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과 미중관계
미중 상생관계 역사속으로
미중은 서로 공생과 상생의 관계를 구축해 왔다. 미국 주도로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국제 자유무역 체계에 진입했다. 이는 풍부한 염가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과 거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배경이 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중국과의 공존을 용인함과 동시에 전통적 관여를 통해 중국이 국제사회의 질서를 수용하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를 주창하며 미국과 동등한 지위를 요구했다. 공생관계에 파열음이 일기 시작했고 양국 관계는 전면적인 재정립이 필요했다. 이후 전개된 미중 갈등이 시작된 배경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경제적 이익 갈등 구도에서 접근해 무역분쟁을 일으켰다. 삼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다 시 소환했고 동맹국과의 동맹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고 있다.
바이든, 첨단 산업 규제 정교화
바이든은 국가 안보를 강조하며 중국의 기술 굴기를 지연시키는 ‘디리스킹(위험 제거)’에 초점을 둔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에 고강도 수출통제 조치를 시행한 배경이다. 바이든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대중 정책은 더욱 정교해지고 고도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단순 수출 규제를 넘어 첨단산업에 대한 대중 견제를 금융과 투자 분야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해외투자 관리 제도 행정명령을 통해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등 첨단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실물 분야에서의 견제도 더욱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선단공정(첨단반도체) 뿐 아니라 성숙공정(구형반도체)까지 규제 대상으로 포함할 공산이 크다. AI(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필수적인 고성능 AI 칩만 수출을 금지했지만, 향후 저성능 칩까지 규제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의 7대 신흥 전략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바이오 분야로 규제 영역이 확장될 가능성도 높다
2. 트럼프 1.0, 예상 못한 무역전쟁
바이든 대통령이 ‘광범위하고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을 구사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칠고 예측 불가능한’ 정책을 펼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트럼프 1기에서는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과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며 중국산 수입품에 대규모 보복관세를 부과해 미·중 무역분쟁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평균 관세율은 19.3%에 달해 기타 국가 대비 6배 이 상 높다. 또한 전체 중국 수입품의 66.4%에 관세가 부과되어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그 결과 2023년 중국의 대미 수출은 4,272억달러로 무역전쟁 이전인 2017년 대비 15.4% 감소했고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도 25.5% 급감했다. 고관세 정책이 효과를 보인다는 판단이다.
2020년 양국은 1단계 무역합의안을 체결했으나 현재까지 중국의 이행률은 약 60%로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머무른다.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이를 빌미로 무역전쟁 파열음이 또 한 번 불거져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배경이다.
3.트럼프 2.0, 중국과의 완전 결별
트럼프의 재선 공약인 ‘Agenda 47’의 핵심 철학은 ‘미국 우선주의’로의 복귀다. ‘反 세계화, 反 중국, 反 친환경’로 요약되는 트럼프 2기 정책 기조는 과거보다 정교하고 과격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무역통상과 경제 관련 공약은 1) 보편적 관세 도입, 2) 상호무역법 제정, 3) 대중 무역규제 강화로 요약된다.
‘보편적 기본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는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율을 적용 하되, 환율조작국과 불공정 무역관행 국가, 대미 무역흑자 국가에 추가로 징벌적 관세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평가된다. 또 ‘상호 무역법(Reciprocal Trade Act)’을 제정해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부과한 관세 비율만큼 똑같이 상대국에 부과할 계획이다. 일종의 보복관세인 셈이다.
중국 경제 제재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정책적으로는 다른 국가에 부여하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상대국에 부여하는 조치인 ‘최혜국대우(Most Favored Nation, MFN)’를 박탈할 공산이 크다. 2000년 중국의 WTO 가입 후 지속된 미· 중 통상질서가 근본적으로 뒤집어지는 것이다
중국산 전자제품 의약품, 철강 등 필수품 수입을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계획도 대선 공약에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 규제 및 중국 아웃소싱 기업에 연방 계약을 금지하는 징벌적 조항도 준비 중이다. 트럼프 캠프는 더 나아가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60% 이상으로 일률적으로 높이겠다는 충격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그간 거론된 대중국 무역제재 중 가장 강력한 내용으로 평가된다.
미국 대선이 중국에 미칠 영향
중국 산업 측면에서 바이든이나 트럼프 중 누가 당선이 되든지 득이 될 것은 없다. 정도의 차이일 뿐 대중국 규제 스탠스와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의지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1.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 전기차 수혜 가능성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간 눌려 있던 중국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산업에는 호재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는 재정지출 축소와 함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까지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은 유지되겠지만 미국 내 그린 보조금이 철회된다면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 중국산 제품 사용 유인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트럼프는 바이든에 비해 국제사회 연합에 관심도가 낮기 때문에 非미국 지역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영향력은 도리어 커질 수도 있다. 현재 중국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산업은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높은 재고 부담까지 지고 있어 해외 수출 판로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기업들 수출 여건이 용이해 진다면 점유율 확대와 동시에 수익성 개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2. 누가 당선되든 로봇은 맑음
바이든, 트럼프 모두 자국 우선주의와 미국 제조업 부흥을 장려하고 있으며 최근 리쇼어링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인구 보너스’와 ‘저임금 노동력’ 에 기댄 제조업 성장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여 글로벌 제조 기지로서의 위상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현시점 로봇은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특히 로봇 관련 원천 기술을 대부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핵심 부품 내재화에도 성공해 미국의 규제 영향권에서도 자유롭다.
실제로 3월 초 중국의 로봇 업체인 유비테크는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Walker S’가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의 공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됐다고 발표해 테슬라의 옵티머스보다 빠른 상업화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작년부터는 중국 내 산업용 로봇 출하량 Top 10에 로컬 기업들도 랭크되기 시작했다. 중국 로봇 산업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비약적인 기술 진전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제조업 부흥 전략이 강화될수록 중국의 로봇 산업 성장세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3. 반도체, 위기 기회 공존
바이든, 트럼프 모두 대중국 첨단기술 규제 의지가 확고하다. 혹여 제 3자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고 해도 이러한 규제 기조는 바뀌지 않을 공산이 크다. 구조적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은 계속해서 미국의 원천기술과 동맹들과의 연합에 의해 통제받고, 중국은 이를 돌파하기 위해 물밑에서 기업들을 계속 지원해 자급률을 높이는 자구책을 마련해 나가는 구도가 이어질 것이다.
반도체 서플라이 체인은 설계-제조(전공정)-패키징(후공정)으로 구분되는데, 미국은 중국의 역량이 가장 취약한 제조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는 2020년 말 중국 1위 파운드리인 SMIC에 10㎚ 이하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를 시작으로 ASML사에 EUV 노광장비 반입을 차단했다.
나아가 18㎚ 이하 D 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 이하 반도체 기술 및 장비의 수출도 차단한 데 이어 AI 칩 수출까지 제동을 걸었다. 주지하다시피 AI 성능의 핵심은 GPU인데, 현재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인 A100과 H100의 중국 수출까지 차단된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화웨이가 작년 9월 자체 개발 7nm 칩을 장착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Mate60 Pro를 출시하며 중국 반도체 산업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화웨이는 7nm 칩 기술을 바탕으로 엔비디아 AI 칩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GPU까지 출시해 현재 중국 바이두 등에 테스트 물량 공급을 시작한 상태다.
여전히 시장에서는 화웨이 칩에 대한 의구심이 많고, 생산수율이나 SMIC의 Capa 증설 가능 여부에 확신도 부족하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화웨이가 첨단 반도체 국산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진화할수록 미국의 규제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규제 범위도 확산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이벤트들은 주가 변동성을 계속해서 확대 시키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자체 기술력으로 미국 규제에 대응해 돌파구 를 계속 찾아 나가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로컬 IT, 반도체 기업들의 발전과 성장을 채찍질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요 이슈 요약 > 국제 경제 관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 가격 사상 최고치 경신 배경 및 향후 금 가격 전망 (23) | 2024.03.26 |
---|---|
미국 대선 트럼프식 팬덤 정치의 특징과 논란, 우려 (24) | 2024.03.25 |
최근 비트코인 상승 이유와 암호화폐 생태계 재구축 (28) | 2024.03.22 |
일본 8년만에 마이너스 금리 해제, 엔화 방향 전망 (26) | 2024.03.20 |
인플레이션 발생 원인과 과정, 디플레이션 전망 (21) | 2024.03.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