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 신고가 경신
이에 금 가격 강세 배경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한 정책 불확실 성에 따른 헤지 수요 유입이 거론된다. 다만 과거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금 가격 강세는 단기에만 유효했을 뿐 시차를 두고 되돌림이 나타났다.
금 가격 신고가 경신 이유
2024년 금 가격 속등은 크게 2번 있었다. 첫 번째가 2024년 3~5월이며 두 번째 가 2024년 7~10월이었다. 각각 14%, 18% 상승했다. 직전 상승 구간의 평균치를 고려 시 아직도 5% 내외 상승 여력이 상존한다. 전통적 관점에서 금 가격 강세는 설명되지 않는다.
코로나 이전까지 금 가격은 실질금리와 높은 역의 상관관계를 유지했다. 인플레이션 헤지 목적으로 보유되는 금은 이자를 창출하지 않아 시장금리가 기회비용이다. 이에 실질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에서 금 가격은 약세, 실질금리가 내려가는 시기 금 가격은 강세를 보인다.
금 가격 속등 구간에서 실질금리 하락은 미미했다. 오히려 2024년 3~5월에는 실질금리가 30~40bp 상승했으며 2024년 7~10월은 초반 실질금리 하락이 나타나다 10월 들어 한 달만에 30bp 넘게 반등했다. 달러화 역시 전통적으로 금 가격을 설명하는 변수다.
금을 비롯한 원자재가 달러 화로 거래되는 이유 뿐만 아니라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이 화폐 가치를 일부 대신한 까닭이다. 달러화 역시 앞선 금 가격 급등 구간에서 일치된 흐름을 보이지 않았다. 2024년 3~5월 중 명목달러지수가 0.5% 상승한 반면 2024년 7~10 월에는 1.8% 하락해 상반된 흐름이다.
연초 이후 금 가격 속등 구간에서도 전통적 금 가격 결정 요인은 가격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실질금리는 작년 말보다 소폭 올라왔으며 명목달러지수는 1월 중 보합권에서 등락하다 2월 들어 하락세가 나타나는 중이다. 금 가격 강세 배경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헤지 수요 유입 거론이 우세하다.
과거 불확실성에 따른 헤지 수요 유입은 금 가격의 단기 강세 요인이었을 뿐 시차를 두고 되돌림이 나타났다. 향후 금 가격의 추 세적 상승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금 가격 강세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① 중앙은행 주도 금 매입
2022년 이후 금 수요는 지난 10년 평균을 웃돌기 시작했다. 전체 금 수요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귀금속은 코로나 이전보다 축소됐다. 단기 매매 차익을 위해 유입되는 ETF, 장외거래 및 금광주 등 주식을 통한 금 매수 역시 코로나 이후 들쭉날쭉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16~20년까지 금 매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던 ETF의 금 보유 구모는 2021~23년까지 감소세를 이어가다 2024년에는 소폭 늘었으나 규모가 미미하다. AI 붐 등 IT 분야에서 금 수요가 늘고 있으나 제조업 전반의 둔화로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산업 수요도 전반적으로 미약하다.
금 수요는 1) 골드바, 2) 중앙은행 순매입에서 폭증했다. 2016~19년 골드바 및 주화 금 수요는 연평균 255톤이었으나 2022~24년 연평균 300톤으로 확대됐다. 주요국의 유동성 공급이 집중된 2021~22년에 수요 증가세가 가팔랐으며 2023년 과 2024년에도 2022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 중앙은행 순매입은 2022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6~19년 연평균 127톤에 불과했던 중앙은행 순매입은 2022년 270톤, 2023년 263톤, 2024년 261톤으로 2배 넘게 늘었다.
2016~19년 평균 대비 2022~24년 평균 수요 증감폭 변화를 살펴보면 중앙은행 (+137톤), 골드바및주화(45톤)만 늘었으며 ETF(-110톤), OTC투자및주식(-26 톤), 귀금속(-12톤), 기술(-5톤) 등 여타 부문은 줄었다. 금 매수 주체가 ETF 및 귀금속에서 중앙은행과 골드바 및 주화로 이동했다.
②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금 수요
민간과 달리 중앙은행 금 수요는 추세적으로 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중앙은행 금 보유량이 늘기 시작했다. 2021~22년 3분기까지 금 보유가 잠 깐 정체된 시기가 있었으나 이후 다시 증가했다. 증가 속도는 2010년대와 비교 하면 완만하다. 다만 매수 국가와 방법 등이 과거와 차이가 있다.
2008~2021년 중앙은행 금 보유 순증 규모는 1억7,700만트로이온즈다. 이 중 러 시아(32%), 중국(24%), 터키(10%), 인도(7%), 카자흐스탄(6%)이 80%를 차지한다.
러시아만 2008~2019년까지 꾸준히 금 보유량을 늘렸을 뿐 중국과 터키, 인도, 카자흐스탄 등 나머지 주요 금 매입국은 단발성으로 금 매수를 늘려 추세적 금 매수에 대한 기대를 자극하기엔 부족했다.
2021년 이후 중앙은행 금 보유 순증 규모는 2,200만트로이온즈다. 국가별 보유 증감을 살펴보면 중국(46%), 폴란드(31%), 인도(18%), 터키(14%), 카타르(8%), 이집트(7%), 체코(6%), 러시아(5%), 리비아(4%) 등 보유 비중이 2%p 이상 확대된 국가가 이전보다 늘었으며 금 매입 상위국의 매수세가 확대됐다. 특히 단발성에 그쳤던 금 매수세가 2022년을 기점으로 추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③ 금 보유 확대를 추진하는 국가들의 특징
중앙은행의 금 보유 규모 확대 국가는 공통적으로 세 가지 요인을 공유한다. 먼저, 1) 미국과 군사적, 외교적 동맹 관계가 약하거나, 2) 지정학 긴장감이 고조되거나 추후 발발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마지막으로 3) 실물거래 및 금융거래 를 통해 외화 순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가 견조한 인도의 경우 코로나 이후에도 꾸준히 금 보유 규모를 늘렸으며 중국과 폴란드, 체코, 카타르 등은 선진국 긴축 충격이 완화되기 시작한 2023년부터 금 보유를 확대했다. 트럼프 1기 출범 이후 미국의 강력한 리더십 속에 유지된 세계화, 자유무역 기조 는 약화됐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하에 이해관계에 따라 외교적, 군사적 관계가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각국은 각자도생적 외교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서 미국의 소극적 지원과 적성 국가에 대한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시스템 접근 제한을 확 인하며 달러 이외 기축통화 보유 욕구를 자극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동맹국 의 개념이 모호해지는 만큼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향후 금 가격 전망
① 금 수요 약화 우려 존재
민간 부문의 금 수요는 추세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급증한 민간 금 수요는 경기 및 정책 불확실성을 헤지하기 위한 투기적 성격이 짙다. 1) 특히 금 수요 비중이 높은 신흥국의 경기 부진, 2) 미국 대선 및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헤지 수요 등이 가세했다.
신흥국 중 중국의 경기 부진이 두드러진다. 작년 하반기부터 통화완화 및 재정 부양책 집행 확대에도 경기 전망 개선은 미미하다. 부동산 가격은 1년 내내 내림 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안전자산인 국채 수요가 집중된다.
재정 적자에 따른 국채 발행 확대에도 중국 국채 10년 금리는 1% 중후반으로 속락했다. 국채 금리 하락과 유사한 속도로 위안화 표시 금 가격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년 1월까지 하강폭이 커졌던 중국 고빈도 경제활동지수는 2월 들어 반등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으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선제적 생산 및 수출 확대가 나타나고 있다.
3월 양회를 앞두고 부양책 기대도 경제활동을 자극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의 바닥 통과를 감안하면 경기 하방은 제한적이다. 신흥국 종합 PMI도 상승 탄력은 미미하나 기준치(50)를 꾸준히 상회한다.
트럼프 당선 이후 신행정부 정책 관련 노이즈로 부각된 정책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금 투기적 순매수도 단기 정점을 기록했다. 금 투기적 순매수는 작년 11월 미국 대선 직전 단기 고점을 기록했다.
금년 1월 말부터 관세 등 무역정책 불확 실성에 순매수 규모가 늘고 있으나 정책 불확실성지수의 추가 상승이 나타나지 않는 한 추세적 확대는 미미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중국 추가 관세, 철강 및 알루미늄 추가 관세, 상호 관세 등 관세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대부분 조치를 상무부 조사가 마무리되는 4월 1일 이후로 예고한 만큼 관세가 구체화되기 전까지 단기 숨고르기가 예상된다.
② 금 가격 상승 전망, 아직 유효
신흥국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금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2020년대 이후 금 매입 상위국 11개국의 외환보유고 내 금 보유 비중을 살펴보면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탄, 터키 등은 선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해 금 보유 여력이 제한된다.
하지만 최근 금 매입 속도가 가파른 폴란드, 인도, 중국 등은 외환보유고 내 금 보유 비중을 확대할 여력이 충분하다. 금 매입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고를 확충할 수 있게 경상수지 및 금융계 정을 통해 외화 공급이 유지돼야 한다. 키르기스탄, 이집트, 우즈베키스탄 등을 제외하면 대규모 경상적자국은 부재하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 제조업의 순환적 회복 속에 금 매입 상위국 무역흑자가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1년 반~2 년 확장 사이클을 고려 시 금년까지 무역 흑자에 따른 금 매입 여력이 유효하다.
미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심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유인을 늘린다.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GDP 대비 재정적자율은 2020~2024년 평균 9.2%까지 확대됐다.
향후 6% 내외를 유지할 전망이다. 국가부채도 GDP 규모를 상회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 등이 동반될 경우 재정건전성 우려 심화는 불가피하다. 이에 재정정책 불확실성도 코로나 이후 최고치다.
③ 금 가격 상승 어디까지 갈까
세계경제 및 금융 질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한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가 지속되는 한 금 가격의 우상향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금 가격 밴드를 추정하기 위해 코로나 이전까지 금 가격 설명력이 높았던 달러인덱스와 실질금리를 활용한 모형 가격과 실제 가격 간 괴리를 활용했다.
2022년 이전까지 기존 모형가격과 실제 가격 간 괴리는 10% 이내로 제한됐으며 대부분 기간 동안 방향성이 일치됐다. 2022년부터 기존 모형가격과 실제 가격 간 괴리는 꾸준히 확대됐다. 공급이 제한된 금의 특성 상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가 금의 시중 유통량을 감소시킨 결과로 판단된다.
금년에도 중앙은행이 금 보유 규모를 확대할 경우 모형가격과 실제 가격 간 괴리율 상승은 필연적일 전망이다. 2022년 이후 중앙은행의 금 보유 증대 속도가 일정할 경우 모형가격과 실제 가격 간 괴리율은 현재 280%에서 금년 말 300% 로 추가 확대가 예상된다.
금년 말 금 가격은 3,300달러/온스까지 상승 여력이 있으며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 속도에 따라 레벨은 차이가 있겠다. 다만 단기적으로 금 모형가격과 실제 가격 간 괴리율이 장기 추세를 상회하는 등 오버슈팅 구간에 진입했다. 현재 금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요인(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중국 경기 불안 등)이 훼손될 경우 기간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2023 년 4분기와 2024년 3분기에 금 가격이 단기 상승을 경험한 후 2~3개월 간 기간 조정을 거치며 괴리율을 해소했다. 단기 차익을 위한 금 보유보다 포트폴리오 위험 분산 및 중장기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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