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전환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리려고 하는 전조가 확인되었다. 전날 나온 2월 미시간대 1년 인플레이션 기대가 4.2%로 발표되었다. 블룸버그 통신 전망치 4.0% 보다 0.2%p 높았는데, 지난해 10월 5.0%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며 1월에는 3.9%까지 내려왔던 것이 이번에 반등을 한 것이다. 5년 이상 장기 인플레 기대는 2.9%로 예상치와 같았지만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소비자들의 기대가 생긴 샘이다.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도 시장의 예상을 상회했다. 1월 소비심리지수는 66.4로 월가 예상치 65.0을 웃돌았다. 1월 64.9보다도 높았는데, 강한 고용 덕분이라는 분석이 다수이다. 소비 심리가 괜찮고 1년 뒤 물가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당분간 경제가 버틸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다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내놓는 판단도 상당히 엇갈리는 모양새이다.
< 증가하는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 >
래리 서머스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기대 안일하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오늘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금융 시장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안일함이 자리잡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시장이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금리 인상 없이 연준이 2% 물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경로에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머스는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었던 요러 요인들이 이번에는 역전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1) 만하임 중고차 지수
제일 먼저 상품 부문 물가상승률의 하락을 주도하고 제일 먼저 YoY 기준 (-)를 보였던 부문이 바로 중고차 가격이다. 1월 만하임 중고차 지수가 2.5%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2) 러시아 원유 생산량 축소
러시아가 대서방 보복을 위해 3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씩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이 있은 후 WTI가 전날보다 배럴당 2.1%(1.66달러) 오른 79.72달러에 마감하며 다시 80달러 선에 근접했다. 장중에는 8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러시아의 감산이 예상이 가능했던 조치였기에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해당 이슈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점증되는 시점에 나왔기에, 미국 증시는 지난 예측 시점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3) 미국의 수요 모니터링 지표 개선
먼저, OpenTable 에서 제공하는 식당예약건수를 통해 대면 서비스 수요를 가늠할 수 있다. 작년 3분기 미국 식당 예약은 2019년 수준 이상의 추세적 회복을 나타냈다. 작년 말 한파 등 이상기후로 다소 둔화되었으나 올해 1월 다시 가파른 회복세를 시현했다.
다음으로 미국 경제분석국에서 발표하는 지표 중 주간 카드거래건수를 통해 전반적인 가계소비를 추적할 수 있다. 해당 지표의 경우 재화 및 서비스별로 구분돼 소비 변동의 부문까지 확인 가능하다. 1월 전체 카드거래건수는 코로나 이전대비 크게 상승했다. 특히 여가문화서비스와 외식서비스가 크게 개선돼 잔존한 리오프닝 효과가 가시화됐다. 반면 정부보조금 지급 중단과 계절적 요인에 따라 헬스케어 관련 지출이 급증했다.
< 엇갈리는 경제전망 >
낙관론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기에 대한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 측에서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고 임금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으며 고용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기에 소프트랜딩이 가능하며 상황에 따라 노랜딩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려면 기준 금리가 5%를 넘어야 하며 그 이후에 잠시 멈춰야 한다. 5%보다 얼마나 올라갈지는 두고 보자" 면서도 "연착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야데니 리서치는 소비자가 계속해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의 소비 행태를 살펴보면 지금의 지나친 비관주의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침체를 겪고 있는 산업은 현재 주택건설과 소매유통 두 부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기술기업들은 정리해고,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그들의 사업성이 흐려지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마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아야한다고 언급했다.
약세장 전망
약세장을 예상하는 월가의 IB도 다수 있다. 대표적으로 씨티, 모건스탠리, BoA 등이 있다. 이 중 UBS는 올해 들어 랠리 하는 시장과 경제 데이터 사이에 중대한 단절이 있다며 투자자들이 시장의 역학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글로벌 경기의 안정성, 중국의 리오프닝 등이 경기침체로 가는 속도를 늦춰준 부분은 있으나 ISM 구매관리자지수 및 경기 선행지수가 떨어지는 것에 시장이 지나칠 정도로 반응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번 긴축은 단지 0.25%p를 한 번이나 두 번, 세 번 더 올리는 것이 아닌 경제의 더 근본적인 것에 관한 문제를 살펴야 한다고 언급하며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2년 전 기준으로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최종금리가 5.25%냐, 5.5%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미국 경제 자체가 고물가, 고금리 구조로 가는 게 아닌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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