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BOJ 금정위 개최
BOJ는 12월 금정위에서 정책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국채금리에 대한 YCC 정책을 유지했다. 이달 초 우에다 총재가 올해 말부터 통화정책의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시장에서는 내년 정상화에 대한 힌트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이 또한 없었다.
일본 BOJ 금정위 주요 내용
① 통화정책 성명문
일본은행은 성명서를 통해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인 통화 완화를 통해 안정적인 2%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한다"라고 강조했고, "주로 기업과 금융시장의 자금 조달 안정성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완화 조치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책금리 역시 만장일치로 -0.1% 수준에서 동결을 결정했다.
② 기자회견 주요 내용
기자회견에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물가 2% 달성을 향해 꾸준히 이동 중이나, 임금과 물가 간 선순환을 지켜보는 데 동의했다. 2) 현재로서는 향후 정책 경로를 확실하게 제시하기 어렵다. 3) 연준의 금리 인하는 경제, 환율 등을 통해 다양한 영향을 미치며, 이를 고려해 정책을 운용할 것이다. 4) 연준의 방향을 예단하고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결국 BOJ는 임금 인상으로 실질임금만 개선되면 일본 경제가 좀 더 안정적인 회복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경제는 3 분기 GDP 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모멘텀이 둔화되긴 했지만, 점진적인 회복을 이어가고 있다.
우에다 총재가 임금과 물가 간의 순환을 지켜보겠다고 한 이유이다. 전체적으로 마이너스금리정책 조기 종료 관측이 강해지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보이는 기자회견이었다.
일본이 과감한 피봇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
지난 12월 7일 우에다 총재는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 "연말부터 내년에 걸쳐 한층 더 도전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조기 정책 피봇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면서 달러-엔 환율이 한때 141 엔대까지 하락한 바 있다.
이러한 우에다 총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현 통화정책 기조 유지는 물론 정책 피봇과 관련된 뚜렷한 메시지를 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① 엔화의 급격한 강세 경계
지난 7일 우에다 총재의 발언으로 엔화 가치가 급등했던 사례로 인해 일본은행이 저책 피봇에 더욱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12월 FOMC 회의에서 미 연준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쳐 달러 약세 현상, 즉 엔화 강세 압력이 확대된 상황에서 금융완화 정책의 조기 피봇 시그널을 던져줄 경우 엔화 가치의 초강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② 안정적 인플레이션 기조 확보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초반에서 안정세를 유지하는 등 안정적 인플레이션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금융완화 정책 기조 전환의 또 다른 전제조건인 임금상승률의 경우에는 아직 일본은행의 눈높이에는 미흡한 수준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우에다 총재도 실질임금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따라서 내년 봄 춘투 이후 임금상승률 추이를 조금 더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③ 기시다 리스크 확대
기시다 총리 지지율이 2012년 12월 자민당이 집권한 이후 최저치인 20% 초반대로 급락하면서 퇴진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자민당 재집권 20년 이래 처음으로 맞이한 정치 불안 상황에서 경기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피봇을 굳이 서두를 필요성이 낮다는 정치적 이유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피봇은 언제일까
① 피봇 관련 소통 약속
우에다 총리는 향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서는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강화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의 정보들을 고려해 볼 때 일본은행의 출구전략의 명확한 그림을 현시점에서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연말 이후 정책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은 전반적 업무에 대한 것이었으며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완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을 종합하면, BOJ의 정상화는 내년 봄 춘투 임금 협상과 연준의 금리 인하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2-3 분기 경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우에다 총재는 향후 경제 및 정책 전망에 대해 시장과 더 신중하게 소통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에, 올해처럼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이 아닌 좀 더 예측 가능한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 봐도 될 전망이다.
② 피봇 기대는 여전히 유효
일본은행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24년 1월 및 4월 회의에서 정책 수정에 대한 발언이 나올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충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이 `23 회계연도 종료 시점을 피하고 경제 및 물가 전망이 업데이트되는 1월 또는 4월에는 포워드 가이던스 등을 수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일본은행 정책위원들의 연이은 통화정책 정상화 관련 발언들에 주목하며 NIRP 종료 예상 시점을 앞당기는 분위기도 관찰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의 정책 수정 기대가 NIRP 종료에 집중되어 있으나 국채 금리의 상방 압력이 크게 완화된 점을 감안할 때 YCC 수정이 선행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③ 24년 1분기 말 ~ 2분기 예상
일본 내 상황 및 미 연준의 금리정책 기조 전환 추이 등을 고려할 때 24년 2분기 경 일본은행의 정책 피봇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앞서 지적한 일본 내 각종 상황은 물론 미 연준 및 ECB의 금리정책 기조가 내년 1분기에나 뚜렷해질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일본은행의 정책 피봇, 즉 금융완화 정책 수정 시기는 그 이후인 2분기 경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일본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시장과 어긋나는 상태를 초래하는 정책은 경제를 죽인다”며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가능하면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정책 수정이 엔화 초강세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유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일부 있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당분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되었다. 따라서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일본은행의 현 정책 기조 유지는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엔화의 향방은
비록 정상화에 대한 힌트는 없었지만 미국의 시장 금리가 하락한 만큼 엔화의 약세는 제한적이다. 일본은행의 조기 정책 피봇이라는 엔화 강세 재료가 소멸되면서 당분간 엔화는 미 연준 정책과 미국 경기 흐름에 따라 등락하는 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미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 펀더멘탈이 여전히 강하다는 측면에서 달러화 약세도 제한적일 것이다. 결국 달러-엔 환율도 추세적 하락 혹은 상승보다는 140 엔 초중반대에서 등락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원-엔간 동조화 현상이 강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달러-엔 환율의 반등 혹은 횡보 가능성은 달러-원 환율의 추가 하락 재료의 소멸로 해석된다. 달러-원 환율은 달러화 흐름과 함께 국내 펀더멘탈 리스크에 따라 등락을 보일 것이다.
내년 초반까지 국내 취약한 경기 펀더멘탈을 감안할 때 달러-원 환율은 1,300 원을 중심으로 한 등락 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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