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위치 올리브영
국내 Health & Beauty샵(이하 H&B샵) 시장은 1999년에 올리브영이 한국 로컬 브랜드로서 최초 런칭하며 시작되었다. 이때 유통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시장에 진출했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경쟁 과열로 가장 먼저 이 시장에 자리 잡고 있었던 올리브영만 남고 모두 철수를 결정하게 된다.
후발 주자들이 점포를 공격적으로 출점하던 2016-2018년에 올리브영은 이미 전국에 1,000여 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었기 때문에 경쟁사의 출점에 따른 시장 잠식을 버텨낼 수 있었다. 시장을 선점하고 규모의 경제를 미리 완성한 것이 지금의 성공을 만들어낸 핵심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신규 브랜드 등용문, 올리브영
올리브영의 성공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시장 지배 사업자로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경쟁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점포를 출점할 때 이미 올리브영은 1,000개에 육박할 정도의 점포를 운영 중이었다. 올리브영이 먼저 들어가 있는 상권에 비슷한 규모의 H&B 샵을 출점하는 것은 경쟁 브랜드로서는 리스크가 크다.
시장이 성장하는 국면에서 초기에 점포 숫자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올리브영은 경쟁자들이 퇴출된 이후 실질적으로 독점적 지위로 올라선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올리브영은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 어필하려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꼭 입점해야 하는 채널이 되었다.
이는 1위 플랫폼 사업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입점을 원하는 판매사가 늘면 늘수록 소비자들은 올리브영에 새로운 상품이 많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트래픽 증가를 유발하는 좋은 장치로 작동한다.
중저가대 신생 인디 브랜드가 꼭 거쳐야 하는 채널이 되면서 올리브영이 취급하는 브랜드 중 약 80%가 인디 화장품 브랜드인 것으로 파악된다. 소비자들은 매장을 방문했을 때 늘 새로운 상품들을 접하다 보니 올리브영만의 제품이라고 느끼는 상품이 전체의 80% 이상인 셈이다.
올리브영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체 브랜드, 즉 PB 출시도 시작했다. PB 상품 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10%까지 빠르게 올라온 것으로 파악되는데 전국 1,200개가 넘는 매장에 자사 PB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올리브영, 구매 고객 빅데이터 활용 우수
집 근처나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편의점은 담배의 주요 판매 채널이자 1-2인 가구의 기본 수요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지만 고객의 구매 패턴 데이터를 쌓지 못한 점이 채널의 약점으로 언급된다. 또한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옴니채널 전략이 어려운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간 무차별성으로 방문 고객 데이터를 쉽게 구축하지 못했던 편의점과 달리 올리브영은 처음부터 고객들의 목적 구매가 주를 이뤘던지라 고객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고객 성향을 데이터화하는데 편의점만큼 어렵지 않았다. 또한 이미 모그룹 CJ-ONE의 다양한 채널에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경우가 많아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편의점에 비해 매우 큰 강점을 확보하고 있다.
데이터 비즈니스가 가능해지다 보니 개별 큐레이션 서비스가 인당 구매 가격 증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기존점 성장률은 약 30%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데 업계에 따르면 여기에는 대략 5% 이상의 객단가 상승이 기여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고객 데이터는 온라인 채널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 고객별 맞춤 온라인 상품 큐레이션, 프로모션 등 옴니 채널 전략으로 전국에 위치한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센터를 활용하여 “오늘드림” 서비스(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옴니채널 전략의 성공으로 동사의 온라인 매출액은 40%씩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온라인 매출 비중은 26%까지 상승했다. 편의점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온라인 채널의 성과다.
K-컨텐츠의 새로운 성지, 올리브영
최근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쇼핑 장소가 시내 면세점에서 올리브영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국 관광객들에게 올리브영의 인기는 매우 놀랍다. 면세점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글로벌 럭셔리 제품 중심의 MD 구성이라면, 올리브영은 K-컨텐츠(뷰티, 건기식, 생활용품 등)들, 즉 한국적인 것들을 한 군데서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오프라인 채널인 셈이다
또한 올리브영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의 중소 스타트업에서 만든 인디 브랜드 매출 비중이 80% 정도 되는데 이 브랜드들은 올리브영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브랜드인 셈이다.
다시 말해 K-컨텐츠의 인기로 올리브영의 인기가 동반 상승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올해 3분기까지 국내 면세점 업계가 매출 감소로 실적 부진을 겪은 반면 올리브영은 앞서 언급한 대로 3분기 누적 매출 성장률이 39%에 달한다. 쇼핑을 통해 다양한 한국적인 것들을 체험하는 곳으로 올리브영이 최적의 장소가 되고 있다.
올리브영의 독특한 MD 구성 덕분에 외국인들이 필수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채널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올리브영을 대체할 채널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외국 관광객들이 화장품 구매 채널로 다이소도 많이 방문하고 있다고 하지만 건강기능 식품, 일반 스낵류, 그리고 일반 상품들까지 한국적인 것들을 한자리에서 경험하기에는 이만한 채널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지난 11월 1일에 명동에 매장 면적이 350평에 이르는 외국인 특화 매장, ‘올리브영 명동 타운’을 오픈했다. 국내 올리브영 매장 중 가장 큰 규모의 매장으로 방문 고객의 약 90%가 외국인 고객인이라고 알려져 있는 매장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31까지 명동 상권 올리브영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0%가량 증가했다. 코로나 이전엔 중국인의 구매 비중이 절대적이었만, 올해는 동남아와 영미권, 일본인 고객들까지 매장을 찾으면서 고객층이 글로벌 전체로 확장하는 추세이다. K-컨텐츠를 경험하고자 하는 외국 관광객의 수요 증가로 올리브영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리브영, 상품 차별화가 성공의 KEY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현재 거의 유일하게 국내 소비자와 해외 관광객에게 모두 인기를 끌고 있는 기업이다. 과거 면세점 업계가 중국 단체 관광객, 그리고 따이공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매출이 급증한 적이 있었으나 내수 수요가 크게 늘지 않고 해외 수요의 증감에 매출이 영향을 받던 구조임을 고려하면 현재 올리브영이 국내와 해외 소비자들 양축으로 성장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올리브영의 이런 인기와 성장은 결국 시장이 성장하는 국면에서 초기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선점하여 일찌감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것이 매우 큰 역할을 했으며 이는 경쟁자들의 시장 잠식에도 버틸 수 있는 기재가 되었다. 출점으로 점유율 확대를 꾀하던 경쟁자들은 초기 대규모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철수하게 되었고 내수 시장에서 올리브영의 제국은 더욱 견고해졌다.
오프라인 채널이 경쟁이 줄어들고 독점적 지배 사업자가 되면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급증한다. 이 가치는 바로 서로 입점을 원하는 판매자가 줄을 서는 것으로 증명이 되고 “올리브영 only” 상품이 증가하면 할수록 플랫폼의 가치는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한 때 온라인 프리미엄 식품몰로 인기를 끌었던 마켓컬리도 마켓컬리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상품 매출 비중이 35%에 달했었지만 MD 확대를 위해 오픈마켓 사업자로 전환하면서 플랫폼 가치가 곧바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즉 상품 차별화에 얼마나 성공하느냐가 트래픽 상승의 key이며 이는 곧 플랫폼 가치와 직결된다. 그리고 고객의 데이터 베이스로 온라인 채널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내수에서 확장성이 끝나지 않았는데 글로벌 소비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은 무한 확장성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이미 면세점 사례에서도 봤듯이 외국인 관광객의 올리브영 방문 러쉬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결국 상품의 차별화 노력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이는 계속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올리브영 판매 제품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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