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에너지 정책
트럼프 원유 및 가스 증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National Energy Emergency)’를 선포하고, 전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과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역행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원유와 천연가스 증산을 공식화했다.
이번 비상사태는 ‘국가비상사태법’을 근거로 하지만, 지금은 전시(戰時)가 아니고 에너지 수급에 특별한 문제도 없다는 점에서 법률적으로 취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증산을 통해 미국내 에너지 가격을 낮춰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세계 에너지 패권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나 시장 일각에서는 대외 변수, 정책 간의 상충 가능성 등으로 정책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원유 및 가스 증산 주요 내용
신뢰할 수 있고 경제적인 국가 에너지 자원(원유, 천연가스)의 공급을 늘려 미국의 인플레이션 위기를 극복하고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경제 및 안보에 잠재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트럼프의 목표로 보인다. 에너지 자원의 수출 확대를 통한 세계 에너지 패권 강화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미국의 경제와 안보가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이대로 가면 에너지 위기와 리더십 상실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전임 행정부의 근시안적이고 잘못된 정책으로 에너지 탐사·생산·운송·정제·발전 능력 부족, 전력망 안전성 위협,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했다.
추가로 에너지 공급 및 인프라 부족에 따른 높은 에너지 비용은 특히 저소득층에게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며, 적대국으로부터의 에너지 취약성을 가중시켜 외교 정책에 불필요하고 치명적인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AI 등 4차 산업과 기술혁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전력망이 필수적이나 현재는 미흡한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다각화된 에너지 공급을 늘림으로써 미국의 경제 및 안보를 강화하고, 이를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에게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에너지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규모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고용 창출, 무역수지 개선, 대외 경쟁력 개선,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연방정부의 각 기관은 합법적으로 부여된 모든 비상 권한을 행사하여 에너지 자원의 임대, 생산, 운송, 정제, 발전을 촉진하고 관련 인프라의 완공을 가속화할 것을 지시받았다.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 점검
미국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은 이미 장기 증가 추세에 있고,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어 이번 증산 촉진 정책의 직접적 영향을 따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으나, 증산 잠재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의의를 둘만 하다.
미국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은 2010년을 전후로 증가 추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당분간은 이번 조치와 무관하게 동 추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천연가스 생산(dry production 기준) 역시 '24년 하루 1,031억 입방피트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0.5%)했으나, '25년에는 1,046억(+1.5%)으로 역대 최고치 기록이 예상된다.
정책보다는 석유·가스 업체들의 수익성과 투자가 향후 증산 속도와 규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조치가 갑작스런 글로벌 공급 충격 시 대처 능력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석유·가스 업체들은 충분한 규모의 연방 토지와 수역을 임대하고 있으며, 수익성이 보장되는 적절한 가격 수준 하에서는 정책과 관계 없이 생산을 확대해왔다.
다만 석유·가스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보다 자본규율과 재무건전성, 주주 환원을 중시하는 스탠스를 유지할 경우 생산 증가세가 약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전체 원유 생산의 25%와 천연가스 생산의 12%를 담당('21년 기준)하는 연방 토지 및 해역의 규제 완화는 지정학적 갈등, 기상 악화, 설비 고장 등 대외 돌발 상황 발생 시 유연한 대처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인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 점검
복잡한 대외 변수와 수출 확대의 역효과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원유·가스 증산 장려가 일방적으로 글로벌 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을 이끌지는 않을 가능성이 우세해 보인다.
미국의 에너지 증산 촉진 정책이 세계 공급 및 국제유가에 미칠 긍정적 효과는 OPEC+ 생산 정책, 러-우 전쟁, 對이란 정책 등 대외 변수의 향방에 따라 배가 또는 상쇄될 전망이다.
OPEC+는 '24년 이후 시행 중인 일일 22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금년 4월부터 매월 12만씩 점진적으로 완화(→증산)할 예정이며, 이는 미국이 의도하는 국제유가 하락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다만 최근 감산완화 연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러-우 전쟁 종전 협상이 타결되어 서방의 對러 제재가 해제되면 미국의 증산 정책과 함께 국제유가 하방압력을 크게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드러낸 가운데 對이란 제재가 다시 강화되면 미국 증산 정책의 효과가 상당 부분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원유 및 LNG 수출 확대 전략은 미국내 가격을 끌어 올릴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과 함께 오히려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미국이 원유와 LNG 수출을 늘리면 국내 공급 감소 → 국내 가격 상승, 생산 및 수출 시설 확충 → 업체들의 관련 비용 전가에 따른 가격 인상 등 가능성이 상존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LNG 수입국으로서 대량의 재고를 보유한 후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주변국에 재판매하여 이익을 취득해왔다. 따라서 미국이 저렴한 LNG 수출을 늘리면 오히려 중국의 이익을 증대시킬 소지가 있다.
시사점 및 향후 영향 전망
미국 에너지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세계 원유·가스 공급 확대와 가격 인하를 이끌 요인임이 분명하나 과도한 낙관은 경계할 필요가 있겠다.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미국의 이익 극대화 및 국제 영향력 강화를 위한 레버리지로 활용할 것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원유·가스 중심 에너지 증산 정책은 향후 세계 공급 및 가격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하나, 단기적으로는 여타 시장변수와 맞물려 그 영향의 정도와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에너지 정책을 글로벌 경제·외교·안보 부문에서 미국 이익 극대화 및 영향력 확대를 위한 레버리지로 활용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분명해진 만큼 같은 이유로 관련 정책이 급선회할 수 있음에도 주목하여 대응방안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겠다.
불가항력(한파, 폭염, 산불, 석유시설 사고 등), 미국내 공급을 우선할 필요 발생 시 등의 경우 미국은 자국의 이익과 영향력 관점에서 오히려 원유·가스 수출 통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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