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첫 거래일을 맞아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3대 지수 모두 일제히 상승을 보이며 시장을 열었지만 장이 열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테슬라와 애플의 하락이 전체적인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실망스러운 4분기 차량 인도량에 대한 충격으로 주가가 무려 12.25% 급락했다. 장중에는 15% 하락까지도 도달했었다. 월가의 주요 IB 들도 테슬라에 대한 목표주가 하향에 나서고 있다.
애플의 경우에는 일본 언론이 아시아 공급업체로부터 맥북, 애플워치, 에어팟 주문을 줄였다고 보도하자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폭스콘 공장의 가동률이 지난 12월 70%까지 회복한데 이어 현재 90%까지 회복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폭스콘 공장 가동률 회복은 중국 춘절 쇼핑 시즌을 앞두고 긍정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요인은 경기 침체 이슈가 여전히 투자 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많은 종목들이 새해에 들어 소폭 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대장주 격인 테슬라와 애플의 하락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두 종목 모두 결국 수요 감소 우려에 의한 주가 하락이라는 점인데 이는 결국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날도 침체 이야기가 월가를 뒤덮었는데,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3.72%까지 빠졌고 달러 인덱스는 104.8 까지 치솟았다. 독일의 인플레이션이 완화 추세를 보이며 유로화가 약세가 된 부분도 있으나 엔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크게 오른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국채금리는 독일 물가 지표 둔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하향 조정 기대 심리가 부각되자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전일 미 증시가 휴장이었을 때 급락한 유럽 국채 금리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미국 건설지출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라 주택 건설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자 하락했다. 이는 자금 조달 비용 증가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기업들의 설비 투자를 의미하는 비 주거용 지출은 증가해 시장이 우려하는 경기 침체 이슈가 완화된 점은 하락폭 축소 요인으로 보인다.
< 여전히 불안한 시장 >
미국 증시시장이 불안한 모습으로 변동성을 보인 것은 작년 연말부터 지속되어 왔다. 사실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변화가 있는 것도 이상하다. 다만 시장을 대표하는 기술주들이 이 같은 약세를 보이는 것이 연준이 향후 몇 달간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보고 그에 따라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보인다는 점에서 시장이 불안에 떨고 있다.
AXS 인베스트먼트의 그레그 바숙 최고경영자는 "올해 경기 침체 환경은 기술주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가치 중심의 기업, 더 높은 수익률, 더 지속적인 현금흐름, 그리고 강력한 배당수익률을 가진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욕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온라인 증권사 테이스티웍스의 스콧 셰리던 최고경영자는 "새해의 시작과 새로운 기회에 대해 투자자들은 기대를 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인 변동성은 좋은 거래 기회를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좀 어려운 구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침체에 대한 월가의 판단 >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경기침체가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 같다는 질문에 "경기침체는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두 달 동안의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상승률 둔화를 보여주긴 했지만 여전히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공식 인플레 수치는 측정 방법, 주거비용 때문에 조만간 완화될 수는 있으나 연준이 이를 바탕으로 금리 피봇을 할지는 보장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인플레이션 감소가 지속적인 트렌드가 되기 위해서는 임금인상과 고용이 더 완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연준이 시장의 생각보다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을 심각하게 하고 있지 않으며 침체가 와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이라면 연준이 쉽게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월가의 대형 금융사 23곳을 상대로 설문을 한 결과 약 78%인 18개 사가 올해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 대부분 현재 3.7% 수준의 실업률이 5%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브렛 라이언 도이치뱅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둔화하고 있으며 초과저축이 바닥나면서 소비가 급격하게 둔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침체는 얕고 경미할 것이며 이 때문에 증시는 상반기에 나빴다가 하반기에는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도 3분기나 4분기에는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기준금리가 5~6월께 5.00~5.25%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오지만 7월부터는 4.75~5.00% 이하로 내려가는 확률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연준은 12월 FOMC에서 2023년에는 5%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도표를 내놓았기에 이러한 예측이 과연 맞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제조업 지수 부진>
최근 연이은 악세에 따른 저가 매수 유입 및 유로존 증시 강세에 장전 =0.7%까지 상승하며 강세를 보이던 미 선물은 부진한 S&P 글로벌 제조업 PMI 결과에 상승폭을 되돌리며 하락 반전했다. 주요 세부지표인 생산량 및 신규주문이 일제히 하락했으며, 국내 주문 및 수출 판매 하락으로 상품 수요 역시 감소하며 향후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더욱 부각되었다..
중국 caixin 제조업 PMI는 49.0 으로 50선 및 이전치 49.4 대비 하회했으나 예상치 48.8은 소폭 상회했다. 코로나 방역 정책 완화 이후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 수 급증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했기에 제조업 지수 하락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단 PMI 9월 저점 이후 회복되는 양상 나타나고 있으며 중화권 증시는 위드코로나에 따른 향후 경기 정상화를 프라이싱하여 지속 반등하고 있다.
< 독일 인플레이션 완화 >
독일의 인플레이션 둔화 강화로 예단하기 어려웠던 유로존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시점이 명확해졌다. 금번 유로존 인플레이션 사이클에서 헤드라인 지표 정점은 2022년 10월 YoY +10.6%이지만 11월에도 YoY +10.1%로 높은 레벨을 유지하면서 피크아웃 확인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금번 독일 CPI가 시장예상 치를 크게 하회하며 뚜렷한 둔화 흐름이 확인되면서 오는 1월 유로존 CPI도 뚜렷한 하강이 예상된다.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가스, 전기 등 에너지가 주도했기에 상반기 동안 헤드라인 둔화 속도가 가파를 전망이다.. 유럽 가스 가격의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가격은 2022년 8월 300유로대에서 둔화 흐름 이 이어져 최근 70유로대까지 하락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전 수준이다. 유로존 가스 비축률 인 1월초 84%로 평년대비 10%p 이상 높다. 유럽 각국의 에너지 가격 상한제(우선 4월까지), 가스 요금 지 원책 등을 고려할 때 1분기 에너지 물가 기여도는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유로존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심은 헤드라인의 둔화 흐름보다 근원 물가 상승률 둔화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상품 물가 하락세와 달리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둔화 흐름이 확인되지 않았다. 근원 물가 상승률 대비 기준금리가 주요국 중 가장 낮다. 유로존 실업률은 1998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10월 6.5%)이다. 에너지 정책 효과가 서비스 소비 여력 확대 및 물가 상승률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리스크도 잔존한다.
이번달은 중요한 고용지표들의 발표부터 시작해서 미국 기업들이 중순부터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이어 31일부터 연준이 올해 첫 FOMC를 여는 등 굵직한 변수가 산적한 만큼 매매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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