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정의
'부자'의 사전적 정의는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을 의미한다. 금융자산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한국 부자들이 생각하는 넉넉한 자산의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 KB금융연구소가 조사한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부자의 기준
부자들은 금융과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을 포함한 '총자산'이 '100억원 이상'은 되어야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한국에서 부자라면 얼마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자 답변의 중간값으로, 응답 분포를 하나의 값으로 대표하기 위해 중간값을 사용하였다.
한국 부자들이 가장 많이 제시한 부자의 총자산 기준 금액은 단일 금액으로는 '총자산 100억원'이라는 응답이 26.7%로 가장 많았고, '총자산 50억원'(14.0%)과 '총자산 200억원'(10.7%)이 그 뒤를 이었다. 금액 구간별로 살펴보면 '100억원 미만'을 선택한 부자는 49.0%이고, '100억원 이상'을 선택한 부자는 51.0%를 차지했다.
총자산 '500억원 이상'은 되어야 부자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4.2%나 되었다. 2020년 '총자산 70억원'이던 부자의 기준은 유동성 증가 및 자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21년 '총자산 100억원'으로 높아졌으며, 이후 2023년 3년 연속 '100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①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
'지금 나는 부자다'라고 생각하는 한국 부자는 전체 중 39.5%로 나타났다.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는 응답률은 자신이 보유한 총자산 규모별로 차이를 보였다.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총자산 '50억원 미만'은 24.8%에 불과했지만, '50~100억원 미만'은 41.5%, '100억원 이상'은 71.9%가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의 설문 결과와 비교하면 총 자산이 100억원을 넘어갈 때 타인은 물론 스스로도 부자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② 금융자산으로 보는 부자
부자 수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금융자산 규모별로 부자 인식도를 살펴보면, 금융자산 '30억원 미만'인 경우 26.6%가 '나는 부자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고, '30~50억원 미만'의 61.6%, '50억원 이상'의 67.2%가 스스로 자신을 부자라고 인식했다.
이는 총자산 포트폴리오가 부동산 자산을 중심으로 구성된 부자들은 금융자산이 '30억원 이상'이고 총 자산이 '100억원 이상'을 넘어야 스스로 부자라고 인식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한편, 총자산 '50~100억원 미만'과 '100억원 이상'이 스스로 부자라고 인식하는 비중은 2022년 각각 55.9%, 76.2%에서 2023년 41.5%와 71.9%로 감소했다.
이를 통해 고가 주택 한두 채를 보유한 총자산 '50~100억원 미만'의 상당수가 유동성 증가에 따른 자산가격 급등, 특히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으로 수치상 자산이 늘어났을 뿐 타인에 비해 자산이 더 많아졌거나 스스로 부자가 되었다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부의 원천
① 사업소득이 최다, 근로소득 증가
부자들이 현재의 자산을 축적하는데 가장 기여도가 큰 원천은 ‘사업소득’(31.0%)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자산을 축적하는 수단으로 ‘사업소득’(31.0%)이 ‘근로소득’(11.3%)에 비해 3배 정도 많았고,
축적된 자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부동산투자’(24.5%)가 ‘금융투자’(13.3%)에 비해 2배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그 외에도 상속·증여 등으로 부자가 된 경우도 20%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2년과 비교해보면 사업소득은 줄고 근로소득은 소폭 늘었는데, 이는 2021년 이후 일어난 현상으로 갈수록 새로 부자에 진입한 사람 중에 고소득 전문직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총자산 규모별로 확인할 수 있다.
총자산 ‘50억원미만’에서는 사업소득이 근로소득의 2배 정도에 불과하지만, ‘50억 원이상’에서는 사업소득이 근로소득의 3.6배로 차이가 났다. 이는 계속되는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고소득 전문직들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종잣돈 마련 이후 부가 급증
부자들이 자산을 불리는 토대가 되는 자금이 ‘종잣돈’이다. 일정 규모의 종잣돈이 마련되면 이후 투자를 통해 자산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 부자가 생각하는 종잣돈은 8억 원으로 지난해(8억 2천만 원)보다 2천만 원 감소했다.
총자산이 많을수록 종잣돈으로 생각하는 자금 규모가 컸는데, 총자산 ‘50억원미만’은 종잣돈으로 평균 6억 8천만 원은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고, ‘50~100억원미만’은 8억 2천만 원, ‘100억원이상’은 10억 6천만 원을 종잣돈으로 꼽았다.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활용했던 투자 방법은 ‘거주용 주택’이 가장 많았고, 그 외 ‘거주용 외 아파트’, ‘주식’, ‘재건축 아파트’, ‘상가’, ‘예적금’ 순이었다. 이는 부의 원천으로 부동산투자가 금융투자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거주용 주택의 가격 상승으로 늘어난 자산은 주택가격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사하거나, 또는 대출을 이용한 레버리지 등을 통해 투자 용도의 종잣돈으로 활용될 수 있다
부의 성장 동력
① 소득잉여자금
부자들이 자산을 늘리는데 활용한 첫 번째 동력은 ‘소득잉여자금’이었다. 소득잉여자금은 소득 중 저축이나 투자 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가구의 연 총소득에서 생활비 지출과 세금 및 3대 사회보험료(국민연금, 건강보험, 고 용보험)을 제외하여 산출했다. 부자가구의 ‘소득잉여자금’은 연 평균 8,825만 원으로 월 700만 원 이상을 저축할 수 있는 규모였다.
소득잉여자금은 부자가 보유한 자산 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총자산 ‘50억원미만’의 소득잉여자금은 연 6,999만 원으로 연간 총가구소득 대비 26.0%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총자산 ‘50~100억원미만’과 ‘100억원이 상’의 연간 소득잉여자금은 각각 1억 174만 원과 9,931만 원으로 연간 총가구소득의 32.2%와 28.2%를 차지했다.
이러한 차이는 총자산 ‘50억원미만’에는 새로 부자에 진입한 젊은 세대들이 많고, 이에 비해 총자산 ‘50억원 이상’에는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아 소득이 높은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많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② 부채 활용
내가 가진 자금보다 더 큰 자금을 끌어와서 이익을 확대할 때 사용되는 방법이 레버리지 투자이다. 부자들이 자산을 늘리는 데 활용하는 두 번째 동력은 ‘부채 활용’이었다. 그들은 부채를 활용하여 투자나 사업자금을 마련했고,
그 부채규모는 평균 4억 8천 만원으로 금리 인상과 전세가격 하락 영향으로 지난해(7억 1천만 원)보다 2억 3천만 원 감소했다. 이 중 임대보증금이 80.8%를 차지하고, 금융부채는 19.2%로 거주용 외 주택 등 부동산으 로 형성된 부채가 많았다.
부자들이 활용하는 부채규모는 총자산이 많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총자산 ‘50억원미만’은 평균 2억 원, ‘50~100억원미만’은 평균 5억 6천만 원, ‘100억원이상’은 평균 11억 2천만 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부자들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총자산 대비 총부채비율은 평균 14.6%이었으나, 실제로는 그 절반에 해당하는 부채비율을 나타냈다.
총자산 ‘50억원미만’은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이 5.7%, ‘50~100억원미만’ 은 8.0%, ‘100억원이상’은 7.7%로 자산이 많을수록 적극적으로 부채를 활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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