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와 일본 고유 리스크
2022년 엔화는 이례적인 수준의 약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고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나타나는 가운데 BOJ는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한 영향이다.
최근 달러 강세가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엔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은 달러보다 일본과 엔화 자체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본 고유 리스크
① 낮아진 BOJ 통화정책 정상화 + 경제 성장 기대감
현재까지 BOJ는 우에다 총재를 중심으로 기존 통화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스탠스 전달을 지속하고 있다. 결국 BOJ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전환되면서 엔화 약세를 이끄는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일본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주요 선진국대비 저조했다는 점 역시 엔화 약세를 견인했다. 2023년 4월 IMF 세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일본의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경제성장률은 3.4% p로 독일의 2.8% p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② 큰 폭 무역적자 지속
수출은 일본 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다. 다만, 2022년에 나타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수입액이 크게 상승하면서 무역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기업들의 엔화 수요가 상대적으로 감소하게 되면서 엔화에 약세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③ 엔화 안전자산 가치 희석
엔화의 안전자산 가치에 대한 우려가 약세 속도를 더하는 요인이 됐다. 엔화가 안전자산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높은 대외순자산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대응 여력이 높다는 점이었다.
엔화의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일본의 환율 개입 여력이 이전보다 감소했다는 점은 앞서 언급한 엔화 약세 요인들과 함께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좁혔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다시 강세가 될 엔화
하반기로 갈수록 엔화 강세 전환 모멘텀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BOJ 통화정책의 점진적인 정상화 과정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몇 가지 엔화의 강세를 이끌 요인들이 존재한다.
① 견조한 경제 성장 기대
일본 경제는 2023년에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내각의 새로운 자본주의 하에 임금 인상을 기반으로 가계의 소비확대가 나타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견조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긴축이 장기화될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② 엔화약세에 대한 달라진 스탠스
정부의 정책 측면에서 엔화를 평가하는 기준에 변화가 나타났다. 현재 기시다 내각의 경우 엔화 약세를 수입 물가 상승 요인이자 가계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는 리스크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일본의 외환당국은 적절한 개입을 통해 지나친 환율 변동성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엔화 약세에 따른 구두개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 5월 140엔 선에 가까워졌을 때는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나아가 2022년 9월에는 145-150엔 선에서 실개입을 진행하면서 실질적으로 상단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③ 방일 외국인 수 개선
서비스 수지 개선은 엔화의 약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엔저 및 방역조치 해제를 배경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여행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말로 갈수록 본격적인 중국의 리오프닝이 진행됨에 따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관광 수요가 회복된다면 추가적인 엔화 강세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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