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실현적 연착륙
작년은 침체에 대한 걱정이 큰 해였다. 상반기에는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몇 개월 후에 통상적으로 침체가 왔는지 계산하기 바빴다. 하반기에는 올해 전망을 다수의 시장 참가 자들이 암울하게 바라봤다. 침체라는 내러티브가 자기실현적으로 소비 둔화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시선도 있었다. 이제는 반대의 경우를 고려해야 하는 시기로 보인다.
아직은 연착륙을 메인 시나리오로 생각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그럼에도 양호한 고용시장과 견조한 소비가 확인되면 충분히 경제 주체는 연착륙 혹은 얕은 침체 기대감을 서서 히 키우게 된다. 연착륙 내러티브는 자기실현적으로 디스인플레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연준은 물가를 잡는데 애먹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대는 가계가 소비를 선제적으로 줄일 필요성을 못 느끼게 만들고 기업의 고용을 줄이 지 못하게 만들며 제조업 창고에 쌓인 재고 정리를 지연시키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 게 만든다. 특히 고용 쪽에서는 사람이 부족할 정도로 수요가 많거나 사람을 구하기 힘들 어 기존의 사람들을 해고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의 소비는 잘 이어지고 있다. 물가를 감안해도 씀씀이를 줄이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물가를 감안한 소매판매가 감소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이후 여러 요인으로 늘어났던 저축발 소비 확대 이후에도 줄곧 유지되었다. 심리적으로도 작년 11월부터 미시간소 비자심리지수는 반등했다. 하위지표에서도 현재 상황에 대한 응답이 향후 기대에 대한 응답보다 좋았다. 침체와 거리가 먼 상황이 이어지면(현재 상황 개선) 연착륙 기대감을 키울(향후 기대 반등)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재화 가격이 임금보다 빠르게 하락하는 것도 심리 개선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 인다. 코로나 이후 쌓였던 누적 저축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소비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걱정이 있다. 재화가격이 임금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점이 매우 고무적으로 보인다. 실 질 소득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저축률도 9월을 기점으로 반등하고 있다.
실질 구매력이 상승하면 인플레로 인해 높아진 가격이 소비를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헤드라인 물가에 주거비가 30%가량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실질 구매력은 보이는 것보다 더 개선되었을 것이다. 가계 입장에서 연착륙 내러티브가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가계의 소비와 심리가 양호한 가운데 재고를 줄이는 사이클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고 있다. 재고가 과도하게 느는 것을 경계하면서 가동률이 전제적으로 줄어들었다. 성장 둔 화 국면에서 자연스레 보이는 수순이기도 하다. 소비의 재화 비중이 늘었다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기업들이 재고를 적극적으로 줄일 유인이 없어지면 이는 재화 디스인플레를 막는 요인으 로 작용한다. 물가를 감안하면 제조업 재고는 상승세를 멈춘 것이 확인된다. 중고차 가격 이 반등한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일 수도 있고 향후 재화 가격의 경로가 그다지 희망적이 지 않을 수도 있다. 비내구재보다 내구재 재고가 더 잘 관리되고 있는 것도 물가 하방을 막는 요인이다.
고용시장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서비스 섹터다. 임금 상승을 주도하는 섹터이자 여전히 코로나 이전 추이를 하회하고 있는 부문이다. 개선의 여지도 많고 소비의 중심도 서비스로 흘러가고 있다. 1월 고용 지표를 두고 논란이 많다. 비농업일자리 수가 계절적인 요인과 데이터 조정과 정에서 왜곡되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헤드라인 지표 이외 여전히 꺾이지 않는 서비 스 구인 수요다.
앞으로도 고용데이터가 잘 나올 수 있는 배경이 될 것이다. 구조적 수급 불균형과 향후 경기 기대심리 회복은 고용시장 전반의 일자리 사재기(job hoarding)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착륙의 그림에는 물가 안정 지연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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