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부진
국내 증시 부진 원인
코스피는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16.6% 급등하면서 강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8.3% 하락하면서 주요 증시 가운데 홍콩 다음으로 가장 부진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화학(-12%), 철강(-12%), 운수장비(-10%), 전기전자(-9%) 등 수출업종 및 경기민감주 중심으로 하락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신흥국(-4.9%) 및 중화권 증시(중국 -4.8%, 대만 -4.8%, 홍콩 -10.4%) 중심의 조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 낙폭이 다소 심화된 상황이다. NISA(소액 투자비과세제도) 제도 개편 등으로 강세를 보이는 일본(+6.0%)과는 대조적이다.
1. 연말 랠리 후 차익 실현
코스피는 지난해 연말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며 단기 급등 여파로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되는 것이 원인 중 하나이다. 지난해 11~12월 코스피는 16.6% 급등하면서 세계(12.2%) 및 미국(13.7%) 주가 상승폭을 크게 상회했다. 11월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 누적 상승률은 6.9% 수준이다.
HSBC는 최근 i)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 부담 ii) 글로벌 펀드 내 벤치마크 대비 높은 한국 비중 iii) 개인 등 국내 수급 개선폭 제한 등을 근거로 한국 증시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로 하향하기도 했다.
2. 기업실적 부진
주요 상장기업들이 부진한 `23.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약화된 점도 원인이다. 코스피 `24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수출업종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반도체, 2차전지, 철강 등 대형 수출기업들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4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최근 일주일 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화학(주간 -4.4%), 철강(-3.2%), 전기전자(-2.0%) 순으로 하향 조정되었다.
삼성전자 4분기 DRAM 출하량 및 가격은 각각 +35%, +13%의 분기 상승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글로벌 세트수요 둔화 등으로 비메모리 및 NAND 중심으로 반도체 실적이 부진했다. 2차전지는 유럽 등 전방 수요 부진에 따른 배터리 출하량 감소와 가격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글로벌 제조업 PMI와 전자제품 PMI는 아직까지 사이클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AI 등 고사양 반도체 품목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한국 수출 회복 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3. 조기 금리인하 기대 약화
예상치를 상회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소매판매 등 견조한 미국의 경기지표,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 등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정책금리 인하 전망이 다소 후퇴한 것도 한 몫 하고있다.
미국 연방기금금리선물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하는 3월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확률은 연초 80% 수준에서 최근 54%로 하락했다. 미국 국채금리(10년물)가 4%를 상회하고 달러화지수(DXY)도 103선을 넘으면서 대외여건에 민감한 국내 증시 하락폭이 확대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증시 향후 전망
최근 국내 주가 하락은 지난 연말 다소 과도했던 시장참여자들의 낙관적 기대가 조정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연간 전체로는 국내 증시를 둘러싼 주요 여건(수출 개선, 실적 성장 등)이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초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조업 사이클과 함께 한국 반도체 사이클 회복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예상한다.
1. 최근 주가 하락의 요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식시장이 조정 받은 이유로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1)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가 “과거처럼 급하게 금리를 내려야 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2) 1월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가 2020년 5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3)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아이오와에서 열린 첫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예상 밖의 낙승을 거뒀다. 4) 북한이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명시했다.
2. 당장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위 네 가지 요인들 가운데 주식시장의 방향을 바꿀 만한 건 없다고 판단한다.
첫째,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가 시장의 기대보다 늦어질 순 있지만 금리가 인상되는 건 아니다. 향후 미국 금리인하에 대 한 기대는 시장이 앞서가고 그럴 때마다 Fed가 끌어 당기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미 금리선물 시장에선 3월 Fed Fund 금리선물이 5.155%를 나타냈다. 작년 말 5.086%까지 떨어졌던 것이 과도했던 측면이 있다.
둘째,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가 미국 제조업 경기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다른 연방준비은행에서 발표하는 제 조업지수들과 ISM 제조업 지수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ISM 제조업지수와 지역 연준제조업지수가 다르게 움직였던 적이 있다. IT 산업이 양호했던 2017년, 2021년이 대표적이다. 미국 서부 지역을 반영하는 제조업 지수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미국 대선은 아직도 10개월이나 남았다.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고 해도 처음 경험하는 대통령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했던 2016년부터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까지 국내외 주식시장이 특히 더 약했는지를 회상해 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게다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에 대해 완전히 다른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넷째, 국내외 지정학적 리스크는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바꾸는 요인이 아니다. 일시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여 주가지수를 과매도 구간으로 떨어뜨릴 수는 있다. 주식시장은 주가가 하락할 때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3. 과매도 구간 진입 의견도 솔솔
KOSPI가 2,450p에 마감했다. 20일 이격도는 94.6%까지 하락해 기술적으로도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2023년 이후 20 일 이격도가 95%까지 떨어진 적은 두 번 있었는데, 모두 KOSPI가 저점을 확인하고 반등했다.
2022년엔 95%를 밑돈 적도 있었지만, 당시엔 주식시장의 상승, 하락 궤적이 더 가팔랐고 내재 변동성도 지금보다 높았다. 2023년과 비교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12개월 예상 PER도 9.64배까지 내려 코로나 기간, 2020년 5월과 10월에 이어 10배를 밑돌았다. 밸류에이션 메리트를 주장할 수 있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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