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지속
대외적으로 연준의 9월 빅컷(50bp) 이후 경기 흐름 개선에 따른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 성이 대두되며 강 달러 압력이 부상했다. 대내로는 한국의 경기 회복이 미진한 가운데 12월 초 계엄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이 부각돼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
일정 기간 중에 발생한 거래의 순증감을 나타내는 국제수지와 특정 시점에서의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국제대차대조표를 통해 외환시장의 수급 환경과 취약점 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제수지 : 대규모 자본 유출 징조 부재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12월 초 일시적으로 확대됐으나 작년 평균 수준을 하회 한다. 일각에선 대외 건전성 우려가 부상해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발생 할 원/달러 환율의 추가 급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외건전성의 안전판으로 인식되는 외환보유고가 충분치 않을 경우 자본 이탈의 가속화를 경계한다. 현재 외환보유고는 4,000억달러를 웃돌며 적정 외환보유고 수준으로 일컫는 3개월 평균 수입과 단기외채의 합산 규모를 큰 폭으로 상회한다.
다만 2022년 초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년 7월부터 9월까지 외환보유고가 증가하다 10월 부터 2개월째 감소하며 이러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나타나지 않는 자본 이탈 징후
과거 외환시장 불안은 실물거래에서 외화 유출이 선행됐다. 1998년 IMF 외환위 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준비자산을 제외한 금융계정, 오차및누락을 통한 금융 거래에서 자본 이탈이 확인되며 외환위기로 번졌다.
경상수지는 2023년 2분기부터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흑자폭도 확대되고 있다. 준비자산을 제외한 금융계정은 경상흑자 증감폭만큼 비슷한 규모로 유출 추세를 기록하고 있다.
절대 규모는 확대되고 있으나 경상 거래를 통해 유입된 자금 이 국내에서 소화되지 않고 해외로 투자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수지표상의 ‘오차 및 누락’은 통계작성상 오차가 발생하는 부분을 기술적으 로 처리하는 항목이자 설명하지 못하는 외화 유출입을 기록한다.
총상품교역 대비 비율이 외환위기(1997~98년) -3%, 금융위기(2008~2010년) -1%로 과거 위기 때마다 오차 및 누락을 통해 자본 유출이 이뤄졌다. 금년 오차 및 누락은 증감을 반복하고 있어 대규모 자본 유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경상수지를 세분화해서 살펴보더라도 현재까지 경상 거래에서 외환 수급 악화 조짐은 관찰되지 않는다. 상품수지는 2023년 4월부터 흑자 전환했다. 금년 10월 전년대비 흑자폭 증가폭이 27억달러에 달한다.
서비스수지는 적자 기조가 이어지나 적자폭은 50~70억달러로 전년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의 본국 송금과 국제 기부금을 포함한 이전소득수지 역시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 나 매분기 적자폭이 10억달러 전후에서 머물러 규모가 크지 않다.
서비스수지와 이전소득수지 적자를 본원소득수지 흑자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작년보다 이자 및 배당 소득이 줄었으나 서비스수지 적자를 상쇄하기엔 충분했다. 이에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흐름에 좌우되고 있는데 상품흑자가 확대되는 만큼 경상 거래를 통한 외환 수급은 우호적이다.
세부 경상수지 항목에서도 외환 수급 불안 징후 부재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에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를 세분화해 경상 거래에서의 외환 수급 특성과 향후 방향을 점검해보자.
상품수지는 일반상품수지와 중계무역순수출, 비화폐용금수지로 구성된다. 일반상품수지는 국경에서 통과하는 물품의 수출과 수입액의 차이를 집계하는 무역수지와 유사하나 소유권 이전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점이 다소 차이가 있다.
최근 반도체와 승용차 및 차부품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입은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원자재를 중심으로 증가폭 확대가 제한되면서 상품흑자가 확대되는 중이다.
대외 불확실성에도 한 자릿수 중반의 수출 증가세가 이어진 가운데 에너지 가격 안정세가 유지돼 상품흑자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중계 무역순수출은 국내 제조업 기업의 해외 진출 가속화로 해당 규모가 우상향 추세다.
금년 순수출이 월평균 15억달러를 상회해 상품흑자의 20%를 차지한다. 서비스수지는 단일 항목으로 적자의 60% 이상이 여행수지에서 발생된다. 코로나 이후 해외 여행 감소로 여행수지 적자가 줄어들다 최근 재차 적자폭이 늘어나는 중이다.
금융과 보험, IT, 문화 등에서 흑자폭이 확대되고 있으나 해외 사업자에게 서비스시장이 개방되면서 나타나는 적자를 충당하기엔 부족하다. 여행 제외 서비스수지 적자는 월평균 8억달러로 상품수지 흑자에 비해서는 크지 않다.
본원소득수지는 코로나 전후 확대된 해외투자 확대로 월평균 흑자폭이 18억달러로 확대됐다. 외국인의 국내투자 규모도 증가하며 이에 따른 본원소득수지 지출도 늘고 있으나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특히 본원소득수지 흑자 중에서 증권 투자보다 직접투자를 통해 획득한 흑자가 확대되고 있어 추세적 증가가 예상된다. 최근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개인과 기업 사이에서도 해외투자 관심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 시 본원소득수지 흑자폭 확대는 꾸준히 나타날 전망이다.
직접투자, 증권투자 중심의 해외 자본유출 확대
금융 계정을 세분화해 금융 거래를 통한 외환 자금 유출을 파악해보자. 사실상 높은 환금성으로 언제든지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준비자산을 제외한 금융 계정은 크게 직접투자, 증권투자, 파생금융상품투자, 기타투자로 이뤄진다.
금년 들어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순자산은 월평균 각각 28억달러, 45억달러 늘었다. 전체 금융계정 순자산 증가(75억달러)의 대부분이다. 파생금융상품투자 순자산 증가는 제한적이며 기타투자는 들쭉날쭉한 흐름을 이어가며 최근 규모가 축소됐다.
① 직접투자
금융위기 이후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후 그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코로나 전후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 증가폭이 가팔라졌다.
2018~19년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한 G2 분쟁에 이어 2020년 바이든 행정부 등장 이후 프렌드쇼어링이 가속화된 결과다. 누적 투자 규모에서도 잘 드러난다.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1990년 중반 이후 비슷한 속도를 증가한 반면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1995~2005년, 2005~2015년, 2015~현재의 시기마다 기울기가 계속적으로 가팔라지고 있다.
② 증권투자
증권투자는 금융환경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2010년대 초반 중국의 4조위안 재정 부양책 등으로 BRICs 성장세가 선진국을 압도했을 때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내국인의 해외 투자를 상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신흥국의 공급 과잉 여파로 성장이 정체된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플랫폼 산업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성장세가 확대됐다.
이를 기점으로 내국인 해외 증권투자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를 지속적으로 앞지르기 시작했다. 금년에도 내국인 해외 투자는 월평균 75억달러 증가한 것에 비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30억달러 증가 에 그쳐 증권투자를 통해 45억달러 가량의 외환이 빠져나갔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는 2010년대 중후반까지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빅테크 중심의 미국 증시 랠리 이후 주식이 중심이 됐다. 코로나 이후 저금리 환경 속에 채권투자가 축소되다 고물가에 따른 금리 레벨이 높아진 가운데 선진국의 금리 인하가 단행되자 채권 투자도 증가한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주식보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201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잠재성장률 하락 등 금리 의 구조적 하락 압력이 더해진 데 따른 영향이다. 최근 주식 투자는 금년 2분기 까지 유입되다 3분기 들어 감소세를 이어간다. 불확실한 대내 정치 환경을 고려 시 내국인 해외 투자가 외국인 국내 투자를 계속적으로 앞지를 전망이다.
외환위기 가능성 점검
국제수지 흐름을 정리해보면 경상 거래를 통해 외화 유입은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를 중심으로 한 금융계정을 통해 외화 유출도 동반되겠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관세 부담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편승하고자 직접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여기에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해외 주식 및 채권투자의 동반 확대가 나타날 전망이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대내 불확실성에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증권투자 순자산 증가에 따른 외화 수급 악화는 불가피하다.
즉, 최근 외환보유고 감소는 환율 방어에 따른 소진도 일부 상존하나 경상 거래를 통한 외환 유입보다 금융계정을 통한 유출이 큰 결과다.
외환 수급 악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는 12월 20일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1) 선물환 포지션 한도 상향 등을 포함한 건전성 규제 완화, 2) 외화 대출규제 완화, 3) 외환 조달 여건 개선, 4) 이종통화 결제 여건 구축, 5) 외환당국-국민연금 외환스왑 확대 등 5가지로 구성됐다. 이 중 1)과 2), 5)이 외환 수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① 선물환 포지션 한도 상향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국내은행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50%→75%, 외국계은 행 국내지점은 250%→375%로 상향하기로 했다. 2020년 3월 이후 4년 9개월 만이며 2010년 10월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한도다.
선물환 포지션이 확대될 경우 스왑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외화 규모가 늘어나 외화 단기자금 시장 내 유동성 여건이 개선된다.
아직은 내외 금리 차와 외환스왑레이트 간 차로 추산하는 재정거래유인은 확대가 제한돼 제도 도입에 따른 원화 강세 요인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유동성 충격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을 선제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② 외화 대출규제 완화
외화 대출규제 완화는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제한을 완화하는 조치다. 기존에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중소 및 중견기업 국내 시설 자금에 한해 2010년 6월말 잔액(64.6억달러) 내 허용 중이다.
금번 완화로 소상공인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시설자금 용도로 대출을 허용한다. 기업들이 국내 은행으로부터 달러를 빌려 원화로 환전한 뒤 국내에서 시설투자 등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낮은 외화를 빌리거나 스왑시장에서 달러 현물환을 매도하고 선물환을 매입할 경우 환리스크도 없앨 수 있다.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 외화자금시장 유동성을 개선시켜 원/달러 스왑레이트(선물과 현물 환율 간 차이)를 개선시킬 수 있다.
현재 차입을 포함한 기타투자 순자산은 소폭 감소했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보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가 큰 까닭이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 2020년대 초반보다 규모가 축소됐는데 외화 대출규제 완화 시 재차 해당 규모가 증가할 가능성이 우세하다.
③ 외환당국-국민연금 통화스왑
외환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는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왑 확대 조치다. 해외 증권투자를 기관별로 구분해보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 정부 규모가 꾸준히 늘었다. 예금기관을 제외한 기타 금융기관은 2010년대 중반, 가계와 비금융기업 등이 포함된 민간 비금융기관은 코로나 전후 확대됐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왑은 650억달러로 증액됐을 뿐만 아니라 2025년 말로 연장됐다. 현재 국민연금은 전술적 환헤지 5% + 전략적 환헤지 10% 추가해 해외투자의 15%까지 환헤지를 확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금년 9월말 기준 4,855억달러 해외자산 중 2.75%만 환헤지를 하고 있다. 2022년 11월 기획재정부 요청으로 전략적 환헤지가 도입됐으나 시행은 되지 않았다.
이를 5%까지 늘리면 242.8억달러, 추가로 10%를 늘리면 700억달러까지 환헤지 규모가 확대된다. 외환당국과 외환스왑을 통해 환헤지가 확대될 경우 외환보유고는 스왑 당시 일시적으로 줄어든 대신 국민연금으로 달러가 유입돼 해외투자로 인한 달러 유출이 제한된다.
스왑 계약이 만기되면 포지션은 복원된다. 현재 연금은 월 30억달러, 분기 60억달러 한도 내 선조달을 시행하는데 해당 달러 수요를 억제하게 된다.
정리하면, 현재 국제수지에서 나타나는 외환 수급 환경은 양호하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직접투자 및 증권투자를 통한 해외투자 확대가 외환 수급 불균형을 야기할 뿐이다.
이조차도 정부의 외환 수급 안정 조치가 실질적으로 발휘될 경우 수급 불균형 완화가 가능하다. 현재 시장 관심은 미국과 한국 간 내외 금리 차 역전이 심화되는 구간에서 외환시장 충격 여부에 있다. 내년 상반기 중 일시적으로 내외 금리 차가 재차 확대될 수 있으나 국제수지 구조 및 정부 개입으로 극심한 외환시장 불안은 억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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