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강제 후보 교체’ 논란 전말: 국민의힘 초유의 후보 교체 절차와 법적 쟁점
김문수 ‘강제 후보 교체’
먼저 김문수가 어떻게 대선후보로 선출됐는지, 또 한덕수와의 단일화가 어떤 경과를 거쳤는지 살펴본 뒤,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교체를 어떻게 결정했는지, 관련 당헌·당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김문수 측의 법적 대응 결과, 유사 선례 비교, 그리고 이번 사태가 당 내부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에 미치는 영향과 헌법적 쟁점까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김문수 후보 선출과 한덕수 단일화 경과
국민의힘은 지난 5월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통령선거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이 대의원대회에서 김문수 후보는 한동훈 전 대표를 상대로 과반 득표(56.53%)를 얻어 여당 후보로 선출되었다.
김문수 후보는 사흘 전인 4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출마를 선언할 정도로 빠르게 당내 정비를 마쳤고, 당원 과반의 지지를 얻어 당의 공천을 획득한 것이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야권 후보와의 단일화도 준비하겠다”고 공언하며 넓은 연대를 강조했고, 당선 이후에도 선거 등록을 앞두고 무소속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추진했다.
단일화 협상의 쟁점은 여론조사 방식이었다. 당 지도부가 주도한 김문수·한덕수 후보 측의 단일화 협상은 5월 9일 밤 본격화되었으나, ‘역선택 방지 조항’의 적용 여부를 두고 양측이 극명히 대치했다.
김문수 후보 측은 “국민의힘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할 때 정당 지지를 묻는 것은 잘못”이라며 일반여론조사 비중을 높이고 역선택 차단장치를 뺄 것을 요구했고, 한덕수 후보 측은 “야권 전체를 위한 단일화”라며 기존 당 경선 룰(당원 여론조사 50%·일반여론조사 50%) 유지와 역선택 방지 조항 유지를 고집했다.
양측의 협상은 5월 9일 저녁 8시 30분 첫 회의에서 25분 만에 결렬됐으며, 이어 밤 10시 30분부터 재개된 2차 협의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소집되었고, 김문수 후보 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의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에 후보 재선출 권한을 위임하기로 결정했다(찬성 60명, 반대 2명, 기권 2명).
이 자리에서 일부 의원들은 “경선 때 단일화를 약속해 놓고 뒤집었다”거나 “당원을 기망한다”는 등 김문수 후보를 강하게 성토했다. 결국, 5월 9일 자정 시한까지 단일화가 타결되지 않으면 비상대책위가 후보 재선출 절차에 돌입하기로 결론 내렸다
비상대책위·선거관리위의 후보 교체 절차
단일화 협상 결렬 직후인 5월 10일 새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동시에 긴급회의를 열어 김문수 후보의 선출 취소와 한덕수 후보의 등록 절차를 밟았다.
먼저 새벽 12시 45분경 비대위 회의 중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언론에 “새 후보를 선출하려면 김문수 후보의 자격을 박탈해야 하는데, 여러 절차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헌 제74조의2와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에 따라 김문수 후보의 선출 취소 안건을 비대위 의결로 상정했고, 이어 선관위는 공지를 통해 김 후보의 대선후보 선출 취소를 공고했다.
동시에 당 선관위는 새 대선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냈다. 이를 위해 5월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 후보 등록 신청을 받겠다고 안내했다. 이 공고문은 ‘당헌 제74조의2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6조’에 의거하여 새 후보 등록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선관위 심사와 비대위 의결을 거쳐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같은 날 새벽 당에 입당했고, 비대위에서 즉시 새 당 대선후보로 지명되었다. 당 지도부는 오전 4시 40분경 회의를 마무리하며 김 후보의 자격 취소와 한 후보 등록 절차를 모두 마쳤다고 보고했다.
이후 당은 당원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해 새 후보 찬반을 물었고, 과반 찬성이면 다음날 전국위원회에서 후보 재선출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었다. 이 같은 일련의 절차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후보의 자격을 지도부가 직접 박탈하고 무소속 후보를 강제 입당시킨 전례 없는 조치였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게시된 5월 10일자 대선후보 등록 공고(당 선거관리위원장 명의). 비대위와 선관위의 잇따른 의결로 한덕수 전 총리가 당 대선후보로 등재되었다.
당헌 제74조의2·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국민의힘은 이번 결정의 근거로 당헌 제74조의2와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당규) 제26·29조를 내세웠다. 당헌 74조의2는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대선후보 선출에 관한 사항을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당 지도부는 단일화 요구 여론(전당원 조사에서 후보등록 전 단일화를 원한다는 의견이 약 86.7%)을 ‘상당한 사유’로 판단했다. 즉, 전체 당원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다수가 후보 등록 이전 단일화를 희망한 점을 비추어, 비대위가 비상한 결단을 내릴 만한 명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선출 규정 제29조는 ‘비대위 의결로 후보 선출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절차적 근거 조항이다. 이와 함께 규정 제26조에 따라 새 후보 등록 절차를 공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에 대해 당 내부와 법조계 일각에서 이견도 제기됐다. 전·현직 당원들은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전당대회를 무효화하고 당원도 아닌 사람을 후보로 교체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와 상식을 버리는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실제로 헌법은 정당의 자유와 자율성을 보장하지만, 그렇다고 한다 해도 내부 규칙에 따른 민주적 절차가 완전히 무시된 것은 아닌지 논란이 일었다. 아직 관련 조항들의 구체적 해석을 판단할 선례는 없어, 이 사안이 향후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당헌 74조2항의 ‘상당한 사유’ 요건이 추상적인 점도 쟁점이다.
일부 법조계 인사는 “당헌상 의미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법원이 김문수 측 인용신청을 기각하며 “‘단일화’를 상당한 사유로 본 것은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즉 법원도 전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비대위 결정이 정당 자율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김문수 측의 법적 대응과 법원 판결
김문수 후보와 지지자들은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5월 9일 김 후보 측은 “당무 우선권(당헌 74조 당무우선권)을 발동했다”며 후보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냈고, 당원들 또한 전국위원회·전당대회 개최를 금지해 달라는 별도의 가처분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양측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절차상 비대위의 자율 범위를 벗어난 중대한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김 후보 측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r. 특히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약속했고, 향후 단일화 과정에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당무 우선권이 무조건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은 중요했다
즉 법원은 김 후보가 스스로 약속했던 단일화 의사를 고려해, 당헌상의 권리를 맹목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전체 당원의 80% 이상이 단일화를 찬성했고, 이를 위한 전당대회 소집은 정당의 자율적 결정”이라고 보았다.
이 판결로 국민의힘은 예정대로 전국위·전당대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되었으며, 김문수 후보는 재정적·절차적 차원에서 후보 지위를 인정받을 명분을 잃었다. 김 후보 측은 향후 이 판결에 항고할 의사를 내비쳤지만, 기본적으로 법원은 당의 합법적 재량 범위 안에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결론낸 셈이다.
유사 정치 선례 및 비교 평가
사상 초유의 강제 후보 교체를 두고 국내외 유사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한국 정치사에서 거대 정당이 당선된 대선후보를 선거 전날에 무효화한 적은 전례가 없다. 과거 대통령선거 때의 단일화 합의 사례는 있었지만 대부분 야권 간 협력이었지, 여권 핵심 정당이 자당 후보를 이렇게 극단적으로 바꾼 적은 없다.
한동훈 전 대표가 지적했듯 “정식 선거 과정을 거친 후보를 지도부가 끌어내리는 일”은 전혀 본 적 없는 일이다. 비교할 만한 외국 사례로도, 미국이나 유럽의 주류 정당에서 후보 사퇴나 교체는 임박한 스캔들이나 사망 등의 불가피한 이유일 때에나 드물게 있었다.
이번 국민의힘 사태는 단일화 명분으로 내부 규칙까지 활용한 정치적 압박이 결합된 것이라는 점에서 훨씬 이례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만일 이 절차가 정당화되면 다른 당도 강제 후보 교체 시도를 할 수 있는 선례가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내 민주주의와 정당 정치에 미치는 영향
이러한 후보 교체 과정은 국민의힘 내에서 ‘위계주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기본적으로 당원과 국회의원 대다수가 선거 결과를 인정해야 하는 민주적 절차를 준수하기보다 지도부가 최종 결정을 내린 점에서, 내부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되었다는 비판이 많다.
예를 들어 한동훈 전 대표는 “당원들이 참여한 경선 결과를 무효로 하고, 입당도 안 한 한 후보를 당 대표로 대체하는 것은 당원에 대한 기만”이라고 힐난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민의힘이 후보 교체로 당 내 민주주의를 짓밟았다”며 비난했고, 일부 보수 성향 인사조차 “과연 경선을 왜 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장 김문수 후보의 지지자들은 “당헌당규와 인간 상식에 반하는 불법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고, 김 후보의 페이스북 글에서는 “자신의 희망을 거스르면 당내 배신자가 된다”는 글도 올라왔다.
정치적으로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후보 교체 강행으로 당원들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고, 향후 당내 경선제도나 비상대책기구의 권한 등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시점에 당내 혼란이 증폭되면서, 유권자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남을 우려도 크다.
반면, 일부 지도부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항변했으나, 장기적으로 당의 브랜드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사태는 국민의힘 당원뿐 아니라 전체 유권자에게도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고, 향후 정치권에는 정당 자율성과 내부 민주주의 간 균형을 두고 다시 한 번 진지한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 문제 없나, 향후 정치적 파장
법적으로 볼 때, 국민의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은 헌법상 정당 자유(헌법 제8조)를 전반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다. 대법원 판례는 정당 내부의 조직과 활동은 당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에, 이번 교체 결정만으로 곧바로 헌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공직선거법 차원에서 ‘강제 단일화’나 후보 교체 시도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여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직선거법 제88조는 후보 간 단일화 합의나 후보 사퇴 대가로 금전·인사 약속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번 교체 과정에서 한덕수 후보 측이 어떠한 이익을 약속받았는지 등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만약 선관위 등록 과정에서 불법 대가가 주고받았다면 선거법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그러한 혐의가 제기되지는 않았다.
향후 정치적 파장을 예측해 보면, 첫째 김문수 후보 측은 법적 다툼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번 가처분이 기각되었지만 항고심에서도 비슷한 판단이 내려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둘째, 이번 사태로 정당 운영에 대한 제도 보완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당헌당규나 정당법 개정, 그리고 당 지도부 권한 남용 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셋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당대회의 권한과 비대위의 권한 범위를 놓고 합의와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당대표가 때때로 당헌당규를 넘어 정치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선례가 남아, 다른 정당들도 유사한 상황에서 같은 방식을 활용할지 주목된다.
궁극적으로 이번 김문수 후보 교체 사태는 단순히 한 대선판의 변수에 머무르지 않는다. 당헌 적용의 적법성, 내부 민주주의 원칙, 그리고 정당 정치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졌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에 적잖은 흔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법원의 판단과 전국위원회 결정을 거쳐 사태가 마무리되겠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쟁점들은 향후 정치적 논쟁과 제도 개선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