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달러 체제에 대한 우려와 달러 가치 급락
지난해 극심했던 킹달러 현상이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탈달러 체제, 즉 달러 패권이 막을 내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달러 체제가 급격히 와해될 리스크는 크지 않겠지만 달러화 변동성이 하락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 이번에는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달러가치 하락 이유 ① : 주요국가 통화정책 전환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이제 마무리 국면으로 와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연말 혹은 내년 초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미 연준뿐만 아니라 ECB와 영란은행도 시차를 두고 금리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다.
다만, ECB와 영란은행의 경우 시기적으로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을 후발 주자로서 따라갔다는 점과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럽의 경기가 괜찮다는 이유로 긴축적 통화정책이 더 장기화될 여지가 있다. 그렇게 되면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유로화가 강세가 되는 추세가 만들어질 수 있다.
추가로 일본은행은 현재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출구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 유로, 엔화 등 주요국의 통화가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것이고 만약 현재 미국 경기의 침체 리스크 및 은행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단기적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달러가치 하락 이유 ② : 미국내 신용리스크
미국의 잠재적인 신용리스크 역시 달러화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번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에 대한 포스팅에서도 다루었지만 현재 미국의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부채한도 협상 실패로 2011 년과 같은 채무불이행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부채한도 협상이 종국에는 타결이 되겠지만 만약 돌발적인 부채한도 협상 실패 및 지연이 현실화된다면 다시 SVB 사태와 같은 신용위기와 강한 경기 경착륙을 초래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달러화 가치의 방향성 측면에서 보면 상반되는 측면이 존재한다. 환율 관련 포스팅에서도 전했지만 달러 스마일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지금, 아주 강력한 신용 경색은 안전자산인 달러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실패 및 지연에 따른 신용 경색의 경우에는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2011년 부채한도 사태와 동일한데, 그때도 개별기업 및 금융시장 이슈가 아닌 미국과 달러화 자체에 대한 신용의 문제가 커졌기에 달러화의 가치가 급락하였다.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달러가치 하락 이유 ③ : 신냉전 확산 리스크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미국 중심의 서방과 러시아-중국 간 신냉전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간 경제협력 관계를 급속히 강화시키는 가운데 러시아는 물론 브릭스 및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위안화의 위상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무역결제 등 각종 대금결제에서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 결제 확대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4월 베이징을 방문하여 글로벌 무역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을 촉구하였다. 오일대금 결제에서도 탈달러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의 아프리카 인프라 투자로 아프리카 내 위안화의 입지도 커지고 있다.
달러 변동성 증가 : 글로벌 경제 및 교역 패러다임의 변화
달러체제에 대한 우려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제 및 교역 패러다임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생각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간 교역의존도가 낮아지고 있고 반도체 등 핵심 기술제품의 경우에는 교역 급감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문제는 미-중 양국간 갈등이 궁극적으로 국내 수출사이클에 커다란 위협인 동시에 수출구조의 전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이다.
이미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중국 수출비중은 낮아진 반면에 대미 수출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과 중국 경기 정상화 지연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도 있지만 미-중간 패권경쟁 혹은 기술경쟁이 장기화될 것임을 고려하면 국내 수출구조 역시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요약하면 탈달러 체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달러화 위기라기보다는 그동안의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신냉전 분위기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이러한 국제경제질서의 변화가 자칫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을 너트 크래커(nutcracker) 상황으로 내몰리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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