 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빅테크 기업 등 플랫폼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로 홍콩에만 상장되어 있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초대형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또한 큰 폭으로 하락했다. (21년 고점 대비 누적 주가하락률 : 텐센트 -56.5%, 알리바바 -74.2%)
아울러 H지수는 성장주인 IT 기업 비중이 37%로 상해지수 9.8%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글로벌 유동성 긴축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② 투자자별 시각 차이
홍콩 주식시장의 주요 투자자인 외국인들은 중국 경제의 성장지속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여 익스포져를 축소한 것이 H지수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자본시장이 완전 자유화된 홍콩 증시 내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은 약 40~50%로 폐쇄적인 중국 본토 시장(약 6%) 대비 훨씬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및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로 인한 중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 저하, 우크라이나 전쟁 및 시진핑 주석 3연임 이후 미중 갈등 심화 가능성 등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러한 대규모 자금이 홍콩 증시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반면 중국 상해 지수의 경우 본토 개인투자자들이 대다수이며, 이들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과 신산업 육성 등에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자국 내 주식에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다.
③ 당국의 부양책 등 정책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의 일환으로 인프라 투자 및 제조업 육성 등을 추진하였는데 주로 본토 상장 기업들이 주로 수혜 대상임에 따라 본토 증시의 낙폭을 H지수에 비해 제한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중국 정부는 고용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지 않은 플랫폼 기업보다는 전기자동차, 반도체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또한 거래세 인하, 국영 금융기관 등을 활용한 주식시장 개입도 지수 방어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
홍콩 H지수 향후 전망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경기(Fundamental)와 할인율(Multiple)이다. 여기에 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수급도 중요한 영향력을 갖는다. 홍콩 H지수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50개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산출되어 펀더멘털과 할인율이 각기 다른 시장을 추종하는 특이한 구조다. 즉, 기업이익은 중국 본토 경기를 추종하고 할인율은 달러 페그제로 인해 연준 통화정책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① 펀더멘털
먼저 펀더멘털 변수부터 살펴보자. 중국 경기는 바닥은 지난 것으로 판단되나 반등에 강한 신뢰를 부여하긴 어려운 구간이다. 실물지표는 불안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제조업 PMI는 반락하며 재차 위축 국면으로 진입했다. H지수는 중화권 증시에서 본토 경기에 가장 민감한 지수다. H지수를 구성하는 시총 상위 업종이 경기소비 (+31.9%), 금융(+23.9%), IT(+21.5%)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플랫폼과 소비재 기업 비중이 늘어나면서 본토 소비심리가 H지수 기업이익 모멘텀을 결정하는 주요 동인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 업종 이익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가 시중은행에게 부동산 업계를 위한 무담보 및 저금리 대출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H지수 이익 전망치 성향 조정이 향후에도 어려워 보이는 이유이다.
② 할인율
홍콩금융관리국은 연준의 긴축 사이클에 대응해 작년 3월 이후 11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급격한 긴축은 할인율 상승과 함께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가져왔다. 펀더멘털이 견고한 미국과 달리 매크로 스트레스에 노출된 H지수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했다. 최근 H지수 약세도 유동성 환경 악화가 주도했다.
홍콩 H지수 상승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달러화의 추세적인 약세다. 달러화 약세는 H지수 밸류에이션과 외국인 수급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다. 연준 긴축 사이클의 종료는 분명 주식시장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겠으나 아직은 되돌림 가능서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홍콩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외한경은 아직 녹록지 않다.
③ 추세 전망
H지수 가격 결정 요인인 1) 본토 경기(EPS)와 2) 긴축 사이클(Multiple)은 공히 우려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 허나, 시기와 강도의 아쉬움은 남아있다. 부양책의 시차를 고려하면 경기의 가파른 반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Hibor 금리도 상하단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연내 H지수는 제한적 등락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밸류에이션 부담은 매우 낮다. 본토와 홍콩에 동시 상장된 기업 간 밸류에이션 차이를 나타내는 A/H프리미엄은 150%로 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홍콩 상장 기업이 본토보다 50% 할인되어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단, 상승 트리거가 부재한 가운데 가격에 기반한 deep-value investing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홍콩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견해
홍콩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H지수의 하락폭이 중국 본토주가지수보다 큰 것은 개별주가 하락요인 이외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향후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화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 본토 내국인 투자자들의 경기 부양책 등에 대한 기대감, 중국 정부의 주가부양 노력 등이 어느 정도 본토 주가지수를 방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 중국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 내 회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최근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이 홍콩 증시와 직접적 관련성이 크지 않아 H지수가 극적으로 예전 수준까지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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