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 본격화
중국 필두로 반도체 지원 강화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3,440억 위안(약 64조원)의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국가 집적회로 산업투자기금’으로 알려지고 있는 동 기금은 중앙정부, 국책은행 및 기업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3차 기금은 2014년 조성된 1차(1,387억 위안)와 2019년 2차(2,040억 위안)를 합한 규모보다도 많은 기금 규모다. 그만큼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을 위한 주요국의 산업정책과 지원은 경쟁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잘 알고 있듯이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약 390억 달러의 기업보조금 및 750억 달러의 대출 및 대출 보증을 해주고 있다. EU 역시 2030년까지 EU의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을 현재 10%에서 20%까지 높이기 위해 총 430억 유로의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도 일본 정부도 약 642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사실상 향후 수년동안 수천억 달러의 자금이 반도체업종에 투자되면서 무한 경쟁이자 적자생존 게임에 진입한 것이다. 반도체 혹은 AI와 관련된 산업에 투자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90년대 IT투자, 2000년대 중국 고정투자 붐에 이어 새로운 투자사이클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경제에는 우호적인 사이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1. 여의치 않은 한국 반도체 현실
한국 경제 및 반도체입장에서 ‘칩 워(Chip War)’를 바라보는 시각은 복잡하고 미묘하다는 생각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확대될 수 있음은 분명한 반도체 강국인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이지만 이는 한국 반도체산업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때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오히려 글로벌 반도체 투자 붐에서 한국이 자칫 소외될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 즉 외화내빈의 한국 반도체산업이 될 리스크가 있다.
한국과 대만 시가총액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그 중심에는 반도체업종 차별화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및 AI투자 붐과 미국 반도체 중심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업종이 한국과 대만 시가총액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그 중심에는 반도체업종 차별화가 있음을 지적한 바와 같이 글로벌 반도체 및 AI투자 붐과 미국 반도체 중심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업종이 상대적으로 큰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음은 불편한 사실이다.
향후 글로벌 반도체 투자 붐이 더욱 확산되면서 한국이 본격적 수혜를 받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주요국 반도체 및 AI투자가 글로벌 산업협력보다는 자국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은 한국 반도체산업 입장에서는 위협요인이다.
2. 각국의 정책 강화도 부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산업정책 강화도 한국입장에서는 껄끄러운 현상이다. 최근 뉴욕타임즈(NYT)는 중국이 핵심제조분야의 강자로 떠오르자 이를 규제하는 동시에 중국에 자리를 더욱 내줄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에 주요국의 산업정책이 한층 강화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사의 지난 5월 14일 보고서(통상마찰 격화로 나타난 2차 미-중 갈등)를 통해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 제조업이 글로벌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주요국(한국, 미국, 독일, 프랑스 및 일본)을 합한 비중을 넘어서면서 제조업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고품질발전 전략을 통해 육성하는 3대 트리오 업종(전기차, 이차전지 및 태양광)에서 급속히 생산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장악 중이다. 여타 주요국입장에서는 위협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결국 관세전쟁을 확산시키는 등 통상마찰로 이어지고 있다. 첨단부분의 중국 성장도 위협적이지만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한국 제조업 입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첨단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이에 대한 주요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 한국 제조업이 위치할 여지가 있다. 자칫 이러한 상황, 즉 점점 더 격화되는 ‘칩 워’ 국면에 한국 반도체가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 투자 쏠림 현상 부작용
또 하나 ‘칩 워’의 부작용으로 투자 쏠림 현상을 지적할 수 있다. 전세계 제조업 투자가 반도체 및 AI관련 산업에 집중되면서 여타 산업 투자는 소외시 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한국 산업구조상 반도체 등 IT업종의 투자와 성장도 중요하지만 여타 중후장대산업 투자 부진 현상이 한국 경제 및 산업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정보통신산업(ICT)이 23년 기준 전체 GDP와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2.7%, 23.1%이다. 또한 22년과 23년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8.9%와 15.6%이다. 반도체업종이 국내 경제에 중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한국 산업과 경제의 현실이다.
따라서 글로벌의 반도체 및 AI관련 투자 편중화 현상은 한국 경제와 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있고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 중국판 마샬플랜
이 밖에 ‘칩 워’하고는 다소 별개의 뉴스일지도 있지만 중국판 마샬플랜 관련된 뉴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내에서 미국의 마샬플랜과 같은 정책을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친환경부문에서 개도국 원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이 친환경부문에서 대외 원조를 생각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중국내 과잉해소 차원일 수 있다.
이미 고품질발전전략 트리오업종의 과잉 우려는 제기된 상태이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 저가정책을 통한 자국 수요 확대 및 물량 밀어내기를 통한 과잉 해소에 한계가 나타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개도국 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중국내 과잉을 개도국으로 수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금지원을 얻고 선진국을 제외한 이머징시장으로 중국산 첨단제품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면 이 역시 여타 선진국은 물론 한국입장에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여지가 있다.
요약하면 ‘칩 워’에 따른 한국의 수혜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칩 워’에서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 무한경쟁 및 적자생존이라는 차원에서 ‘칩 워’를 바라보는 생각이 복잡하고 미묘한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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