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에너지 헤게모니의 중심에 서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천연가스
지난 5년 및 10년간 글로벌 전력소비 증가율은 평균 2.0~2.5% 내외에 그쳤으며 2020년 발생한 코로나 확산과 같은 이례적인 시기를 제외하면 매년 큰 변화없이 안정적인 추세였다. 그러나 2024년과 2025년에는 과거 대비 훨씬 더 높은 4.0% 내외의 전력소비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기차 누적 침투율 상승과 계절적으로 하절기 폭염이 더욱 길고 강해지면서 에어컨 등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영향도 있으나, 무엇보다 가장 주요한 드라이버는 AI 및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소비량 증가이다.
2022년 글로벌 총 전력 소비량은 28,844TWh 내외였는데, 이 중에 데이터센터와 가상화폐 부문에 사용된 전력량은 460TWh로 약 1.6% 비중에 그쳤다. 460TWh 중에서도 데이터센터 운영에 소비된 전력이 76% 달하며 사실상 대부분이었고, 가상화폐에 사용된 규모는 그보다 훨씬 작았다.
IEA는 베이스 시나리오 기준 2026년 두 분야에서 소비하는 전력을 800TWh로 전망했는데, 4년 만에 약 2배 증가하는 셈이다. 늘어나는 전력수요의 대부분은 전통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며 그 비중은 현재와 비슷한 75% 이어가고, 가상화폐 역시 늘어나긴 하나 비중은 15% 내외로 축소될 전망이다.
한편, 눈에 띄는 점은 AI 전용 데이터센터에서 소모되는 전력비중이 지금은 거의 미미하나 2026년에는 약 10%까지 증가한다는 점이다.
천연가스 중요성 증가 이유
1. 여타 발전원 대비 짧은 건설기간
신규 가스발전소를 건설하는데는 대략 평균 2~3년 정도 소요된다. 미국 유틸리티 업체인 Duke Energy가 현재 추진 중인 2GW 규모 천연가스 발전소도 2026년에 착공을 시작해 2028년부터 상업가동을 계획하고 있으니 공기는 약 2년인 셈이다.
이는 평균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에 소요되는 8~9년 및 석탄발전소 4~5년 대비 훨씬 짧은 기간이다. 과거 평균 2% 내외에 그쳤던 전력소비 증가율이 당장 올해와 내년부터는 4%씩 늘어난다. 데이터센터와 AI 도입 확대, 전기차 누적 침투율 증가 속도 등에 따라 그 성장율이 추가로 상향 조정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이는 신규 발전원 유입에 있어 시간적 여유가 없고 지금 당장 속도감있게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프로젝트 설치까지 짧게는 6개월에서 약 1년 내외가 소요되므로 가스발전보다 더 짧다.
그러나 지금은 재생에너지가 가지는 간헐성을 해소할 수 있는 유연하고 안정적인 발전원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있음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는 적절한 검토 대상으로 볼 수 없다.
2. 천연가스 가격의 구조적 하향 안정화
연료비가 없는 재생에너지와 달리, 가스발전은 변동비에서 원료비 비중이 높아 가스 가격에 민감하다. 따라서 구조적인 가스 가격 하락세는 가스발전 업체에게 유리해져 가동률 상향 또는 신규 발전소 건설을 유인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2023년 대비 글로벌 LNG 액화설비 용량은 2025년 12%, 2026년 23%, 2028년 37%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중심엔 미국과 카타르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호주와 카타르를 제치고 LNG 1위 수출국이 된 미국은 2024년 Plaquemine, 2025년 Golden Pass 터미널이 순차적으로 가동됨에 따라 2025년과 2026년 수출 터미널 용량은 2023년 말 대비 각각 11.4%, 52.2% 늘어날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2025년 기점으로 천연가스는 구조적 공급과잉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가스발전소 가동 업체들에게 원료비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원가 하락으로 전력비도 하락할 수 있다는 반박이 있을 수 있으나, 전력 공급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에서 수요가 과거 대비 훨씬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점과 재생에너지 비중확대에 따라 시간별 전력비 변동성은 더 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천연가스 출력이 일어날 때 전력비는 오히려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3. 천연가스로 모이는 주요 업체 전략
전력 시장에서 가장 끝에 위치한 밸류체인은 전력을 사용하는 소비자이다. 특히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와 EV 침투율 확대 등으로 향후 전력수요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소비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업체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의 대규모 전력소비는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또는 근시일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단기 내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줄 수 있는 발전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상대적으로 빠른 시기, 저렴한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해줄 수 있는 원전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이다. 지난 9월 20일 마이크로소프트는 펜실베니아 등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해 미국 최대 원전업체 Constellation Energy로부터 향후 20년간 전력을 구매한다는 PPA 계약을 체결하였다.
해당 발전사는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로 잘 알려진 곳으로, 경제성의 문제로 지난 2019년 중단했던 스리마일 원전 1호기 가동을 재개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들은 규제위원회 승인을 기다리는 중으로, 승인이 완료되면 2028년부터 가동을 재개하고 운영기간도 최소 2054년 이후로 연장할 예정이다.
Amazon 또한 지난 2024년 3월 미국 원전업체 Talen Energy 소유 데이터센터를 6.5억달러에 매입했고, 해당 데이터센터의 전력은 향후 10년동안 Talen Energy가 운영하는 원전으로부터 공급받는 전력구매 계약도 체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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