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유예 종료 임박: 한국 관세 협상 어디까지 왔나, 추가 연장 가능성
관세 협상 유예 종료 임박
2025년 7월 8일, 미국이 전 세계 주요 교역국에 대해 예고한 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곧 끝난다. 이 날짜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만약 추가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대해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많아서 그 충격이 작지 않다.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의 협상 진행 상황과 미국·한국 정부의 입장, 연장 전망, 그리고 남은 변수까지 팩트만으로 차분히 짚어본다.
7월 8일 관세 협상 유예 종료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4월,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새로운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미국이 손해보는 무역구조를 반드시 바꾼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이 관세 정책이 바로 시행된 건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국가 간 협상 여지와 시장 충격을 고려해 실제 발효를 90일 뒤로 미뤘고, 이 유예가 끝나는 날이 바로 7월 8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에 서한을 보낼 것”, “25~50% 혹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6월 2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연장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때문에 7월 8일은 한미 FTA 이후 한국 수출업계의 가장 큰 분수령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관세율의 폭이다. 기존의 10% 기본관세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정부가 '무역적자 국가'로 판단한 대상국에는 최대 50%의 상호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졌다. 이는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수출구조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이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자동차,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과의 무역 규모가 큰 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 번의 실수나 협상 실패가 몇 년 치 수출실적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그만큼 7월 8일은 수치상의 D-데이 그 이상이다.
미국 정부 공식, 비공식 입장 정리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공식 스탠스는 “협상은 충분히 했다. 더 이상 유예는 없다”는 쪽이다. 미 재무장관, 상무장관, USTR(무역대표부) 모두 유예 연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공식화해왔다. 4월 이후 여러 차례 공식 기자회견과 인터뷰, 장관급 브리핑에서 ‘7월 8일 유예 종료’를 기정사실로 삼아 시장에 신호를 주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협상 진전이 보인 나라,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인 국가는 예외적 단기 연장 가능”이라는 언급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이른바 ‘조건부 단기 연장론’이다.
실제로 영국, 프랑스, EU 등 일부 국가는 원칙적 합의 후 세부 협상을 남겨둔 상태에서 단기 연장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 동맹과의 정치적 이해, 선거 전략 등 복합적 변수가 관세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미국은 협상 진전이 명확히 드러난 국가에 한해서는,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2주에서 1개월 가량의 '실무 연장'을 부여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꾸준히 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극소수, 미국이 '전략적 동맹'으로 분류하거나 산업적 이해관계가 긴밀한 국가에만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이 범주에 들어가는지 여부는 7월 8일까지의 남은 협상에 달렸다.
한국의 전략 및 협상 진행 현황
한국 정부는 6월 초부터 실무협상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주요 인사가 연이어 미국을 찾았다. 이들은 미 상무부, USTR, 백악관 참모들과 연쇄적으로 회동하며 최대한의 외교 역량을 쏟아붓는 중이다.
6월 22~27일에는 집중적인 고위급 실무회담이 이뤄졌고, 28일에는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를 열어 협상 경과와 정부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의 고민은 단순하지 않다. 최근 정권 교체와 내각 인선 등 정치일정으로 인해 협상 준비와 실행에 시차가 발생했다. 미국은 이런 점을 문제 삼고 “실질적 진전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익 극대화'를 내세우며 실용적·상호호혜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원칙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절대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미국이 유예를 해줄지, 패널티를 줄지는 막판까지 알 수 없다”는 솔직한 입장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관세 협상과 동시에 제조업, 기술 협력 등 양국 경제협력 전체를 패키지로 논의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조선, 바이오, 군수산업 등에서 한미 간 ‘파트너십 강화’도 병행 추진되고 있다.
이는 관세 협상만이 아니라, 향후 미국 내 생산 투자, 현지 고용 창출 등까지 염두에 둔 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한미 기술협의체 3차 회의가 6월 말 성사된 것도 이 같은 복합 협상 프레임워크의 일부다.
협상기간 연장 가능성
현 시점에서 연장 여부를 단정하긴 어렵다. 공식적으로 미국은 모든 국가에 일괄 부과 방침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별 협상 상황에 따라 차등 적용이 불가피하다. 특히 ‘성의 있는 협상’ ‘원칙적 합의’라는 조건부 단기 연장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영국과 EU는 원칙적 합의 후 세부 협상을 이어가며, 추가 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반면 한국은 최근 집중 실무회담을 통해 성과를 만들려 하고 있지만, 미국이 체감할 만큼의 ‘구체적 진전’을 만들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단기 연장이라 해도 2주~1개월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연장이 되더라도 8월 또는 9월 초까지의 한시적 시한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마저 불발될 경우, 한국은 곧바로 관세 패널티가 적용되는 시나리오에 직면한다.
실제로 미국의 관세 행정절차를 보면, 7월 8일 유예 만료 이후 국가별로 서한이 발송되며, 곧바로 관세 부과가 공지될 수 있다. 업계는 “지난해 영국산 자동차에 대해 쿼터를 주고 10% 관세를 적용한 사례처럼, 완전한 관세 예외가 아닌 ‘조건부 패키지’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관세 유예가 이어진다 해도, 매번 막판까지 긴장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장 무산 시 시나리오
추가 연장이 무산될 경우, 미국은 ‘기본 관세 10% + 상호관세 15~40%’ 등 다양한 조합으로 신규 관세를 적용할 공산이 크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부품 등 주요 수출 품목은 직접적 충격에 노출된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 비중은 36.5%로 사상 최고치이며, 지난해 대미 부품 수출액은 82억 2200만 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중소 부품업체들이 이 구조적 충격에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노출된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 완성차 업체의 단가 인하 요구, 납기 압박, 물류비 상승 등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업체들이 많다.
여기에 관세까지 더해지면, ‘수익성 방어’ 자체가 힘들어진다. 현지 공장 설립이나 제3국 우회 생산은 현실적으로 투자여력이 있는 대기업만 가능한 선택지다. 중소·영세기업은 미국 수출이 막히면 곧바로 매출 감소와 구조조정 리스크에 직면한다.
한국 정부는 업계와 함께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단기적으로는 미국 수출 물량 일부를 내수나 다른 해외시장으로 돌리고, 장기적으로는 북미 현지화, 멕시코·캐나다 등 제3국 경유, 글로벌 공급망 다각화 등 여러 시나리오가 모색된다. 하지만 이 모든 방안이 단기간 내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관세 협상 향후 전망
향후 관세 협상은 그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단기적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단기 연장이 성사된다 해도, 불과 1~2개월 뒤 다시 한 번 유예 종료·패널티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경제적 합리성만이 아니라, 선거·정치적 전략,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국 견제 등 복합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업계와 정부 모두, '연장'이나 '예외'에 기대기보다는 근본적 체질개선과 대응 전략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시장 매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공급망 다변화·비용구조 혁신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북미·유럽 등 다각적 시장 전략, 첨단 제조·R&D 투자 확대, 현지화 등을 염두에 둔 정책·경영 환경 개선이 요구된다.
정부 차원에서는 단순한 협상 전략을 넘어, 업계 지원·금융지원·세제 혜택 등 긴급 대응책도 필요하다. 업계 역시 미국 내 대형고객과의 파트너십 강화, 신제품·고부가가치 부품 개발, 리스크 분산 등 내실 경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결국 이번 관세 협상은 한국 경제에 단기적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