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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분석

트럼프 대만 TSMC 빅딜 : AI가 원하는 반도체, 대만 독점, 한국의 숙제

by 00년 새내기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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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TSMC 빅딜

2025년, AI 반도체 전쟁의 판이 새로 짜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TSMC’와 ‘대만’이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협상 첫 테이블에 앉힌 나라, 바로 대만. 인텔도, 삼성도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과의 비교, 트럼프와의 전략적 줄다리기, 그리고 세계 패권을 좌우할 ‘반도체-관세-희토류’ 삼각축. 이 글에서 그 결정적 연결고리를 파헤쳐봅니다.

 

대만 TSMC 빅딜

 

2024년, 대만의 경제지표는 대한민국보다 한발 앞서 있었습니다. GDP 성장률 3.2%, 1인당 GDP 3만3983달러. 한국은 2.5%, 3만6113달러. 1인당 GDP는 한국이 근소하게 높았지만 성장률은 완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그 뒷면이었습니다. 고정자산투자와 민간소비, 제조업 성장률, 그리고 무엇보다 산업별 부가가치 창출에서 대만이 보여준 질적 우위는 숫자 이상의 ‘전략’을 품고 있었습니다.

 

대만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고정자산투자가 연평균 4.5%씩 성장했고, 민간소비 역시 2.5% 늘었습니다. 이 수치는 한국의 2.5%, 2.0%보다 뚜렷한 우위를 보여주죠.

 

결정적으로 제조업에서 대만은 GDP 대비 비중 35.2%를 유지하며 한국의 28.8%를 상회했고, 제조업 부가가치에서도 압도적인 34.8%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치 비교가 아니라, 대만 산업 구조가 ‘기술집약형 제조업 중심’으로 얼마나 성공적으로 전환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 중심에는 단연 ‘반도체’가 있었습니다. 2023년 기준, 대만 제조업 부가가치 중 반도체와 전자 비중은 무려 57.5%. 한국이 23%에 머문 것과는 극명한 차이입니다. 반도체는 더 이상 ‘하나의 품목’이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 체질을 지탱하는 ‘국가 산업의 심장’이 된 셈입니다.

 

트럼프 TSMC 회장 만남

 

 

미국이 가장 먼저 찾은 나라 : 대만

트럼프는 복귀하자마자 반도체 협상 테이블에 대만을 올렸습니다. 이는 우연도, 감정도 아닌 철저한 전략이었습니다. 그 핵심은 한 가지. 대만은 이미 미국이 원하는 ‘AI 반도체’를 실질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유일한 파운드리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TSMC는 2023년 기준 매출 2조8943억 위안, 영업이익률 45.2%라는 괴물 같은 숫자를 기록했습니다. 이익률로만 따지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엔비디아 외에 견줄 자가 없습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8.1%, TSMC는 무려 67.1%. AI 칩이 필요하면 선택지는 TSMC뿐입니다.

 

트럼프는 이를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선 과정에서 대만을 ‘미국의 반도체를 빼앗아간 나라’라고 언급하면서도, 정작 협상 파트너로는 대만을 제일 먼저 선택했습니다. 말은 비판적으로 하지만, 손은 먼저 내민 겁니다.

 

결국 TSMC는 2025년 3월, 1000억 달러의 추가 미국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애리조나주에 총 5개의 공장을 짓기로 하며, 트럼프 1기 당시의 투자까지 합치면 총 165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금액입니다. 단일 기업이 단일 국가에 이 정도 규모의 투자를 하는 경우는 유례가 없습니다.

 

 

 

AI 시대의 실질적 독점: TSMC의 기술력

TSMC가 강력한 이유는 단순히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 아닙니다. AI 반도체에 필요한 ‘3나노 이하’ 첨단공정에서 실제 양산이 가능한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TSMC의 매출 중 3나노 제품의 비중은 전체의 18%로 뛰었고, 4~5나노까지 합치면 52%에 달합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1나노 차이’는 곧 수십억 달러 매출과 연결됩니다. 기술만 있다고 생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최첨단 장비와 클린룸 인프라, 그리고 수십 년 누적된 생산 기술이 결합되어야 진짜 AI 반도체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인텔이 아닌 TSMC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인텔은 기술적으로 첨단 노드를 개발하고 있지만, 양산 체계가 따라오지 못합니다. 삼성 역시 일부 공정에서는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전체 고객 수요를 수용하기엔 인프라와 수율 모두에서 미치지 못합니다.

 

결국 AI 시대의 주도권은, 누가 가장 작고 정밀한 칩을 안정적으로,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답은 지금은 오직 하나, TSMC입니다.

 

TSMC 사옥

 

반도체로 관세 협상의 문을 열다

이제 트럼프의 다음 수는 ‘관세 협상’이었습니다. 그는 2024년 대선 직후부터 상호관세를 선언했고,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의 판을 다시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첫 협상 상대로 선택한 나라는 중국도 아니고, 유럽도 아닌 대만이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반도체 때문입니다. 미국은 대만에 32%의 상호관세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4월9일, 트럼프는 특정 국가에 대해 90일간의 유예를 발표하며 ‘특별 협상 우선권’을 부여했고, 그 유일한 국가가 대만이었습니다. 대만의 라이칭더 총통은 이 소식을 곧장 발표하며 “미국과 처음으로 협상한 나라가 됐다”고 자랑했습니다.

 

트럼프의 계산은 명확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가 필요하고, 대만은 관세에서 유예받고 싶어 합니다. 이 두 욕망이 절묘하게 맞닿은 지점이 바로 이번 협상이었고, 그 중심에는 ‘TSMC의 투자와 기술 이전’이라는 카드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TSMC는 미국 내 주문 폭주로 인해 공장 확장이 불가피했으며, 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미국 투자가 필수적이었습니다. 트럼프는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강하게 밀어붙였고, 대만은 웃으며 받아들였습니다. 트럼프는 한 수 위였고, TSMC는 절묘하게 협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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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1 나노 원칙’의 흔들림

하지만 이 협력은 대만 내에서는 커다란 불안으로 번졌습니다. 대만에는 ‘N-1 나노 원칙’이라는 반도체 산업의 철칙이 있습니다. 최첨단 공정은 무조건 대만에서, 이전 세대 공정은 해외에서. 그래야만 대만의 기술 주도권과 경제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미국과의 딜로 인해 이 원칙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TSMC는 3나노 라인을 대만에 두되, 4나노도 아닌 첨단 공정 일부를 미국에 넘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만 학계와 산업계는 우려합니다. 대만이 갖고 있던 기술 주도권이, 정치적 압력에 의해 분산될 수 있다는 공포.

 

게다가 TSMC는 단일 기업으로 대만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3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작년 TSMC 주가는 1075위안으로, 2015년 대비 651% 상승했습니다. 그야말로 대만 증시의 기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본사의 기술 중심이 흔들릴 경우, 대만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우리는 늘 ‘누가 반도체를 더 잘 만드느냐’에 집중해왔지만,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누가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나라와 더 똑똑하게 협상하느냐.’ 트럼프는 그 질문을 던졌고, TSMC와 대만은 그 답을 미리 준비해놓고 있었습니다. 한국은, 과연 준비되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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