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미국 주식시장 전망
미국 경기 모멘텀까지 개선되면서 다수의 업종으로,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수급이 확산됐다. 테마, 재료, 실적이 맞아떨어지는 종목들은 시장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위험과 모멘텀을 선호하는 투자자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장이었다.
이런 낙관적 분위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점검할 수 밖에 없다. S&P 500은 6,000pt를 돌파했고 12MF PER은 이제 23배에 다가선다. 지난 2년간 주식시장은 불안의 벽을 타고 올랐는데, 그간 낙관과 균형을 이루던 비관이 대선을 기점으로 무너졌다. 이런 심리의 쏠림은 종종 역신호로 작용하기도 한다.
연말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
대선 이후 현재진행형인 트럼프 트레이드의 존재는 가격을 뒤로하고, 최소한 1월 까진 단기적으로 만발한 모멘텀에 좀 더 집중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준다.
지난 두 번의 대선 직후 주가 흐름을 통해 읽을 수 있는 행간은 ① 대선 테마는 대선 ~ 취임식 구간에서 계속 강력함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② 취임식 이후에는 테마라는 이유로 주가가 상승하지 않고, 펀더멘탈이 강력해야 계속 상승할 수 있 었다.
이 두 가지 행간은 미국 주식시장이 계속 선호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 미국 주식시장이 트럼프 트레이드 그 자체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11월 이후 국가 차원에서는 미국 주식시장과 달러만이 선호받고 있는 가운데, 비미국 주식과 통화는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산군 차원에서도 채권과 원자재가 소외되는 가운데 (암호화폐와) 주식시장의 선호가 뚜렷하다. 만약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가 단순히 트럼프 정책과 테마에만 편승하는 것이라 면 상승세는 취임식에만 국한되고 이후에는 모멘텀을 상실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은 이미 AI와 빅테크로 대변되는 펀더멘탈이 가장 강한 시장인데다 연말연초 펀더멘탈이 여기서 더 좋아질 요소들도 많이 보여진다.
① 더욱 강화되는 소비
최근 강세가 두드러지는 첫 번째 영역은 소비다. 3분기까지만 해도 침체 가능성을 우려했던 금융시장의 경제전망을 강한 소비가 철저하게 분쇄 중이다. 각종 경기 모멘텀 지표(ESI, GDP 컨센서스) 개선을 주도하는 모습까지도 보여진다.
현재 진행중인 연말 쇼핑 시즌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잘 감지된다. 당초 미국소매 협회(NRF)는 올해 연말 소비 증가율을 2018년 이후 최저치인 3.5%로 예상했지만, 어도비 애널리틱스와 세일즈포스의 집계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전후 사이버위 크의 온라인 쇼핑은 전년대비 8~9% 반등하면서 기대를 크게 뛰어넘고 있다.
3년 넘게 진행된 물가 안정화 기조가 소비 모멘텀을 배가시키고 있다는 판단이다. 1)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고함을 잃지 않은 가운데, 2) 지난 3년간 소비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던 고물가가 안정화되면서 소비심리의 진전은 더디지만 뚜렷하게 이뤄지고 있고, 3) 물가 상승률이 2% 후반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4%를 전후한 명목임금 상승이 이어지면서 실질임금은 1년째 (+)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까지 최근 붙어주면서 모멘텀을 배가시킨다. 소득/심리/구매력 모든 차원에서 소비가 약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② 소비 강세에 고무된 기업들의 낙관 회복: 서비스 경기 개선
그간 기업들은 (소비) 침체를 걱정하면서 지출과 투자를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소비가 계속 강력하게 유지되자, 기업들의 심리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보여진다.
10월 ISM 서비스업 PMI는 56.0으로 27개월 최고치를 찍었고, 이후 발표된 11월 S&P 글로벌 서비스 PMI도 57.0로 31개월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시지표에서도 이런 정황이 확인되는데, 빅테크들의 광고 매 출 성장이 10%를 상회하고 소비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작년까지 기업들이 소비를 겨냥한 지출을 미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키 맞추기는 이어져야 한다. 향후 서비스 업황 개선세도 강력하게 유지될 공산이 크다.
③ 대선 이후 제조업 업황 저점 확인 기대
서비스업과 달리 제조업은 아직 제대로 된 반등 시도를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재고와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미국 제조업을 압박한다. 그러나 반전의 실마리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들이 있는데, ① 대선 직후 기업들이 미뤄뒀던 투자를 늘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② 이와 연계돼 제조업 PMI는 대 선 다음해 신규주문을 필두로 반등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③ 지역 연은 PMI는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업종 구성상 미국 주식시장은 굳이 제조업이 호황일 필요 는 없다. 지금보다 업황이 더 안좋아지지만 않아도 긍정적이다.
④ 연말연초 시장을 주도하는 테마들의 드라마틱한 실적 턴어라운드
경기도 경기지만 bottom-up 차원에서의 모멘텀이 만발하고 있다는 점도 주식시 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연말연초 시장을 주도하는 테마(AI 소프트웨어, 플랫폼, 애드테크, 핀테크 등)의 주도주들이 실적 시즌을 통해 드라마틱한 턴어라운드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는 테마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Bottom-up 모멘텀의 일익은 AI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그간 AI 내러티브는 반도체/빅테크에 집중됐으나, 최근 기업/정부가 본격적인 AI 투자와 지출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오라클, SAP를 필두로 B2B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이 강성해진다.
이중 팔란티어가 가장 극적인 턴어라운드를 시현하며 테마를 주도한다. 다른 일익은 플랫폼/광고/핀테크가 담당한다. AI 모멘텀보다는 소비 경기와 기업들의 광고 지출을 강하게 타고, 팬데믹 직후인 2020년 ~ 2021년 매출 고성장과 저금리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었던 테마들이다.
이들은 매출 고성장에도 불구 적자를 봤기 때문에 2022년 금리 인상 구간에서 주가가 폭락했는데 최근 비용통제와 소비경기 개선이 맞물리면서 동시다발적 실적 턴어라운드가 목격된다.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구간에서 이익 모멘텀은 극대화되기 때문에, 이들 턴어라운드 기업들의 실적/주가 초강세는 연말연초 이어질 공산이 크다.
⑤ 잠잠한 물가 상방 위험
최근의 훈풍을 망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물가일 것이다. 만약 물가가 반등 조짐을 보인다면 최근의 소비 중심 경기 반등 동력이 퇴색될 수 있고, PER이 비싸 진 턴어라운드 주식들도 할인율 부담에 직면하면서 주가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연말연초 당장 물가 재반등을 걱정할 이유가 별로 없다.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에너지 가격의 하향안정화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공언한대로 1) 향후 미국이 원유/가스 생산을 더 늘리고 2) 우크라이나/이스라엘의 전쟁이 마무리된다면 에너지 가격의 반등은 어지간하면 출현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중국이다. 내수 회복이 밋밋한 가운데 수출가격 급락과 디플레 수출이 이어진다. 글로벌 물가 상방 위험이 될 것으로 보였던 중국 부양책이 실망감을 자아낸 것은 디스인플레 분위기 연장을 매개로 미국 증시엔 긍정적이다.
세 번째는 소비 트렌드 변화다. 최근 구매력과 소비심리가 회복된 미국 소비자들 은, 그러나 상품 소비에 돈을 쏟아붓고 있진 않다. 최근 미국의 소비 트렌드는 가성비, 합리적 소비에 맞춰져있다.
럭셔리를 사거나, 교체주기가 다 되지 않은 물건들을 교체하거나, 여러 물건을 중복해서 사는 행태는 보여주고 있지 않다. 결국 물가 상승 위험이 커보이지 않는다. 위험선호의 연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⑥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계속되는 inflow
실제로 밸류에이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있다. 이번 강세장이 개막한 작년 1월 이후 꾸준히 수급을 책임진 것은 자산운용사인데, 이 들의 포지션은 지난 10년간 상위 2 표준편차에 위치해 목에 차있다.
그러나 다른 수급 주체들은 하반기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주식을 쌓고 있다. 1) 가장 중요한 수급 주체인 자사주 매입이 본격적인 반등 국면이다. 실적과의 시차 를 감안하면 2025년까지 모멘텀이 지속될 전망이다.
2)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이 용하는 펀드플로우는 대선 직전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급반등중이다. 기관투자자 들의 수급은 지난 3년간 채권으로 과도하게 쏠렸기 때문에 최근의 주식 강세에 서 불리한 포지션에 처해있다. 주식으로 이동할 여지가 크다.
3) 개인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 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었기에 심 리지표 상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강세 심리는 이미 강했지만, 놀랍게도 연준의 자 금흐름 데이터 상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작년 2분기부터 꾸준히 주식 순매도로 일관해왔다.
대선 이후에야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적극적으로 변화할 조짐 이 보인다.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이익 전망의 급격한 개선이 이를 방증한다. 결론적으로 PER을 안보고 일단 달리는 분위기는 연말연초 유지될 공산이 크다.
중장기 전략은 변수 고민 필요
하나의 고민은 대선 이후 S&P 500의 2025년 이익 추정치가 하향되고 있다는 것이다. 3분기 실적 시즌이 어닝 서프라이즈로 끝났고, 최근 AI 소프트웨어와 경기가 모멘텀이 강화됐다는 신호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의아한 부분이다.
비단 대형주 뿐만 아니라 최근 시세가 강한 중형주 (S&P 400), 소형주(러셀 2000)의 2025년 실적 추정치도 하반기 내내 하향 조정됐다. S&P 500의 2025년 EPS 컨센서스는 6월 274pt였지만 현재는 270pt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 3개월간 내년 컨센서스 하향을 주도한 것은 에너지, 금융서비스, 자본재 업종이다. 이외에도 소비재, 헬스케어, 부동산의 내년 증익 기대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미디어&엔터와 IT H/W, 보험 정도만이 상향조정 중이다. 물론 금년 대비 내년의 증익 기조는 유지되기에, 2025년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12MF EPS는 꾸준히 상향 중이다.
12MF EPS와 100일 이동평균선은 동행하기에 상승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내년 1~2월 확인할 4분기 실적 시즌 이후에도 다수 업종에서 컨센서스 하향이 지속된다면 12MF EPS의 상승 속도와 주가 상승 추세가 궁극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커보인다는 것이 고민이다.
당장은 숫자를 보지 않고 다수 종목이 상승에 참여하는 시황이 지속될 공산이 크지만, 통상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주식시장은 ‘내러티브와 테마’보다 ‘숫자’ 에 기반한 상승을 펼치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서두에 논의했듯 대선 직후의 내러티브나 테마 장세는 트럼프 취임식을 기점으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대통령 취임식과 4분기 실적 시즌이 끝난 2월 이후부터는 이익 전망의 추가 진전을 확인해야한다.
최근의 실제 이익 전망으로 반영되지 못한다면, 취임식 이후에는 내러티브나 테마에 기반한 종목군들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실제 숫자가 뒷받침되는 종목군들로 주도주가 압축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 전체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 당선 직후 광범위하게 일었던 테마 장세(신재생, 마리화나, ARKK)는 취임식 직후 종료되면서 시장에 변동성을 야기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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