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EU 관세 부과 유예
2025년 5월 마지막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EU산 제품 전 품목에 50% 관세를 물리겠다”는 발언은 일순간 전 세계 금융시장과 외교가를 냉기로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 같은 인물의 또 다른 메시지가 균열을 냈습니다.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7월 9일까지 관세를 유예한다"는 발표가 나온 것입니다.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이 극적인 반전은 트럼프 특유의 긴장감 조성과 지렛대 전략이 다시 한 번 작동한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발언의 전말과 두 차례 뒤집기의 배경, 그리고 앞으로의 협상 구도를 촘촘히 짚어보겠습니다.
트럼프 EU 관세 부과 개요
미국 동부 시각 5월 23일 오전,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서 진행된 약식 기자회견은 원래 ‘기후·에너지’ 현안을 다룰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된 연설문을 접어둔 채 돌연 유럽연합을 겨냥했습니다.
그는 수십 명의 기자 앞에서 EU 제품에 대해 “6월 1일부터 5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준비를 완료했다”는 선언을 던졌습니다. 이 발언은 2024년 말 체결된 90일 한시 관세 휴전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었지만, 대통령은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를 대며 강공에 나섰습니다.
선언 직후 시장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주요 지수는 장중 1% 넘게 하락했고, 동시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역시 1.2%가량 밀려났습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고,
글로벌 환율 변동성 지수는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자동차·와인·치즈 등 유럽산 소비재와 독일 고급차 브랜드의 미국 현지 가격이 어떻게 뛸 것인가를 두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긴급 분석 메모가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5월 25일 저녁, 판은 또다시 흔들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전, 기자들과의 짧은 질의응답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통화 결과, 협상에 진정성이 보인다”고 밝히며 50% 관세 시점을 7월 9일로 미루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발표 이틀 만에 관세 시점을 38일가량 뒤로 미룬 것으로, EU에 마지막 협상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이었습니다. 동일 시점은 공교롭게도 4월 초에 설정된 ‘상호관세 유예’ 90일 한계선이 끝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EU 관세 부과 추진한 이유는?
첫째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부터 EU와 진행 중인 무역협상이 ‘속도’와 ‘결과’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미국 측은 탄소국경조정제(CBAM)와 디지털세를 포함한 복합 패키지에 대해 조속한 결착을 요구했지만, 브뤼셀 내부에서는 27개 회원국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데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산 농축산물의 위생 규정, 유럽산 자동차의 미국 안전 기준 문제가 교차 논쟁을 일으키며 합의 일정이 지연되자, 백악관은 ‘즉각적 압박 카드’로 50% 관세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습니다.
둘째로, ‘제조업 부흥’이라는 정치적 서사가 작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재선 이후 Rust Belt 지역 유권자에게 일자리 창출과 생산기지 회귀를 반복적으로 약속해 왔습니다.
전면적인 관세 부과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제조업의 미국 내 점유율을 낮추고, 동시에 미국 기업의 공급망을 자국 내로 되돌리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셋째로, 애플·테슬라 등 빅테크·빅제조 기업에 대한 ‘생산지 리쇼어링 압박’이 숨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기자회견에서 아이폰에 25% 추가 관세를 거론하며 “해외 공장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발신했습니다.
이는 실리콘밸리와 월가 모두를 겨냥한 경고로, 유럽 관세라는 큰 틀 안에 기술·전자 분야까지 포괄해 협상 지렛대를 넓히겠다는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트럼프 EU 관세 부과 재차 유예한 이유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이틀 만에 ‘징벌 관세’라는 매서운 칼날을 다시 집어넣은 배경에는 세 갈래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첫 번째는 외교 채널의 전례 없는 속도전입니다. 발언 직후 EU 집행위원회는 마로슈 셰프초비치 부집행위원장을 필두로 ‘24시간 대응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는데,
이 조직은 2018년 미·EU 철강 분쟁 때보다 세 배 빠르게 보복 리스트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리스트에는 보잉·위스키·하드웨어 부품뿐 아니라 플로리다 오렌지·켄터키 말본드 담배 같은 상징적 품목이 포함되었습니다.
셰프초비치는 USTR에 전화를 걸어 “관세에는 즉시 상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 내용이 현지 언론에 실시간으로 흘러나오면서 백악관이 ‘초단기 확전’ 위험을 체감하게 됐습니다.
두 번째는 금융시장의 과민 반응입니다. 관세 선언이 나온 지 30분 만에 S&P 500은 1.4% 밀렸고, 다우지수는 하루 만에 550포인트 가까이 빠졌는데, 하락 폭 자체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변동성 지수(VIX)가 15에서 22로 수직 상승한 사실이었습니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장중 4.62%까지 튀어 오른 뒤 4.47%로 급락하며 ‘안전자산·위험자산 엇갈림’이 극단적으로 요동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골드만삭스·JP모건·시티그룹 등 주요 프라이머리 딜러들은 “관세 현실화 시 3분기 실질 GDP가 최대 0.4%p 후퇴할 위험이 있다”는 플래시 노트를 발행했고,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는 ‘월요일 개장 전 진화’ 권고안을 내놨습니다.
세 번째는 안보 · 외교 변수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이 교착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NATO 방위비 증액 협상과 유럽 내 장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가 난기류를 겪고 있습니다. 국무부와 NSC는 “EU와 통상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러시아 견제라는 큰 그림을 흔들 수 있다”는 메모를 올렸습니다.
여기에 유럽 주요 정상—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 잇달아 ‘우려 표명’ 전화를 걸어오자, 백악관은 ‘정치적 승부수’ 대신 ‘전략적 숨 고르기’로 급히 전환했습니다.
결국 25일 오후 6시 20분, 트럼프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18분간 통화한 직후 “7월 9일까지 유예”를 공식화했으며, 이 발표는 미 동부시각 일요일 밤 주요 방송사 ‘브레이킹 뉴스’ 자막으로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트럼프 EU 관세 부과 논란, 트럼프의 진짜 노림수
트럼프의 통상 정책은 종종 ‘협상술’이란 단어로 축약되지만, 그 안에는 세 가지 층위의 목표가 중첩돼 있습니다. 첫째, 협상 레버리지 극대화입니다. 50%라는 자극적 수치를 앞세워 EU뿐 아니라, 관세와 무관해 보이는 에너지·국방·기후 분야까지 협상 스펙트럼을 한꺼번에 넓히려 합니다.
실제로 백악관 내부 브리핑 문건에는 “탄소국경세 유예, LNG 수입선 다변화, 우크라 지원비 분담” 같은 항목이 나열돼 있었는데, 모두 관세와 일견 무관해 보이지만 ‘패키지 딜’에 묶을 수 있는 사안들입니다.
둘째, 국내 정치용 극장 효과입니다. 러스트 벨트 유권자에게 ‘우리는 중국뿐 아니라 유럽도 단호히 상대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동시에 제조업 회귀(reshoring) 보도자료를 끌어내 ‘성과 쇼케이스’를 완성하려는 계산입니다.
2026년 중간선거까지 18개월 남짓, 트럼프는 주말마다 이어질 ‘관세냐 타협이냐’ 드라마로 미디어 파이를 장기간 독점할 수 있습니다.
셋째, 빅테크·자동차 로비 압박 카드입니다. 애플이 관세 우려 속에 브라질·멕시코 공장 확충 계획을 공식화한다면, 트럼프는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지 않고도 생산지 회귀라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애플·BMW·스텔란티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 관세 철회를 위해 로비 자금을 늘리면, 백악관은 선거 캠페인 자금을 확보하는 실리적 이득을 얻게 됩니다. 관세 협박은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움직임’ 자체로도 트럼프에게 다층적 보상을 안겨주는 셈입니다.
트럼프 EU 관세 협상 전망
남은 40여 일은 ‘밀고 당기기’가 아닌 ‘초 단위 셈법’으로 움직일 공산이 큽니다.
시나리오 ① – 속도전 타결(약 55% 확률): EU가 6월 말까지 산업재 0% 관세·디지털세 2년 유예·CBAM 단계적 적용 유예안을 패키지로 제안하면, 트럼프는 “역사적 승리”를 선언하며 관세 철회를 알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유럽 제조업체는 관세를 면하는 대신, 미국산 LNG 추가 도입과 방위비 분담 증액을 수용하는 ‘보이지 않는 대가’를 치를 전망입니다.
시나리오 ② – 단계적 관세 부과(약 25% 확률): 협상이 부분 타결에 그칠 경우, 백악관은 7월 9일부로 독일산 SUV·프랑스산 와인·이탈리아산 치즈에 우선 30% 관세를 물리고, 2026년 1월부터 50%로 인상하는 스냅백 조항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이때 EU는 미국산 항공기·의약품·데이터센터 장비를 겨냥한 맞관세로 맞설 가능성이 높아, 양측 기업실적은 2분기부터 하방 압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시나리오 ③ – 재연기(약 20% 확률): 미·EU 모두 전력 질주 끝에 ‘부분 합의+추가 논의’를 선언하며, 50% 관세 시점을 올 가을 또는 연말로 또 한 번 미룰 수도 있습니다. 이는 2019년 미·중 협상에서 반복됐던 ‘트위터 신호 → 시장 충격 → 유예’ 패턴의 재현으로, 트럼프는 “합의 직전까지 갔다”는 프레임을 유지한 채 정치적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결국 7월 9일 자정, 관세가 실제 부과될지 여부는 단순히 무역 문제를 넘어—EU의 전략 자율성, 미국 내 제조업 정치, 글로벌 공급망 재편—세 갈래 변수의 합이 될 것입니다. 시장은 이미 이 날짜를 ‘플래시포인트’로 각인했고, 남은 한 달여 동안 발표될 각종 성명과 기업 실적 가이던스는 투자 심리의 기압계를 극단적으로 흔들어 놓을 공산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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