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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 요약/국제 경제 관련 이야기

BOJ 일본 은행의 긴축 전환, 어디까지 진행될까

by 00년 새내기 2022. 12. 22.

올해 3월부터 시작된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영란은행, ECB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의 중앙은행은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 왔다. 외국 자본의 유출로 인한 금융시장의 침체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물가 부담 등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국가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작된 팽창정책의 여파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여러 글로벌 국가들 역시 높은 물가상승률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도 중국과 일본만큼은 자국의 특수한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상당히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던 지난 9월 21일, 일본은행(BOJ)도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위해 금융정책회의를 열고 있었다. 이틀간의 논의 끝에 나온 결론은 금리 동결. 지금처럼 통화 완화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모두 같은 의견을 냈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0.1%를 유지하게 됐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한층 더 벌어지자 엔화 가치의 하락 속도도 빨라졌다. 지난 3월만 해도 1달러 당 115엔 대였던 엔화는 9월 22일 1달러 당 145엔 대로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147엔 대까지 추락할 거라는 전망이 나왔고 하방압력이 거세지자 일본 정부는 1988년 이후 처음으로 환율 시장에 개입했다. 일본 정부의 개입을 기점으로 엔화 환율은 145.81엔에서 40분 만에 140.31엔까지 밀렸다. 일본은 이러한 자국 통화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왜 금리를 그동안 올리지 못했을까.

 

일본 GDP 성장률

 

< 일본이 금리를 올리기 어려웠던 이유>

 



1. 경제성장 제고를 위한 통화 완화 정책 고집

 

대부분의 국가들이 위드코로나를 선언한 후 급격한 물가상승률에 직면해야 했다. 일본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절대적인 수치만 보자면 일본이 통화정책에 대한 전환을 논의하기 전인 8월 소비자 물가지수(9월 발표)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이러한 물가 상승이 경제성장을 논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부터 0%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최근까지도 경기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고령화로 인해 노동가능 인구는 줄고 낮은 경제성장과 저물가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다 보니 실질임금이 상당기간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OECD에서 발표한  2020년 '구매력 평가'(물가수준 고려) 자료에 따르면 인용해 일본의 실질 임금은 연 424만 엔으로 35개 OECD 가입국 중 22위에 위치했으며, 1990년과 비교하면 30년간 18만 엔(4.4%) 오르는 데 그쳤다. 임금의 감소와 노동가능인구의 감소는 일본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키고 이는 일본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의 감소로 나타난다.

이러한 저성장 국면에서 금리를 상승시킬 경우 가계의 대출이자에 대한 한계부담이 매우 크기에 낮은 수준의 인상에도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2. 일본의 국가부채

 

일본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에는 구조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일본 정부가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이유는 국가 부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국채 잔액은 작년 말 기준 처음으로 1천조엔을 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56%이다. 일본은 연 세수의 25%에 가까운 금액을 이자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만약 금리가 1% 오른다면 일본 정부는 GDP의 약 2.7%를 이자로 지급해야 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재정 부담이 굉장히 커지는 것이다.

 

일본의 대차대조표

 

< 긴축적 통화정책으로의 선회 이유 >

 

1. 가파른 엔화약세에 따른 부작용

 

문제는 부작용이다. 완화 정책을 펼치며 아베노믹스를 실행하던 때와 지금은 일본이 처해있는 외부 환경이 너무나도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엔화 가치의 하락이다. 미국 연준의 가파른 금리 상승에도 일본은 저금리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었기 엔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가파른 엔화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일본의 무역적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일본의 무역적자는 10월 기준 최근 1년간 14조엔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무역적자는 일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추가적인 엔화 약세를 불러올 수 있다. 외환시장 개입과 채권시장 조정을 통해 엔화 가치를 유지하려고 일본 당국이 노력했으나, 일시적이고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2. 물가 상승

 

물가상승도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악화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였고 식료품 물가도 가파르게 상승하였는데 이런 재화들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낮아진 엔화가치로 인해 수입물가가 상승하여 일본 경제 전체는 높은 물가 상승 압력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물가상승률은 10월에는 3.7%에 달했는데, 절대 수치 상으로는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지만 이 수치는 일본에서 무려 4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수치라고 한다.

 

일본의 소비자 물가지수

 

 

 

일본의 경우 상당기간 저물가 기조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기업이 제조나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원가가 상승하더라도 이를 소비자 가격에 쉽게 전가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임금을 상승시키거나 수당을 지급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는 결국 소비의 감소로 연결되어 경기둔화를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긴축적 통화정책이 일본 경제에 긍정적일지는 모르겠다.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데 안 그래도 예금 비율이 높고 저축을 우선시하는 일본 국민성을 보았을 때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소득의 감소에 비해 더 소비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일본의 긴축 통화정책의 영향 >

 

미국이나 유로존에 비해 늦은 긴축 전환은, 계속된 물가 상승 부담을 낮추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일본 국채금리는 크게 상승하였고 주요국의 채권 금리 역시 크게 상승하였다. 달러/엔 환율은 137 중반에서 133엔대로 4엔가량 급락했다.

 

 

일본은 막대한 해외투자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유지했기에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투자에 집중되어 있었다. 총 자산 중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로 540조엔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국가 중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이다.(15%) 긴축적 통화정책이 지속될 경우 이러한 일본의 해외 자금이 빠질 위험이 생기는 것이다. 다른 글로벌 국가 입장에서 일본이 국채를 매각한다는 것은 채권가격의 하락을 의미하고 채권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일본의 금리가 올라봤자 높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자금 유출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환헷지 등을 고려할 경우 이제 일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 국채보다 일본국채 매력이 더 증가할 수 있다.

 

일본 국채대비 미국국채 수익률

 

해당 그림은 일본의 투자자가 환헷지 비용을 감안하여 미국 국채에 투자하였을때와 일본 국채 수익률을 장기관점에서 비교한 것이다. 그래프상 수치가 음으로 갈수록 일본 국채의 매력은 올라간다. 현재 장기금리가 미국은 플랫 한데 반해 일본은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어 장기금리차이는 좁혀지고 있는 반면(여전히 미국 금리가 높긴 하지만), 일본이 단기 금리는 여전히 음의 금리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환헷지 비용(통상적으로 단기금리 차이를 환헷지 비용으로 본다)은 여전히 상당히 큰 것이다. 이는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미 연초부터 보여왔던 움직임이고 YCC 조정으로 인해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엔화의 가치는 상승하게 되는데, ECB와 영란은행의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일본 또한 참여함에 따라 국제적 공조가 되는듯한 모양새로 글로벌 경기의 흐름이 바뀌는 분위기이다. 달러의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이러한 긴축적 통화정책의 전환이 일시적인 것이 아닐 것이라 예견하며 내년에는 플러스 금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급망의 혁신과 세계화를 통한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초저금리 모멘텀이 일본을 마지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1-2년의 짧은 경기변동 모멘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2008년 금융위기로 부터 시작되고 발전되어왔던 초저금리 시대의 마지막 파수꾼이었던 일본도 이제는 긴축으로 돌아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일시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다. 초저금리 시대에도 소비보다 저축을 중요시 여겼던 것이 일본의 국민성이다.

 

 

금융자산의 비중을 보면 일본이 현금 및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가장 높다. 그만큼 소비를 진작시키기가 어려운 경제이다. 물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가 너무 어렵고 실질임금은 수십년째 의미 있는 상승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또한 수십 년째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속되는 엔저와 물가상승도 문제이지만 내년 4월 신임 총재 취임을 앞두고 자연스러운 정책 변화를 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점증하는 경기침체 우려와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 원자재 가격 등 역시 BOJ의 긴축 정책의 연속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요인이다.

 

개인적인 생각에도 일본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기에는 리스크가 많다고 본다. 추가적인 조치가 있다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처럼 연속성을 가지기에는 어렵다고 본다. 이번 결정은 블룸버그 서베이에 응답한 이코노미스트 전원이 이번 회의에서 일본은행이 기존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던만큼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일본 은행의 정책방향과 종료에 접어든 초저금리 시대 이후의 글로벌 경기 흐름이 어떻게 변동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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