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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근친혼에 대한 입법 논의 시작, 금지 이유와 외국 사례와 입법 방안

by 00년 새내기 2024.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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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혼 가능해질까

우리 민법은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고 이에 위반한 혼인은 무효이나, 헌법재판소는 근친혼의 무효가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주요 국가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3촌 혹은 4촌 이내 혈족 간 혼인을 금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우리나라와 같이 8촌 이내 혈족의 혼인을 무효로 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입법 논의와 외국 사례

 

이에 입법 방안으로 ① 근친혼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 ② 취소사유로 전환하는 방안 ③ 혼인무효소송 원고적격을 축소하는 방안 ④ 자녀를 보호하는 특칙을 두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1. 입법 논의의 출발

우리 민법은 8촌 이내 혈족(血族)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다(제809조제1항).여기서 8촌 이내의 혈족에는 자연혈족, 법정혈족(양부모계의 혈족), 부계혈족, 모계혈족, 직계혈족, 방계혈족이 모두 포함된다. 근친혼 금지에 위반된 혼인신고는 수리되지 않으며(제813조), 설령 수리되어 혼인이 이루어지더라도 8촌 이내 혈족 간 혼인은 무효(제 815조제2호)이므로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민법 제809조제1항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금혼조항은 근친혼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며 “8촌 이내 혼인을 금지한 것은 근친혼의 발생을 억제하는데 기여하므로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하였다.

 

다만, 8촌 이내 혈족의 근친혼을 혼인무효 사유로 정한 민법 제815조 제2호에 대해서는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하였다. 그리고 2024. 12. 31.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적용하기로 하였으므로, 2024년에 관련 법이 개정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2. 근친혼 금지 이유 : 유전학적 이유

가까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는 주된 이유로 유전학적인 근거를 드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서는 근친혼의 경우 혼인당사자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유전병의 열성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지고, 그 결과 그 혼인에서 출생하는 자녀가 유전적인 질병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위와 같이 근친혼은 선천성 기형 및 상염색체 열성 질환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그 결과 4촌 이내 부부 사이 자녀의 경우 출생 후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다. 다만 4촌을 넘어선 관계에서 근친혼과 유전병의 연관성은 희박해지며, 현대의학에서 문제되는 복합적인 성인병 질환이 근친혼과 관련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3. 근친혼 금지 이유 : 사회윤리적 이유

근친혼 금지의 사회윤리적 이유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유에서도 나타난다. 헌법재판소는 “근친혼의 경우 미성년 시기를 포함하는 오랜 시간 동안 공동생활 내지 교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연령, 항렬 그 밖의 가까운 혈족 내 서열이나 영향력의 작용을 통해 개인의 자유롭고 진실한 혼인 의사의 형성·합치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다.

 

또한 근친혼의 가능성은 가까운 혈족 사이에 성(性)적 긴장이나 갈등·착취 관계를 초래할 수 있으며, 근친혼이 이루어질 경우 종래 형성되어 계속된 가까운 혈족 사이의 신분관계를 변경시키게 되므로 가까운 혈족 구성원의 역할과 지위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였다.

 

4. 외국 입법례 : 미국

미국 「통일 혼인 및 이혼법(Uniform Marriage and Divorce Act)」(이하 “UMDA”라 한다)은 직계혈족, 형제자매 및 숙질(叔姪)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법에 따라 금지된 근친혼은 법원의 혼인무효 판결에 의해 효력을 상실하되[UMDA 제208조(a)] 금지된 근친혼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혼인 중 출생자로 간주하는 특칙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은 숙질 사이의 혼인이라도 그것이 원주민(인디언, 폴리네시안, 알래스카 원주민 등) 문화의 확립된 관행에 의해 허용된 것인 때에는 그 혼인의 효력을 인정한다. 또한 4촌 이상 방계혈족 간의 혼인은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 법의 채택 여부는 각 주(州)의 자율에 맡겨져 있으며, 4촌 간 결혼을 허용하는 주와 불허하는 주가 반분되어 있다.

 

미국 주별 4촌 결혼 허용 현황

 

5. 외국 입법례 : 영국, 프랑스

영국은 직계혈족, 형제자매 및 숙질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지만, 입양에 의한 형제자매 간의 혼인은 허용된다. 그리고 4촌 이상의 방계혈족 간의 혼인은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으며, 근친혼 금지 규정에 위반된 혼인은 모두 무효이다[영국 1949년 혼 인법(Marriage Act 1949) 제1조 및 First Schedule, Part I].

 

프랑스는 직계혈족, 형제자매 및 숙질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지만, 4촌 이상 방계혈족 간의 혼인은 제한 없이 허용한다(프랑스 민법 제161조부터 제 163조까지). 입양의 경우에는 양부모와 양자녀 및 양자녀의 직계비속 사이, 동일한 양부모에 의해 입 양된 형제자매 사이, 양부모의 친생자녀와 양자녀 사이에 혼인이 금지된다.

 

6. 외국 입법례 : 독일

독일은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간의 혼인만을 금지하므로(독일 민법 제1307조) 3촌 이상 방계혈족 간의 혼인은 제한 없이 허용된다. 입양으로 성립된 양친자관계에서는 입양 관계가 해소된 후 혼인할 수 있고(독일 민법 제1308조제1항), 입양으 로 형제자매가 된 자는 아직 입양 관계가 존속 중인 경우라도 가정법원으로부터 면제 재판을 받아 혼인할 수 있다.

 

독일 민법 제1307조에 위반한 혼인은 부부 중 일방 또는 관할 행정관청의 청구에 의해 취소될 수 있다(독일 민법 제1316조제1항제1호). 다만 근친 혼으로 출생한 자녀는 혼인 취소 후에도 혼인 중 출생자로 간주되고, 취소로 인해 부부 중 일방 또 는 자녀에게 중대한 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혼인을 취소할 수 없다(독일 민법 제1316조 제3항).

 

7. 외국 입법례 : 일본, 중국

일본은 직계혈족 및 3촌 이내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한다(일본 민법 제734조제1항 본문). 그러나 4촌 이상인 방계혈족 간의 혼인은 제한 없이 허용된다. 입양으로 성립된 직계혈족 간에도 혼인은 금지 되며, 입양 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민법 제734조제2항). 반면 입양으로 성립된 방계혈족(특히 형제자매) 간에는 혼인이 금지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직계혈족과 3촌 이내의 방계혈족 간 혼인이 금지된다(중국 혼인법 제7조제1호). 이때 방계혈족에는 부모 양쪽을 같이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부모 중 한쪽만 같이하는 경우도 모두 포함 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입양으로 친족관계가 성립한 경우의 근친혼 금지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나, 자연혈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혼인이 금지되며, 윤리적 이유 로 입양 관계가 소멸한 후에도 혼인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주요 국가 근친혼 관련 입법례 비교

 

입법 방안

 

1. 근친혼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

주요 국가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3촌 혹은 4촌 이내 혈족 간 혼인을 금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8촌 이내 혈족의 혼인을 금지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근친혼 범위를 현행 8촌 이내에서 4촌이나 6촌 이내 등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이 방안에 대하여는 유림단체 등에서 가족 해체와 도덕성 붕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한 법무부가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도 현행과 같이 8촌 이내로 하자는 응답이 75%를 차지하였다.

 

 

2. 취소사유로 전환하는 방안

헌법재판소는 8촌 이내 혈족 간의 금혼조항 자체는 합헌 결정을 하면서도, 이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규정한 민법 제815조제2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따라서 근친혼을 무효사유가 아닌 취소사유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시키는 무효와 달리, 혼인의 취소는 기왕 형성된 법률관계를 유효하다고 보고 장래를 향해서만 효력을 상실한다(민법 제 824조). 그러므로 기존에 성립된 신분관계와 상속 관계 등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입법 시 취소청구권자의 설정, 민법에서 규정한 혼인의 다른 무효사유 및 취소사유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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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혼인무효소송 원고적격을 축소하는 방안

가사소송법 제23조는 당사자, 법정대리인 또는 4촌 이내 친족은 언제든지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근친혼을 알고 있는 4촌 이내 친족이라면 상속 등의 목적으로 기간 제한 없이 혼인무효소송을 제소할 수 있고, 이로 인 해 가족생활을 영위하던 당사자가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혼인무효소송의 원고 적격에서 3촌 이상 친족을 제외하여 기존에 성립한 가족관계와 상속재산을 보호하는 방안을 생각 할 수 있다. 다만, 이 방안은 8촌 이내 근친혼의 일률적 무효가 위헌적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4. 자녀를 보호하는 특칙을 두는 방안

근친혼이 무효가 되는 경우 큰 피해를 받는 사람으로 근친혼으로 태어난 자녀들을 들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근친혼의 효력이 소급적으로 상실하므로 위 자녀들은 법적으로 혼외자로 처리되고, 그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과 독일의 법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친혼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혼인 중 출생자로 보는 등 자녀를 보호하는 특칙을 두는 방안을 검토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다른 무효 및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혼인으로 태어난 자녀들과의 형평성 고려가 필요하다.

 

근친혼 입법 논의 시사점

사회가 변화하고, 대도시화 및 핵가족화가 심화함에 따라 친족과 가족 관념은 계속 변하고 있다. 또한 주요 국가 중 우리나라와 같이 8촌 이내 혈족의 혼인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하는 법제는 찾아보 기 어렵다. 다만, 지역과 관습에 따라 사회윤리적 관념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근친혼의 허용범위 및 법적 효과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더욱 이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개정시한을 2024년까지로 명하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신속한 입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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