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리오프닝에도, 안정적인 국제 유가
중국은 작년 말 방역규제를 전면 완화하면서 리오프닝을 시작했다. 그 이후 철광석, 구리, 아연 등의 원자재 가격은 일제히 상승했지만, 국제 유가만큼은 11월 초 수준을 밑돌고 있다. 중국의 이동수요 확대가 미국과 OPEC+ 의 타이트한 공급 정책과 맞물리면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일부의 견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에도 국제 유가는 왜 안정적일까.
1. 이동 활동의 개선에 따른 수요 증가 폭 둔화
중국의 모빌리티 수요는 리오프닝 이후 크게 증가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예정된 항공편수를 기준으로 항공유 수요를 추정해 볼 때 올해 8월까지 현재 대비 30%, 22년 대비 50% 내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폭발적은 증가임에는 분명 하나, 항공유(등유) 수요가 중국 전체 석유 제품 소비의 5~6% 정도만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년 대비 50%가 늘어나도 중국 석유제품의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3% 내외에 불과하다.
승용차 운행 증가에 따른 수요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고속도로 이동량을 기준으로 보면, 승용차 운행의 경우 이미 춘절을 지나 2019년 정상 수준으로 상당 부분 회귀한 상태이다. 국경절 연휴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여기서 운행이 더 증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특히 미국과 달리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운송수요의 확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휘발유나 경유 수요에 대한 증가폭이 타 국가에 비해서는 제한적일 수 있다.
2. 정유사 가동률 상승과 원유 도입량 증가
중국의 정유사 가동률은 상승하는 추세이다. 올 초만해도 73.5%에 불과했던 정유사 가동률은 2월 셋째 주 77.3%로 상승했다. 휘발유 상업재고 역시 12월 초를 시작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기에 수요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유사 가동률은 대체로 춘절 이후로 계절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며 지금의 상승은 계절 상승을 넘어서는 추세적 반등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이다.
원유 도입량 역시 2월 들어 반등하면서 정제유 수요 증가 기대를 높이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으나, 이 역시 국제 유가의 상승을 견인할 정도의 힘을 보일지는 다른 문제이다. 중국의 원유 수입 내에서 러시아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원유는 브렌트유에 비해 26%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국제시장에서 거래 중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오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기에 국제 유가를 전반적으로 상승시킬 힘이 되기에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3. 미국 측 공급확대 요인
위와 같은 이유에도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는 이미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중국의 수요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결국 가격 상승 압력을 줄이게 된다. 현재는 미국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작년 말에 올해를 전망할 때 대다수의 견해는 ESG 드라이브로 미국의 셰일 생산량이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시설투자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는 반대의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셰일 중심으로 원유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으며 국제유가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시설투자를 작년 4분기까지 늘렸음이 확인되었다. 또한
2월 13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2분기 추가 전략비축유 방출 발표가 있었다.
< 결론 >
2월 들어 발표된 미국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시장 예상을 상회하면서 미국의 장단기 국채금리는 급등했다. 정책금리 변화에 민감한 2년물 금리와는 달리 장기금리의 경우 경기 전망과 같은 구조적 변화에 더욱 좌우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예상치 상회 및 연준의 긴축 기조 유지는 국제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원유 선물시장의 경우 3개월물 스프레드는 작년 연말 콘탱고 전환 이후 콘탱고 지속 중이며, 12개월 물 스프레드 또한 백워데이션 폭이 감소하였다. 수요에 대한 우려로 유가가 하락했으나, 중국 리오프닝 및 국제경제 연착륙 가능성에 따라 원유 수요에 대한 회북을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에는 변수가 많다. 글로벌 투자 사이클이 저점을 통과하면서 교역량이 회복하고 중국발 산업수요 개선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러시아가 감산하면서 원유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OPEC의 원유 증산 여부 역시 유가상승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가 감산을 하더라도 그 영향이 중국에게 미치지 않는다면 이 역시 유가상승 압력이 크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따라서 유가가 연내 90~100달러 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현재로서는 다소 과도해 보이는 부붕니 있다. 현재 기준으로는 WTI 국제유가가 상반기 말 75~80 달러로 조정받은 이후 하반기 80달러 이상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 향후 국제 유가 변동 주요 변수)
1) 러시아의 감산 여부 및 감산에 따른 불이익이 중국에 미칠 영향
2) OPEC+ 의 원유 생산량 결정
3) 중국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로 인한 산업 수요 증가 가능성( 3월 양회 주목)
4)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
(시장 예측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 강세에 따른 원유 시장의 투기적 수요 억제 효과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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