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원화 스테이블코인 언급
2025년 5월,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대한민국 금융질서에 중대한 변곡점이 다가왔음을 시사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실물자산이나 법정통화에 가치를 연동해 변동성을 최소화한 디지털 자산으로, 글로벌 결제 혁신과 탈중앙화 금융, 새로운 자본시장 진입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구조, 제도화 흐름, 한국은행의 정책 의도, 글로벌 규제 현황부터 실제 도입 시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 그리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제도적 과제까지 한층 깊이 있고 상세하게 분석합니다.
금융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는 이 시점,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미래를 함께 고민해 보세요.
원화 스테이블코인 화폐 실험의 도래
2025년 5월 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전격 인하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어조로 “한국은행이 직접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붐이 일어난 지 불과 10여 년 만에, 그리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 선언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두 갈래의 담론,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디지털 금융 레일 구축이라는 ‘기술 낙관론’과, 통화정책 주권과 지급결제 안전을 우려하는 ‘제도 보수론’을 정면으로 충돌시켰다.
무엇보다 대선 후보들이 앞다투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공약에 포함시키고, 홍콩‧미국 등 주요 금융 허브가 이미 제도화 레이스를 시작했다는 국제적 맥락은 이번 발언의 정치·경제적 무게를 배가시킨다.
스테이블 코인 개념, 원화 구조의 특징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물 자산 또는 법정통화에 가치를 연동시키는 디지털 토큰을 의미한다. 기표는 블록체인 위에 존재하지만, 그 의미체는 준비자산으로 대표되는 “현실의 가치 저장 창고”에 닻을 내린다. 기술적으로는 담보 구조에 따라 세 갈래로 분류된다.
첫째, 현금·국채·예금 등을 100% 이상 예치하고 블록체인에서 대응 토큰을 발행하는 준비자산 담보형(Reserves-backed Model),
둘째, 알고리즘이 토큰의 공급량을 자동 조정하는 알고리즘 안정형(Seigniorage Model),
셋째, 특정 자산(예: 금) 등을 온체인으로 토큰화한 실물연동형(Asset-linked Model)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 금융규제 환경을 고려할 때 준비자산 담보형이 유력하다. 즉, 시중은행 계좌에 예금 형태로 보관된 원화를 1:1 비율로 잠그고, 그 예치 증빙을 바탕으로 블록체인에 ‘KRW토큰’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때 토큰 전송은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24시간 정산 속도를 취하지만, 가치는 오프체인 준비금이 보증한다.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토큰화된 예금(Tokenised Deposit)’과 ‘CBDC’ 사이의 절충 지점에서 작동하며,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에서 실험 중인 예금토큰(Deposit Token)이 그 전위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정책적 메시지와 CBDC 실험의 접점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문제를 공론장 한복판으로 끌어올린 계기는 복합적이다.
첫째, 글로벌 자본시장은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24시간·무국경 결제망을 현실화했고, 싱가포르·홍콩 같은 경쟁 금융센터가 자국 통화 기반 토큰 도입을 서두르며 ‘레귤레이터 프렌들리’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둘째, 국내에서도 사설 프로젝트가 무허가로 원화연동 토큰을 발행하려는 시도가 반복돼 왔고, 테라·루나 붕괴가 남긴 트라우마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셋째, CBDC 도입을 둘러싼 기술·거버넌스 테스트가 막판 검증 단계에 접어들면서 “토큰화된 원화”와 “계정 기반 CBDC”를 어떻게 접목할지 묻는 질문이 현실로 등장했다.
이창용 총재가 “비은행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 유효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화량 관리, 기준금리 파급 경로, 지급결제 시스템 리스크가 한꺼번에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민간 주도보다는 ‘감독 가능한 은행권 → 단계적 확산’이라는 피라미드 모델을 선호한다.
이는 결국 CBDC를 최상위 통화 계층(High-Powered Money)으로, 은행 발행 예금토큰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그 하위 계층으로 배치하는 다층적 통화 아키텍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리스크
통화이론의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M2 통화량에 편입될 잠재적 민간 화폐(private money)다. 만약 대규모 사설 스테이블코인이 준비자산 미비 상태로 유통된다면, ① 통화승수의 불안정, ② 그림자은행 시스템 확대, ③ 위기 시 동시상환(digital bank run) 리스크가 촉발된다.
2022년 테라·루나 붕괴 당시 준비자산이 부실하거나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72시간 만에 휴지조각이 되자, 글로벌 투자자가 다른 스테이블코인의 지급준비 상태까지 의심하며 “토큰 베어마켓”이 현실화됐다.
한국은행이 은행권 발행 모델을 강조하는 이유는, 준비금 규제·예금보험·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기존 안전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급결제 인프라는 단 한 번의 시스템 셧다운만으로 국민경제 전체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중앙은행이 CBDC 파일럿에서 “24시간 결제망이라도 위험지표(Risk Indicator)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결제 속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것 역시 디지털 bank run 방지를 위한 예방 장치다.
글로벌 제도화 전쟁: 홍콩‧미국, 그리고 EU·싱가포르
홍콩은 2025년 5월 ‘스테이블코인 조례(Stablecoin Regulation Ordinance)’를 통과시키며 라이선스제, 준비자산 100% 이상, 실시간 상환 요건이라는 3대 축을 법제화했다.
흥미로운 점은 발행사가 준비자산 기준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HKMA가 코인 소각 명령까지 내릴 수 있는 ‘디지털 토큰 최후통제권’을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상원을 통과한 지니어스법이 하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밈 코인 사업 이해충돌 논란으로 지연되고 있지만, 연방준비제도·통화감독청(OCC)이 마련한 감독 가이드라인 초안만으로도 글로벌 발행사들이 준비금 공시와 회계감사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은 MiCA(암호화폐시장 규제) 프레임워크에 스테이블코인을 포함시켜 단일여신한도와 카스트디언 자격을 엄격히 구분했고,
싱가포르는 MAS가 달러·싱가포르달러 연동 토큰에 대해 ‘싱글 레지스터’ 시스템으로 발행·유통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결국 핵심은 ① 준비자산 실질 담보력, ② 상환권 보장, ③ 데이터 투명성이라는 ‘규제의 삼두마차’를 얼마나 촘촘하게 적용하느냐로 귀결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미칠 영향
첫째, 결제‧송금 부문에서는 24시간 365일 국경 없는 원화 결제 레일 구축이 가능해진다. K‑콘텐츠 수출 기업이나 온라인 게임사는 글로벌 유저에게 원화 기반 토큰을 즉시 결제 수단으로 제공함으로써 환전 수수료를 제거하고 결제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둘째, 탈중앙화 금융(DeFi) 분야에서 KRW 담보 대출·스테이킹·예금 상품이 등장해 기존 가상자산 시장의 달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셋째,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해외 투자자가 ‘KRWx’를 매수해 한국 주식·채권 ETF에 실시간으로 투자하는 글로벌 패시브 투자 루트가 열릴 수 있다. 다만 통화정책 전파 경로는 복잡해진다.
기준금리 조정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원화 스테이블코인 간 금리차·커브 스프레드에 반영되면서, ‘온체인 환율(DEX Rate)’이 오프체인 환율과 괴리를 일으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은행권 수익구조 역시 흔들릴 수 있다. 결제·송금 수수료가 토큰 네트워크 수수료만으로 대체되면, 은행은 가치저장·신용중개 영역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남은 과제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려면 다음 네 가지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첫째, 라이선스 체계를 통해 발행사·커스터디·준비금 관리자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부실 발생 시 손실흡수 메커니즘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둘째, 준비자산은 현금·한국은행 예치금·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제한하고, LCR 100% 초과 요건을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상환 권리(Redeemability)를 법적 권리로 명문화하고, T+0(당일) 상환 프로세스를 전산망에 연동해야 한다.
넷째, 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기술 표준 레벨에서 규정함으로써, 디지털 레일 간 단절을 방지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보아,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블록체인 ‘신기술’이 아니라 대한민국 금융 인프라의 구조적 재설계를 요구하는 과제다. 중앙은행·금융위·국회·시중은행·핀테크·블록체인 개발사, 그리고 소비자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실험’이다.
잘 설계하면 한국 금융이 글로벌 디지털 통화 경쟁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할 수 있지만, 준비자산 관리가 허술하거나 규제가 과도하면 제2의 테라 사태가 원화 시장에서 재현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책 당국은 “촘촘한 규제와 과감한 혁신 사이의 황금 비율”을 탐색하는 일이야말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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