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동향 조사 결과 발표
3 분기 국내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미 3 분기 GDP 성장률이 발표된 만큼 대략적인 내용은 예상되었으나 가계의 구체적 소비 패턴 변화를 통해 4 분기와 내년 성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국내 3 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0.6%를 기록하며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다. 3 분기 성장 서프라이즈는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 부문이 예상외로 선방했기 때문인데, 특히나 2 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민간소비가 플러스 성장하며 서프라이즈에 기여했다.
해외여행과 주거비 상승
가계동향조사에서도 3 분기 소비지출은 전년동기대비 3.9% 성장했으며, 세부적인 특징은 해외여행과 주거비 상승으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소비지출 내에서 오락/문화 영역이 6 개분기 연속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보이는 가운데 3 분기에도 호조세를 이어갔다.
대부분 여행, 특히 해외여행의 비중이 높았으며 이를 반영하듯 항공 운임 등을 중심으로 교통비 지출도 증가했다. 주거비의 경우 도시가스/전기세 상승과 월세 상승이 맞물리며 지출 증가를 견인했다
소비 증가세 지속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소비지출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 월평균 가구당 소비지출 및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흐름을 보자.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2022 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큰 폭 하락했다. 기저효과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비소비지출의 증가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비소비지출이란, 세금, 연금, 사회보험료 그리고 이자비용 등을 포함한다. 국내 가구들의 이자비용 지출은 금리 인상이 시작된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급등하는데, 특히나 올해 2 분기 이자비용은 YoY 42.4% 증가했으며 이번 분기에도 24.2% 증가했다. 이미 이자비용이 2022 년부터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현재 가계가 느끼는 이자부담은 내수의 추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가계 이자부담 및 연체율 증가
가계 월평균 흑자율 추이 또한 주목할 만한데, 흑자율이란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부분을 의미한다. 가계의 흑자율은 2022 년 1 분기 34.4%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여유 소비 재원으로 작용하며 민간소비 활성화를 견인했지만 현재는 2020 년 보다도 낮은 29.3%까지 하락했다.
국내 연체율 추이는 8 월 데이터까지 발표되었는데, 아직까지 전반적으로 크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신용카드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나 3 분기 중 시장금리가 큰 폭 상승했음을 고려하면 이후 발표될 4 분기 데이터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나 눈에 띄는 점은 최근 카드사의 대환대출 잔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인데,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대출받은 차주들이 만기 내 갚지 못해 같은 카드회사에서 다시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9 월까지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대환대출 잔액은 1 조 4015 억 원으로 전년동월대비 44.8% 증가했다. 대환대출은 이미 고금리 상황에서 기존 대출보다도 금리가 추가로 상승한다는 점과 대환대출 차주들은 대체로 다중채무 차주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현상은 연체율 상승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가계를 중심으로 한 신용 리스크는 4 분기부터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리 인하 시급한 건 오히려 한국
미국의 경우 고금리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양호하며 증시 또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한-미 증시 차별화의 원인으로 (1) 경제 펀더멘탈 차이와 (2) 중국 리스크 등을 언급된다.
연준의 긴축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미국의 상품, 특히 내구재 수요 부진을 야기했고 이는 한국의 수출 부진 현상을 심화시켰다. 기대했던 중국 효과도 미진하다. 중국 정부가 수많은 부양책을 쏟아내고는 있으나 여전히 효과는 미미하며 수출 회복 강도는 매우 완만하다.
더불어 한국의 경우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가 미국 대비 더 빠르고 강하게 전파되었다. 부동산 관련 대출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높고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치중되어 있어 금리 인상 시 가계에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는 점 또한 이러한 효과를 강화시켰다.
우려했던 유가상승은 다소 진정되면서 디스인플레이션 또한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기준금리 인하가 없다면 실질 기준 긴축 강도는 내년에 사실상 더욱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미 한-미 금리 역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선제적 인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며, 금리 인하가 이미 지나치게 높은 가계부채 규모를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까지 수출의 완만한 회복 가운데 민간소비나 정부지출, 투자 항목은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언급했듯 가계는 이자비용에 허덕이고 있고, 국내 반도체 회사들의 감산 기조가 내년 1 분기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 또한 건전 재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한국 경기는 여전히 ‘L’ 자형의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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