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부양, 이번에는 다를까
중국 경기부양 정책 기대 증가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중국 주식시장은 연일 큰 폭으로 반등하며 기대감을 표출하는 흐름이다. 인민은행을 통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일반적인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하며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식시장을 겨냥한 직접적인 지원책이 포함됨으로써 투자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있다. 다만, 이번 인민은행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지금 주식시장이 환호하는 것만큼 중국 경제가 뚜렷하게 회복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러운 평가가 많다.
1. 유동성 정책의 한계
유동성 정책 만으로는 중국 경제의 부동산 침체나 내수 회복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우며 적극적이고 실질 적인 재정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적극적인 경기부양정 책을 주문한 만큼 조만간 중국 정부 차원에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발표될 가능성은 높 다. 정부 양책의 강도는 최근 발표된 인민은행 유동성 정책과 어깨를 맞대야 하는 만큼 꽤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2. 재정정책의 한계
대규모 재정정책이 수반되면 중국 경제는 지금까지 보여준 지지부진한 경로와는 다른 흐름으로 바뀔 수 있을까? 향후 발표되는 추가 부양책을 보고 더 자세히 판단할 수 있고 수정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의 예상은 단기적인 경제성장률 목표치 5%를 달성하는 데는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위축되고 있는 중국의 총수요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향후 중국경제에 대한 추세적인 기대치 하락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3. 과거 부양책 실패와 유사
이런 판단의 근거는 과거 부양책 실패의 원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팬데믹 국면에서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당연히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최근 발표된 경기부양책 규모도 매우 크지만 당시 발표된 4 조 위안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당시 경기부양 규모는 중국 GDP의 10% 이상을 차지 했는데 (20%가 넘었던 미국보다는 낮지만 5% 수준이었던 우리나라보다는 크게 높은 수준)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도 당시 중국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섰는지 알 수 있다.
이후 2020년 말과 2021년 초반 유동성 공급에 따른 부동산 과열이 문제가 되고 정치 일정에 따른 필요성으로 규제 및 긴축으로 정책을 일시 선회하기는 했지만 팬데믹 기간 전체로 보면 중국 경제정책은 강한 부양 기조로 볼 수 있고 헝다 사태와 비구이위안 사태를 거치며 점점 더 강화되는 흐름이었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시행 당시에는 금융시장이 잠시 반응하는 모습이었지만 기조적인 경기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는 악화되는 흐름을 이어갔다. 당연히 여러가지 이유가 대두될 수 있다.
경제성장에 따라 가파르게 증가한 비용이 중국의 경쟁력을 갉아먹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부채에 의존한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산 및 소득의 양극화 등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여러가지 규제나 정책결정과 관련한 문제 등 정치적 비용이 증가했기 때 문일 수도 있다.
또는 미국과의 갈등과 이로 인한 미국의 경제가 중국 경제의 회복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아미 이 모든 이유들이 같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계속되는 경기 부양책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중국 경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기부양책의 인상적인 성공과 비교해 보면 더욱 뚜렷하게 대비 된다. 중국 경기 부양책 성패의 핵심은 무엇일까? 이번 중국 정부의 부양책은 이 부분을 포함할 수 있을까.
1. 외국인 투자 감소
가장 주목하는 것은 중국 밖에서(또는 외국인의) 중국으로의 투자가 지난 2009년 국면과 달리 부족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다.
중국은 2000년 초 세계무역기 구(WTO) 가입을 계기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어오고 있지만 시간이 누적되며 자연스 럽게 구조적인 문제가 노출되고 또 누적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중국 내의 자본 동원뿐만 아니라 여전히 해외로부터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현실이다.
2. 문제의 본질 : 총수요 둔화
우선, 중국 경제는 부동산 부실이나 여러가지 부채 문제와 이로 인한 내수 부진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총수요의 둔화이고 이 수요를 다시 부양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가계소득과 연계되어 있는 투자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인민은행 이 분석한 중국 성장률에 대한 요소별 기여도를 보면, 성장률 자체가 빠르게 하락하는 것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지만 노동의 양적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이 중국 경제 발전의 근간이었음을 생각하면 매우 중요한 변화이고 노동의 공급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면 관련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구간으로 접어들며 부가가치가 빠르게 하락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변화다.
부동산 문제를 보며 시장에서는 중국경제의 ‘일본화’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조금 더 본질적으로 보면 지나치게 빠르게 다가온 인구 및 노령화 그리고 노동인구의 공급 문제가 ‘일본화’에 대한 우려를 더 자극하는 요인 일 수 있다
3. 자본 투자 감소
노동 공급에서의 충격이 있는 경우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자본투자가 필요하다. 고정 자본에 대한 투자는 그 자체로 GDP를 구성하는 요소일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잠재성장률의 하락 기울기를 완만하게 만드는데 기여한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1980년 대 들어 농촌으로부터 노동력 유입이 끝난 후 민주화 물결을 타고 가파른 임금 상승 국면이 이어지게 되는데 이 시기 기업들과 정부는 막대한 자동화 투자를 통해 이 압력을 분산시키고 잠재성장률 둔화 기울기를 완만하게 만들어 갔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상황을 보면, 투자율 역시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일대일’로 상징되는 공공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총투자율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투자에 열심이다.
하지만 문제는 민간부문의 투자가 그 동안의 여러 부양책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투자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배경은 중국 기업들의 부실이나 이익 감소를 들 수도 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를 통해 중국 총수요를 촉진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중국경제가 세계 2위 규모로 매우 빠르게 외형을 불려왔지만 아직 경제발전 단계로 보면 선진국이라기 보다는 개발도상국의 단계에 있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자국 경제의 필요를 충분히 채울 만큼 자본축적이 충분히 이루어진 국가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전히 외형성장을 중시하는 부채를 통한 성장 모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고 과거 중상주의 모델처럼 대외수지균형보다는 흑자를 늘리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 중국경상수지의 모습이다.
막대한 경상 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상품수지 흑자가 대부분을 설명할 뿐 다른 선진국들처럼 무역외수지의 기여는 아직 없다. 이런 경제 모델이기 때문에 중국경제는 고정 자본축적을 위한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 밖에 없고 이를 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구조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자국 내의 자본창출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투자 유입도 필요하다
1. 중국 경제 부양은 외국인이 Key
이 흐름에서 2009년 이후의 상황을 보면, 중국 정부도 4조 위안이 넘는 대규모 재정정책에 나서며 경기 부양 의지를 표출했지만 중국 정부의 노력 외에도 엄청나게 중국으로 밀려들어 온 외부 투자자금이 중국경제를 띄웠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국 외환보유고의 흐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6조 달러 수준에 있었지만 2014년 상반기말에는 4조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외환보유고라는 것이 비용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많이 쌓는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이 자체로 투자를 보여주기 보다는 정부 외환정책의 산물이기 때문에 적절한 지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주목하는 것은 이렇게 급증한 시기는 그만큼 외국으로 부터 유동성이 대규모로 유입되었음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외환보유고가 급증한 이 시기는 미 연준의 1~3차 양적완화 기간과 겹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양적완화라는 특단의 대책까지 동원해 공급한 유동성이 JP Morgan 등 투자기관들 을 거쳐 수익률을 따라 중국으로 매우 많은 부분이 유입되었고 이렇게 유입된 유동성이 중국경제의 여러 부분에 투자됨으로써 경제 성장률을 상승시키고 자산가격도 올려놓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팬데믹 국면을 보면, 중국 외환보유고는 팬데믹 이전 과거의 변화가 없다. 중국이 이기간동안에도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로부터의 투자는 큰 폭의 마이너스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팬데믹 국면에서는 중국 경제의 규모는 2009년에 비해 훨씬 커졌지만 외부로부터의 기여가 없었기 때문에 중국 내부의 유동성만으로는 중국 경제를 띄우기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2. 외국인의 중국 직접투자 흐름
외국인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 흐름을 통해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경제 개방 이후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기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유입 속도 및 규모에 비례한다.
중국 GDP 대비 4% 선 이상을 유지하던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2014년 이후 1% 아래로 크게 내려오게 되는데 이 시기 이후 중국경제의 부진은 시작된다. 이번 팬데믹 국면 초기 일시적으로 직접투자가 증가하기도 했지만 헝다사태 이후 다시 크게 하락한 모습이다.
또 다른 투자의 축인 채권투자 역시 2017년 이후 중국 정부가 국내 채권시장을 본격적으로 개방하며 빠르게 투자규모가 늘어났지만 2021년 이후 외국인 투자자자들은 중국을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3.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과 전망
중국정부 역시 이를 의식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및 외자 유치 확대를 위한 24개 조치’ 등을 발표했고 여러 차례 시진핑 국가 주석 초청으로 주요 글로 벌 경제인들을 초청했다.
최근에도 지난 8월 국무원 상무회의를 통해 ‘외국 기업 투자 접근에 관한 특별관리조치’와 ‘서비스무역의 질적발전촉진’ 등을 의결했고 리창 총리가 ‘외국인 투자 진입 제한을 더 완화하고 제조업 부문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진입 제한 조치를 전면폐지한다” 고 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 관리에 부심하는 중국 정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에 중국 정부에서 경기부양 조치를 발표하면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려는 조치들도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전 조치들보다는 투자 유입 혜택을 크게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4. 외국인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정책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제시하는 외국인 투자 유치와 관련된 내용을 보면 중국으로의 투자를 결정하는 외국인의 시각과는 거리가 느껴진다. 중국 정부의 조치는 여러가지 규제를 완화하거나 돈을 통한 투자 유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 부분도 투자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인을 차지하지만 초기 개발도상국이 아닌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는 보다 본질적인 요인들이 고려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PIIE)가 제시한 그림은 중국경제에서 무엇이 변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서구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오히려 자본을 탈출시키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지배주주를 민간과 국영(또는 공공)으로 분류한 뒤 그 분포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대외 개방이후 꾸준히 비중을 늘려오던 민간의 비중은 팬데믹 국면들어(어쩌면 마윈 사태 이후) 급속하게 줄어드는 흐름이다.
이 흐름은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흐름이 향후 기대되는 경기부양책을 기점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그 변화 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렵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도 불구하고 향후 중국 경제 흐름이나 투자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견해를 유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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