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뱅크, 또 다른 희생양이 되나
도이치 뱅크는 어떤 은행인가
도이치 뱅크는 독일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최대의 상업은행이다. 최근 위기를 맞았던 크레디트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도이치뱅크 역시 국제결제은행(BIS)이 꼽은 40대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도이치뱅크는 골드만삭스, BNP파리바, 영국의 Barclay와 동급으로 크레디트 스위스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도이치뱅크보다 윗등급에 속하는 은행은 JP모건체이스와 HSBC, 시티, BofA 네 곳뿐이다.
도이치뱅크의 자산 규모는 1조 4,000억 달러에 달하며 크레디트 스위스의 5,300억 달러의 세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경영지표를 보더라도 예대율은 78.6%이고 유동성 커버리지비율은 142%로 30일 간 현금유출이 일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이를 대처할 수 있는 규모가 유출 예상량의 1.4배에 달한다는 뜻이다. BIS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보통주 자본비율도 13.4%로 권장량(4.5%)의 3배에 가깝다. 또한 최근 10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여 펀더멘털로 보면 매우 우량한 은행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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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갑작스러운 도이치뱅크발 공포
이러한 초글로벌 상업은행인 도이치뱅크가 부도 확률이라고 볼 수 있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갑자기 급등하면서 주가가 한 때 전일 종가 기준 14% 하락하였다. 더 의아한 것은 CDS 프리미엄이 갑자기 상승할 의미 있는 사건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날 도이치뱅크뿐 아니라 코메르츠뱅크, 소시에테 제네랄, BNP파리바 등 유럽 주요 은행주가 동반 급락하기도 했다. 도이치뱅크가 흔들린다면 거래 관계가 많인 다른 금융회사와 헤지펀드 등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다. 결국 은행주가 폭락세를 이끌었고, 유럽 증시의 주요 지수는 2% 안팎의 큰 폭의 내림새를 보였다.
2. 도이치 뱅크가 지목된 이유
먼저 도이치뱅크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파생상품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최근 미국 지역은행들이 흔들리면서 상업용 부동산에서 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분속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출 중 7%가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가 330억 유로이며 그중 51%가 미국에 집중되어 있고 34%는 사무용 빌딩이다. 현재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위태로운 것이 사무용 빌딩이기에 시장의 우려를 더욱 키웠다고 추측할 수 있다. 도이치뱅크의 CDS 프리미엄 급등은 다소 특이하기는 하지만 사실 CS 사태 이후 대부분의 유럽 상업은행들의 CDS 프리미엄이 대부분 오름세이긴 하다.
두 번째는 이번 UBS의 크레디트 스위스 인수 때 스위스 금융당국이 AT1(신종자본증권)을 주식에 앞서 상각 했는데, 이 여파로 향후 AT1 발행이 어려워져 도이치뱅크 등이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도이치뱅크에 대한 시장의 신뢰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당장 2014년에 찍어낸 도이치뱅크의 AT1 채권가격이 이달 초 대비 무려 27.3% 하락했다. 유럽과 영국 당국자들은 AT1이 일반 채권자보다는 뒤지지만 주식보다는 변제 순위가 앞선다고 밝혔음에도 여전히 시장의 불신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가 주말에 발생하고 주말 사이에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소 황당한 추정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시장이 은행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은행 발 뉴스가 인플레이션 수치에 앞서 더 주목받고 있을 정도이다. 워낙 투자심리가 좋지 않고 변동성이 크다 보니 은행주 하락에 대한 이유를 찾기보다는 우선 팔고 보자는 트레이더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도이치 뱅크 건실하지만, 비이성적 시장은 조심해야
여러 가지 신뢰할 수 있는 수치들을 보면 도이치뱅크는 절대 부실한 은행이라고 볼 수 없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역시 이날 "도이치뱅크는 완전히 탈바꿈했고 사업모델을 새로 구성했다. 매우 수익성이 높은 은행이다"라며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월가의 평도 비슷하다. JP 모건의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이 지금의 도이치뱅크를 2015~2018년의 어려웠던 시기가 비교하기 쉽지만 투자자들은 지금의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며 “도이치뱅크는 자본비율이 강력하며 2015~2018년에도 예금이 많이 유출되지 않았고 세계 5위의 채권과 외환, 상품 거래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와도 차이가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SVB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이미 위태위태한 은행이었으며 사실상 몰락이 시간문제였다고 판단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그에 비해 도이치뱅크는 전반적인 심리가 약하긴 하지만 펀더멘탈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은행이 아니다. 14% 넘게 하락하던 주가가 낙폭을 다소 줄인 것도 이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시장에 퍼져있는 막연한 공표와 전염효과이다. 전염 효과는 금융 시장의 연결성과 상호의존성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금융 시장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충격이 다른 금융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금융 시장에서 자금의 이동이 빠르고 쉽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 기관들 간의 신뢰가 굉장히 중요한데, 한 국가 또는 지역에서 발생한 금융 위기가 다른 국가 또는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기실현적 위기로 연결되는데, 뱅크런은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의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이다. 자기실현적 위기란, 경제 주체들의 신뢰가 떨어져 경제가 나빠지는 상황을 말한다. 뱅크런의 경우,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몰리면 은행이 당장 모든 예금을 상환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고객들이 인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경제 주체들의 불신으로 인해 실제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는 은행들이 대출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들고 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 시킬 수 있다.
파월 연준 의장 역시 3월 FOMC를 통해 연달아 발생한 은행발 위기로 인해 대형 상업은행들이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꺼리게 되고 이로 인한 유동성 감소가 금리 인상과 유사한 효과가 있기에 베이비스탭에 그쳤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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