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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분석

글로벌 반도체 경쟁 본격화, 한국 반도체의 위기와 기회

by 00년 새내기 2024. 6. 25.

 

반도체 업사이클

엔데믹에 따른 기기의 수요 감소 여파로 부진을 겪었던 IT 반도체 경기가 작년 4분기 반등을 시작으로 개선세를 보이며 중단기적인 회복  사이클로 전환했다. 서버 교체 주기 도래, 디지털 대전환(DX), AI 연관 서버 및 디바이스(PC, 스마트폰) 출시 등 메가 트렌드에 따라 반도체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경쟁 본격화

 

AI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미래첨단산업의 핵심인 반도체의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와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가 단위의 기술 패권 경쟁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미국, 일본, 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의 반도체 기술 및 산업 육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동맹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기술, 장비의 수출 통제를 진행중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나 최근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어 초격차 확보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 전망 및 주요국 경쟁력

 

 

① 각 국가의 반돋체 공급망 재편

2021년도에 발생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세계적으로 공급망 다변화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자연재해, 수요예측 실패 등으로 인해 반도체 부족 현상이 발생하며 공급망의 안정성 및 회복력을 확보하는 것이 각국의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반도체 수입국은 글로벌 기업의 자국 내 공장 유치, R&D을 통한 자급화 등을 통해 대만과 한국에 치우쳐진 반도체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대만과 한국이 각각 반도체 생산량 1,2위 및 글로벌 반도체 생산의 4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 자국 주도의 공급망 구축>

 

미국은 산업보조금 정책 및 대중 수출통제 강화와 동시에 미국 주도의 공급망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중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경제 안보, 기술 우위 선점을 위해 반도체 지원법 <CHIPS Act>를 도입하였으며 우방국 중심으로 생산시설을 재편하는 정책인 <프렌드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별 반도체 생산량 현황 및 미국의 프렌드 쇼어링

 

 

또한 다자간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켜 중국 견제 및 협력국 간 연대를 강화하고 조기경보 시스템 및 투명성 제고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PEF는 한국, 미국, 일본, 인도 등 14개국이 참여해 공급망, 기후변화 등 글로벌 통상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중국 : 레거시 반도체 위주>

 

중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 견제로 인해 레거시 반도체 위주로 주도권 확보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제재 강화 이후 22년 과학기술업무 컨트롤 타워인 중앙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하고 5년간 1조 위안(약 187조언) 규모의 반도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24년 5월 지원방안의 일부로 역대 최대 규모인 64조원 규모의 3차 반도체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첨단공정의 장비 확보가 어려워 레거시(성숙) 반도체 위주로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패키징 기술력의 첨단화와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 규모는 470억 달러(23년 기준)로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과 EU : 반도체 자립, 공급망 확보>

 

일본은 3단계 육성 전략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며 생산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민관합동 파운드리 기업(라피더스)를 설립하고 미국, 벨기에 등과 2나노급 제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일본 기술은 40나노 수준이나 최근 TSMC 1,2공장을 유치하며 첨단 제품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는 반도체법을 통해 430억 유로를 투자하여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제조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며 관련 연구개발 및 혁신 활동을 지원하는 반도체 이니셔티브를 설립했다. EU 전역에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STEM) 분야 인력 확보 및 네트워크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팹 투자 규모

 

전자제품 생산기지로 부상한 인도는 내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10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미국, 대만, 일본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제휴해 반도체 제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바이슈나우 기술부 장관은 올해 12월 인도에서 조립된 첫 '인도산' 반도체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② 반도체 기술 패러다임

반도체 산업은 무어의 법칙(인텔의 공동 설립자 고든 무어가 제시한 규칙으로 반도체 성능은 약 2년마다 2배씩 증가)에 따라 지난 50년간 공정 미세화가 빠르게 이루어졌으나 10나노 이하 공정에 들어서면서 공정의 복잡성으로 기술 난이도 및 제조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65나노급 대비 5나노급 반도체의 개발비용은 약 20배, 팹(공장)건설비는 약 13배 정도 큰 편이다.

 

반도체 개발 비용 및 팹 건설비

 

이러한 성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구조와 소재 혁신으로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이는 '모어 무어' 방식과 칩을 쌓거나 붙이는 포장(패키징) 공정의 혁신을 통한 '모어 댄 무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반도체는 웨이퍼 상 칩을 만드는 전공정과 칩을 분리하고 패키징하는 후공정으로 구분)

 

<칩 구조 혁신>

 

특히 최근에는 AI 발달로 고집적, 고대역 반도체가 중요해짐에 따라 칩 구조의 혁신이 중요해지고 있다. D램의 경우 현재 1b(12-13나노)가 최근 공정 미세화 수준으로 더 얇은 회로를 그리는 EUV 장비를 활용하여 10나노급까지 선폭 미세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적 진보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수의 D램을 수직적으로 적충해 처리 속도를 높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각광을 받고 있으며 D램을 눕혀 성능을 높이는 3D D램 등을 추가로 연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0나노 이하에서 3D구조를 통해 현재 32Gb에서 100Gb로 저장용량을 확장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25년간 미세화가 진행되었으나 삼성전자가 13년에 3D 낸드플래시를 상용화하면서 2D구조를 대체했으며, 현재 230단에서 '30년에는 1,000단 수준까지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기업은 300단 이상 낸드플래시에 차세대 패키징 기술(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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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패키징>

 

패키징은 반도체 칩의 외부 연결과 보호를 위한 포장 단계로 단일 칩 패키징 기술이 주류였으나 다종, 복수의 칩을 성능과 수요에 맞게 포장해 소형 및 다기능화를 추구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전기적 연결 효율화, 열 관리 능력 향상 등을 통해 반도체 칩의 기능 극대화가 가능하다.

 

특히 고성능 AI CPU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객 특성에 맞게 전용화된 반도체 수요가 메모리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맞춤형 제작을 위한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첨단 패키징 시장은 '28년 786억 달러 규모로 전체 패키징 시장의 57%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여러 구성요소(프로세서, 메모리, 센서 등)를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하는 이종집적 기술과 다양한 본딩(접착) 기술을 활용한 2.5D, 3D 적층 기술의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수준은>

 

한국의 메모리 분야는 최고 수준이지만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첨단 패키징 영역은 격차가 존재한다. 첨단 패키징 기술은 TSMC와 인텔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 글로벌 패키징 시장의 점유율이 높은 중국도 미국 제재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해당 영역에 역량과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2가지 이슈에 따른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회와 위기

 

TSMC의 패키징 기술은 '11년부터 발전해왔으나 삼성전자는 '21년에 완성도 있는 2.5D 패키징 기술을 발표하는 등 한국의 패키징 기술수준은 최고 기술보유국 대비 3.4년 뒤쳐져있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산업은 전공정 중심의 메모리 위주의 발전으로 첨단 패키징 기술의 경쟁력이 낮고 연구 생태계도 상대적으로 취약해 기술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파운드리 및 패키징 기술의 변화 및 격차

 

③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AI 연관 산업의 발전으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커지고 범용 제품에서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발전하면서 한국의 강점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의 고부가가치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 맞춤형 제품인 HBM의 평균매매단가는 기존 DDR4 D램 대비 500% 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국 견제로 중국이 단기간에 침투하기 어려운 최첨단 D램 등 첨단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한다면 선두를 유지하는 데에 보다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 경쟁력은 글로벌 선두기업과 D램의 경우 5년, 낸드플래시의 경우 2년, 파운드리의 경우 5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면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유지의 부담과 중국발 레거시 반도체의 도전에 대한 리스크는 대비가 필요하다. 마이크론, 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강력한 정부 지원 하에 거대한 플레이어로 등장하면서 과점적 구조에 균열이 발생하고 첨단 제품에서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메모리는 당분간 과점 체제이나 첨단 파운드리는 TSMC, 삼성전자, 인텔, 라피더스 등 4강 체제로 다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국은 레거시 분야로 위회하여 자국 장비 기술의 자급화 및 생산 능력을 확장할 계획으로 성숙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경우 중국발 반도체 굴기의 부정적 여파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첨단 패키징 등 취약 분야에서 선두 그룹과 격차 또한 화대될 수 있어 패키징을 비롯해 소부장 분야 투자 확대 및 인력 양성 등을 통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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