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부 "파월과 연준이 원하는 노동시장은 어떠한가"에서는 증가하는 취업자 수와 임금상승률이 과연 고용시장의 건재함을 의미하는 것인지, 다른 해석을 할 수는 없는 것인지 확인해 보았다. 증가한 취업자 수는 저임금 파트타임인 경우가 많았고 임금상승률은 증가하였으나, 일시적인 수치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과 주간 노동시간은 점차 감소하는 수치를 보인다는 점을 통해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음을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항상 데이터에 근거하여 통화정책을 펼치는 연준이 보기에 수치적으로는 분명 노동시장은 과열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노동시장이 왜 이렇게 과열되었을까. 우선 지난번 살펴보았던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 증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본 후 미국의 노동시장 구조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사업장 조사와 가계 조사와의 차이>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하는 고용지표는 가계조사와 사업장조사로 서로 다른 조사방식을 사용한 설문을 함께 활용한다.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의 증감은 사업장 조사를 바탕으로 집계한다. 즉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그림을 보면 사업장 조사에서 확인되는 취업자수와 가계조사에서 나타나는 취업자 수의 괴리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조사방식과 표본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구조사는 16세 이상의 노동연령에 해당하는 민간인에 대한 질문을 한다. 반면, 사업장조사에서는 연령에 관계없이 고용되어 있는 사람의 수를 조사한다. 또한 가구조사의 조사대상에서는 농업과 비농업, 자영업, 가사도우미 등이 포함되나 사업장조사는 이 중에서 비농업 분야의 취업자 수만 취합한다. 취업자에. 대한 정의의 범위가 가계조사에서 더 넓기 때문에 가계조사의 취업자 수가 사업장 조사의 취업자 수보다 항상 많다. 때문에 미국 노동 통계국은 비교목적으로 가계조사 조정 수치를 사업장 조사 수치와 비교하는데, 이 조정된 수치는 사업장조사 고용 수치와 밀접한 추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때때로 차이가 발생한다.
지난 4월부터 두 조사 간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조정된 가계조사 취업자 수는 4월부터 현재까지 82만개의 신규 일자리 수 증가를 보였으나 사업장 조사를 기준으로는 269269만 개나 늘어났다. 두 지표 간 차이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어째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두 조사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조사의 목적에 있다. 사업장 조사는 신규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나의 가계에 한 명의 노동자가 두 개의 일자리를 가지고 있으면 노동자는 한 명이지만 일자리는 두 개로 카운팅 된다..
결국, 소위 말하는 투잡을 뛰는 노동자가 많을수록 두 조사의 괴리는 커진다. 이 괴리가 커지기 시작한 시점은 4월부터이고, 이 기간에 주로 고용이 증가한 업종은 서비스 업종이다. 서비스 업종 중에서도 레저 및 접객업이다. 1부에서도 보았지만 레저 및 접객 업종의 경우 임금 중윗값이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조금만 더 생각을 진전시켜보자.
최근의 고용 호조는 저임금 일자리(레저 및 접객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가계와 사업장 조사의 차이로 미루어 볼 때 이는 주로 투잡을 뛰는 노동자들의 증가로 이뤄진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투잡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고용 형태는 정규직보다는 파트타임의 형태일 것이다. 고용이 증가한 것은 맞으나, 저임금 파트타임 위주의 증가로 고용의 호조는 다소 과대평가되어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미국의 노동시장 구조는 만성적인 초과수요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임금 노동자가 증가한 이유로 실업률 등이 유지되는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고용시장이 견고하지 않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다만. 최근 일자리가 늘어난 업종 대부분은 리오프닝과 관련된 서비스 업종이며 내년 1분기 이후 리오프닝에 따른 반사수혜 효과가 소멸하고 경기침체가 올 경우 빠르게 구인이 감소하고 고용 계약도 종료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고용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노동시장 구조적 변화 : 노동시장이 과열되는 이유 >
노동시장의 균형은 노동의 공급과 수요에 의해서 결정된다.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은 만성적인 초과수요 상태이다. 아래의 그림을 보자. 붉은 선이 현재 비어있는 일자리 수이며 푸른 선이 노동 가능한 노동자의 숫자이다. 노동시장에서 역사적으로 처음으로 구 인자 수가 구직자 수를 초과하였다. 만성적인 초과 수요일 경우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임금은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높아진 임금은 결국 물가에 묻어나게 되고 인플레이션의 둔화를 어렵게 한다. 만약 노멀 한 노동시장의 상황 속에서 물가의 하락이 지속되고 있을 경우 후행하는 고용지표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조금 더 빨리 연준이 피봇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초과수요는 단순히 경기의 사이클 문제가 아닌 미국이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기에, 물가 수치가 낮았음에도 12월 FOMC에서 상당히 매파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찾아온 이유가 무엇일까?
Great Resignation(대 사직)
2021년부터 미국에서는 대규모 사직이 발생하면서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등극하였다. 65세 이상의 나이 든 미국인의 수가 증가하고 은퇴 연령에 도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보았던 수만큼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고령화가 노동력 부족을 악화시켜 인플레이션 비용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블랙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0월 현재 일상적인 은퇴로 130만 명의 미국인(64세 이상)이(64세이상) 노동시장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또 다른 6363만 명은 조기 퇴직으로 떠났다.
문제는 그림과 같이 은퇴하고 영구적으로 직장을 떠나는 베이비붐 세대의 순수한 숫자를 완전히 대체할 젊은 근로자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력 부족은 고용주들이 단순히 원하는 직원 수준을 포기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직원들을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하는 형태로 더 견고하고 엄격한 노동시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파월 의장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이민자 수의 감소와 사망자 수의 증가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인구와 노동력 증가의 견인차인 이주 노동자가 감소하면서 미국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수년간 연간 100100만 명 정도의 이민자가 미국에 들어왔지만, 2020년 하반기~ 2021년 상반기 12개월간 이민자 수는 24만 77천 명으로 급감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서 시작되어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그 정점을 찍었다. 또한 코로나 이후로 미국의 사망자 수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결론> 중요한 것은 꺾이는 임금상승률
파월의 12월 FOMC 당시 기자에게 받았던 질의와 그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한번 보자.
12월 FOMC에서 파월은 물가상승률이 연준이 원하는 만큼 지표상 하락을 보이지 않았고 그 중심에는 근원 서비스 물가 및 임금상승률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시장은 연준이 경기침체를 우려해서 결국 피봇팅을 연준이 공표했던 것과는 다르게 더 일찍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신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금리 예측도 연준의 점도표와는 상이하고 채권금리 또한 기준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이 견고하다면, 과거처럼 경기에 후행하는 고용지표의 성격과는 다르게 경기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앞의 글에서부터 언급한 여러 이유들로 인해 고용이 안정적이고 견고하게 유지가 된다면 파월 의장의 이야기대로 금리는 유지하되 깊은 침체까지는 오지 않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업률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은 가계의 구매력이 유지된다는 것이고 경착륙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용시장이 안정적이면 파월의 기자회견처럼 상품물가와 주거비가 안정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생각보다 sticky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연준의 피봇팅은 이제 CPI가 아닌(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의 안정에 CPI에 반영되기는 하겠지만) 고용지표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임금상승률이 낮아지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초과수요가 해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노동시장 구조상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노동공급의 증가 측면에서 초과수요를 해결할 수 없기에 계속해서 금리인상을 통해 수요 쪽 측면을 자극할 것이다. 벌써 미국의 제조업 지수 등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너무나도 인위적인 억제라는 생각이 든다. 자율조정 과정을 넘어 급격한 노동시장의 부진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 5% 정도의 금리 수준에서 인상을 마무리하고 통화정책의 누적효과로 인플레 압력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수순이라는 생각은 들질만, 요즘 연준과 총재들의 발언을 보면 쉬운 길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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